[리뷰] 일렉 기타 든 박지윤, 다시 봄이 왔다

【서울=뉴시스】박지윤 콘서트 현장. 2017.03.20.(사진 = 박지윤 크리에이티브 제공) photo@newsis.com
자신이 진짜 하고 싶은 음악을 담은 첫 앨범인 2009년 정규 7집 '꽃, 다시 첫번째' 직후 연 그녀의 생애 첫 단독콘서트에서 박지윤은 꽃이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됐다는 김춘수 시인의 노래처럼 가수 데뷔 13년 만에 연 콘서트에서 팬들은 박지윤의 진짜 이름을 불렀다.
7집에서 '그대는 나무 같아'라고 노래했던 박지윤은 2012년 8집 '나무가 되는 꿈'에서 마침내 나무가 돼 있었다. 자신이 프로듀싱을 맡은 두 번째 앨범에서 그녀는 훌쩍 성장해있었다. 가지가 뻗어 좀 더 많은 걸 안을 수 있었다.
이후 싱어송라이터 윤종신이 이끄는 대형 기획사 미스틱 엔터테인먼트에 잠시 몸을 담았던 그녀는 최근 다시 홀로 서기를 했고, 세 번째 프로듀싱 작인 9집을 내놓았다.

【서울=뉴시스】박지윤 콘서트 현장. 2017.03.20.(사진 = 박지윤 크리에이티브 제공) photo@newsis.com
올해 데뷔 20주년을 맞았는데 비슷한 시기에 데뷔한 이들이 하나둘씩 무대를 떠났지만, 그녀가 여전히 노래하고 무대에 설 수 있는 이유다.
"아무도 모르는 게 삶이잖아요 / 돌아보지 않기로 약속해요 / 모든 게 진짜이죠 / 기적을 만난 거예요"라고 노래한 이날 첫 곡 제목 '기적'처럼.
이날 자신의 히트곡 '소중한 사랑'을 리메이크한 후배 아이돌 그룹 '트와이스' 이야기를 하면서 팬들의 반응이 미지근 하자 "이 사실을 몰랐다"며 놀리고, 한 때 트와이스 이상의 인기를 얻었던 그녀가 지금 10대는 자신을 잘 모른다며 담담히 이야기할 때 한결 편안해진 박지윤이 찾아왔다.

【서울=뉴시스】박지윤 콘서트 현장. 2017.03.20.(사진 = 박지윤 크리에이티브 제공) photo@newsis.com
박지윤은 이번 콘서트에서 또 다른 음악적 증명을 했다. 9집 수록곡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를 들려줄 때 생애 처음 콘서트에서 일렉 기타를 들고, 점층적으로 고조되는 몽환적인 이 곡의 기운을 폭발시켰다.
얼터너티브 록의 하위 장르로 아일랜드 더블린의 인디 록밴드 '마이 블러디 밸런타인'로 대표되는 슈게이징의 박지윤 식 해석이었다. 가수 박지윤은 이제 보컬뿐만 아니라 송라이팅에도 방점을 찍어야 하는 뮤지션이 됐다.
소속사 없이 새로운 출발을 했던 2009년 a는 8년의 시간을 거쳐 A´가 됐다. 하지만 그 a는 소문자가 아닌 대문자 A다. "계절을 견디고 이렇게 마주앉은 그대여 (…) 떨어지지 않는 시들지 않는 그대라는 꽃잎"(7집 수록곡 '봄눈')이다. 박지윤, 그리고 모두에게 다시 봄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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