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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기부금에 젖어든 美아이비리그…우크라 침공에 '거리두기' 고심

등록 2022.05.12 17:4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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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억만장자 '명예 세탁용'…美하버드·예일대 등에 수천 억 기부

64억 받은 케네디 센터…'러시아 라운지' 명칭 변경, 관계 재설정

2500억원 받은 하버드…기부금 반환, 명칭 변경 여부 놓고 '냉가슴'

[캠브리지=AP/뉴시스]미국 매사추세츠 주(州) 캠브리지에 있는 하버드대학 캠퍼스 모습. 하버드 의대는 우크라이나 출신 러시아 억만장자로부터 2578억원 규모의 기부금을 받은 뒤 반환을 놓고 고심 중에 있다. (사진=뉴시스DB). 2016.02.26. *재판매 및 DB 금지.

[캠브리지=AP/뉴시스]미국 매사추세츠 주(州) 캠브리지에 있는 하버드대학 캠퍼스 모습. 하버드 의대는 우크라이나 출신 러시아 억만장자로부터 2578억원 규모의 기부금을 받은 뒤 반환을 놓고 고심 중에 있다. (사진=뉴시스DB). 2016.02.26.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김태규 기자 = 러시아의 억만 장자로부터 각종 기부금을 받아온 미국 동북부 8개 명문 사립대 아이비리그에 속한 대학들을 비롯한 서방 기관들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거리두기에 고심 중에 있다. 받은 기부금을 돌려주거나, 기부자의 이름을 새긴 건물 명칭을 바꾸는 등 이른바 러시아와의 '손절'을 통한 출구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CNN은 11일(현지시간) '막대한 러시아 자본에 얽힌 서구 교육·문화 기관의 부끄러움'이라는 제목의 분석 기사를 통해 미국과 영국 등 서방의 명문 대학과 예술계는 물론 유명 기업사이에 뿌리내린 러시아 억만 장자의 '명예 세탁용' 기부금 관행을 보도했다.

CNN은 "새로울 것 없는 과두정치(寡頭政治) 계층의 명예 세탁이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시작된 뒤 새로운 국면에 직면했다"며 "존 F. 케네디 센터가 최근 '러시아 라운지'의 명칭 변경을 통해 새로운 관계 설정에 나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억만 장자 블라디미르 포타닌은 2011년 케네디 센터에 500만 달러(약 64억원)를 기부했고, 센터는 오페라하우스 라운지 명칭을 '러시아 라운지'로 바꾼 바 있다. 이외에도 포타닌은 제너럴모터스(GM), 보잉사에 기부금을 내고 자신의 이름을 새기기도 했다.

포타닌은 1990년대 중반 당시 냉전 해체로 자금난에 시달리던 보리스 옐친 정부에 러시아 재계 자금을 빌려주는 시스템을 마련해 부를 축적해왔다. 러시아 정부가 대출금을 상환 못할 때 중공업 회사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재산을 증식했다.

CNN에 따르면 포타닌 외에도 러시아 억만장자 7명은 2009년 이후 미국의 대학, 자선단체, 박물관, 각종 재단에 수억 달러를 기부했다. 문화·교육기관들에 대한 기부를 자신들의 '명예 세탁' 도구로 활용했다.

우크라이나 출신 억만장자 렌 블라바트니크는 소련 붕괴 후 알루미늄·석유 등 국영 기업이던 곳을 사들여 부를 축적했다. 그는 2018년 하버드 의대에 사상 최대 금액인 2억 달러(약 2578억원)를 기부했다. 그에 앞선 2010년에는 영국 옥스포드 대학에 1억 달러(약 1289억원)를 기부했다.

블라바트니크는 또 카네기홀에 2500만 달러(약 322억원), 자신의 이름을 딴 펠로우십 신설 조건으로 예일 대학에 3500만 달러(약 451억원)를 기부하는 등 교육계와 예술계를 막론하고 기부금 명목으로 막대한 자본을 쏟아부었다.

블라바트니크는 미국과 영국 대학에 기부를 이어온 공로를 인정받아 두 나라의 시민권을 획득하기도 했다. 시민권 획득 방식으로 러시아인들로부터 기부금 수령을 금지하고 있는 미국 연방법을 피해갔으며, 공화당과 민주당의 주요 기부자로 자신의 이름을 널리 알렸다.

하지만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기부금을 받아왔던 미국과 영국 등 서방국가 내 여러 기관들의 고민이 시작됐다. 러시아 자본과의 거리두기를 통해 출구전략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CNN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 기관들은 과두 정치와 그들의 기부로부터 거리를 두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면서도 "4년 전 2억 달러를 기부받은 뒤 블라바트니크 연구소를 개교한 하버드 의대는 기금을 돌려주거나 연구소의 이름을 바꾸겠다는 말을 (공개적으로)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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