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1년, EU 권력구조 대변동…주요 4자리 공석
EU 집행위원장, ECB 총재, 유럽정상회의 의장, 유럽의회 의장 교체예정

【베를린=AP/뉴시스】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20일(현지시간) 기독민주당(CDU) 지도부 회의에 참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 2018.8.23.
【서울=뉴시스】조인우 기자 = 이민자 문제, 미국과의 무역전쟁 등으로 유럽연합(EU)의 위기가 고조한 가운데 향후 1년 간 EU의 구조를 뒤흔들 전례없는 권력 개편이 이어질 전망이다.
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내년 5월 유럽의회 선거를 시작으로 1년 간 유럽의회 의장과 EU 집행위원회 위원장, 유럽 정상회의 상임의장 및 유럽중앙은행(ECB) 의장 등 EU를 이끄는 네 개 주요 자리가 공석이 된다.
가장 최근 있었던 EU의 대규모 개편에 참여한 프레드리크 레인펠트 전 스웨덴 총리는 "이번 상황은 (이전의 개편과는) 매우 다르다"고 경고했다.
레인펠트 전 총리는 "미국의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이고 영국은 브렉시트를 앞두고 있는데다, 이탈리아는 가장 반(反)EU 성향을 띠는 국가로 떠올랐고 동유럽에서는 민족주의 정서가 대두했다"며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고 말했다.
이는 내년 6월 EU 정상회의에서 본격 논의될 전망이다. FT는 1998년 ECB 의장직 한 자리을 채우는 상황에서도 EU 지도자들이 7시간 동안 오찬을 가졌다면서 쉽지 않은 과정을 예측했다.
이미 EU 내 가장 중요한 회원국으로 꼽히는 프랑스와 독일 사이에서는 ECB 의장과 EU 집행위원회 의장 자리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독일과 프랑스, EU 관계자들은 FT에 "ECB 의장직에 독일인을 앉히려던 독일의 뜻이 다소 약해졌다"며 "대신 이 자리에 대한 프랑스의 관심이 늘었다"고 말했다. 다만 독일은 EU 집행위원장 자리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현재 ECB의 집행이사로 있는 브누아 퀘레 또는 프랑수아 빌레이 드 갈로 프랑스 중앙은행 총재가 유력한 ECB 의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의 후임으로는 독일의 페터 알트마이어 경제부 장관이 유력하다.
EU 내 권력 집중에 대한 회원국의 우려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레인펠트 전 총리는 "총리 재임 기간 중 배운 것 중 하나는 EU가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프랑스와 독일이 언제나 영향력이 크다는 것"이라며 "프랑스와 독일에 EU를 선도하는 자리를 줘야 할까? 이는 이미 집중된 힘을 더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론적으로 EU 기관장 자리는 지리와 정치 및 회원국의 규모 등 다방면에서 EU를 대표해야 한다. EU 회원국 지도자들이 임명하는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자리가 ECB와 EU 집행위원회에서 보이는 독일과 프랑스의 독주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편으로 보인다.
현재 폴란드 출신 도날트 투스크 의장이 지키고 있는 이 자리는 EU의 정치적 의제를 설정하고 정상회의를 주재하는 역할을 한다.
중유럽 및 동유럽의 신생 회원국이나 남유럽 회원국이 노릴 수 있는 자리다. 마르크 뤼테 네덜란드 총리와 엔다 케니 전 아일랜드 총리, 달리아 그리바우스카이테 리투아니아 대통령, 토닝 슈미트 전 덴마크 총리 등이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한편 성별 역시 중요한 고려 사항으로 꼽힌다. 현재까지 여성은 ECB 의장이나 EU 집행위원장, 정상회의 상임의장을 맡은 적이 없다. EU 내에서는 향후 대표자 선출 시 이같은 불균형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스스로 EU 집행위원장 후보로 나설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 EU 관계자는 그러나 "독일 내 메르켈 총리의 반대 세력으로부터 나온 희망 섞인 농담"이라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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