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열 시발점 '개구리', 후폭풍 여전

20일 연극계에 따르면, 극작가 고연옥이 '연극평론' 2017년 봄호에 게재한 기고문 등을 통해 지난해 5월30일 국립극단의 '창작극 개발 프로젝트' 모임 당시 국립극단이 자체 검열을 시도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당시 기획팀장 A 씨가 이 프로젝트를 위해 모인 작가들에게 '개구리' 같은 작품을 쓰지 말아 달라는 주문을 했다는 것이 요지다. 이는 자체 검열 의혹과 함께 작가들의 상상력을 억압하는 시도로 읽혀지면서 한편에서 비판의 날을 세웠다.
지난 2013년 국립극단에서 공연한 '개구리'는 박근혜 대통령과 박 대통령의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 부녀를 풍자한 이후 현 정부의 각종 연극 지원에서 탈락했다는 의혹이 곳곳에서 제기됐다.
김윤철 예술감독은 최근 다시 불거진 의혹에 대해 홈페이지를 통해 "해당직원의 개인적인 견해로서 문화예술계 검열과 블랙리스트에 따른 별도의 지시나 압력과는 무관하게 이뤄진 것"이라면서 "국립극단 직원의 개인적인 견해라고 하여도 국립극단 또한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고 사과했다.
A 팀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페이스북에 "'개구리'를 언급한 것은 다들 기억하시겠지만 영국의 현직 국무총리와 미국의 현직 대통령을 주인공으로 한 정치풍자극이 영국 국립극단과 미국 공립극장에서 공연되는 통쾌한 사례를 들면서, 아직은 가벼운 정치 풍자조차도 국립극단의 공연이기 때문에 논란의 소지를 제공할 여지가 있는 우리 현실이 안타깝다는 맥락"이라고 썼다.
이후 연극계의 민주주의를 위한 토론을 지속해온 대학로X포럼 페이스북 등을 통해 젊은 연극인들 사이에서 더 치열한 논쟁이 불붙고 있다.
"만약 한번이라도 국립극단이 자신들이 만든 '개구리'와 '개구리'로 인해서 시작된 검열의 방아쇠에 대해서 진정성있는 입장을 공식화하고 책임있는 자세를 견지했다면, 우리의 공공극장의 공공성이 지금처럼 쇠약해지진 않았을 것"(연출가 김재엽) 등이다.
김 감독은 "이번 일을 통해 작가의 상상력과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 것으로 느끼신 작가 분들에게 다시 한 번 사과드린다"며 "이번 사태를 거울삼아 예술가들의 창작의 자유를 보장하고,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 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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