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진 트럼프 '깜짝 외출'…"미친 짓" 비난 이어져
"확진 후 14일 격리 기간인데…"
동행한 경호 요원들도 위험해
기자단도 대통령 행보에 '황당'
[베데스다=AP/뉴시스]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입원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자동차에 올라 깜짝 외출, 미 메릴랜드주 베데스다의 월터 리드 국립 군 병원 밖에 모인 지지자들을 향해 엄지를 치켜 세우고 있다. 2020.10.05.
[서울=뉴시스] 양소리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자신이 입원 중인 월터 리드 군 병원 밖으로 갑작스럽게 모습을 드러냈다.
자신의 트위터에 동영상을 게시하고 '깜짝 방문'을 하겠다고 밝힌 직후에 일어난 일이다. 차량에 탑승한 트럼프 대통령은 마스크를 착용한 채 뒷좌석에 앉아 손을 흔든 뒤 약 15분 후 병원으로 돌아갔다.
트럼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행보에 보건 전문가들은 물론 백악관 출입기자들까지 나서 무모한 짓이라며 일제히 비난했다.
미국 의회전문매체 더힐은 "코로나19로 미국인 20만5000여 명이 사망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결정은 안전과 관련한 즉각적인 우려와 분노를 촉발했다"고 전했다.
코로나19 환자들은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기 위해 일반적으로 14일간 격리 조처를 해야 한다. 지난 2일 오전 코로나19 확진을 발표한 트럼프 대통령 역시 아직 전염력을 갖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월터 리드 군 병원의 내과의사인 제임스 필립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은 "미친 짓"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부적절한 트럼프 대통령의 '드라이브' 행사에 동행한 모든 이들은 이제 14일 동안 격리되어야 한다"며 "그들은 아플 수도 있다. 죽을 수도 있다. 정치극 때문에 말이다. 미친 짓이다"고 했다.
AP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차량에는 비밀경호국(SS) 요원 2명이 탑승했다. 이들은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조너선 라이너 조지워싱턴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경호원을 심각한 위험에 몰아넣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병원 내에서는 코로나19 환자와 밀접하게 접촉할 때 가운, 장갑, N95, 눈 보호 장비, 모자 등을 착용한다"며 이같은 장비도 없이 경호원을 대동한 트럼프 대통령은 "무책임의 극치"라고 말했다.
더힐은 비밀경호국 관계자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의 등장은 너무 무모하고, 부주의하고, 무정하다"고 보도했다.
백악관 출입기자단 대표인 제크 밀러 AP통신 기자는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일정을 미리 고지하지 않은 데에 분노를 터트렸다.
그는 "일정을 취재하는 기자단도 없이 병원을 떠난 건 '미친 짓'이다"며 현재의 안보 위기 상태에서 국민은 대통령이 어디에 있고,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확실히 알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국민은 대통령의 건강 상태와 관련해 신뢰할 수 있는, 독립적인 취재를 접할 자격이 있다"고 주장했다.
[뉴욕=AP/뉴시스] 2016년 11월29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선거캠프에서 공보국장을 맡았던 제이슨 밀러가 뉴욕 트럼프 타워에서 기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2020.10.05.
한편 트럼프 대통령 선거캠프는 이같은 비난에 "안전한 방법을 동원했다"며 반박했다.
트럼프 캠프의 선임보좌관인 제이슨 밀러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무모한 짓이 아니었다"며 "이날 등장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카메라 앞에 섰고, 대중이 그를 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경호원을 위험에 처하게 했다는 비난에 대해서는 "비밀경호국은 소속 요원들을 잘 돌보고 있다"며 "항상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애매한 답변을 내놨다.
밀러 보좌관은 "나는 백악관 작전에 참여한 사람도 아니고, 백악관 의료진도 아니다. 정확한 논리를 말할 수는 없지만 비밀경호국이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은 알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이 바이러스를 정면 돌파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걸 보여준 건 대단한 일이다. 다락방에 있든 지하실에 있든 갇혀 있을 수는 없다. 우리는 나가서 이끌어야 한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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