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조지아·몰도바 EU 신속 가입은 불가능" NYT
이미 오래전 신청하고 대기중인 나라 많고
프랑스·이탈리아 등 핵심국들이 반대
"확대시 EU 동질성 훼손 우려"
[브뤼셀(벨기에)=AP/뉴시스] 우르줄라 폰 데어라이엔 EU집행위원장이 1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유럽의회에서 열린 회의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화상 연설에 기립박수를 보내고 있다. 2022.03.02.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30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은 우크라이나 가입을 빚지고 있는가"라는 기사에서 EU 회원국들이 우크라이나를 비롯해 몰도바, 조지아 등 동유럽 소국을 러시아로부터 지켜내는 방안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도덕적으로 볼때 위 질문에 대한 답은 명확하다. 유럽과 미국 정부들이 우크라이나를 전면 지원하고 자금과 무기를 쏟아붓고 있는 점이 바로 그 답이다. 그러나 그 이면에서는 복잡한 논란이 진행되고 있으며 유럽국들 사이에 의견이 갈린다.
당초 러시아의 기대와 달리 EU는 러시아를 신속하게 제재하고 우크라이나에 막대한 군사지원을 지원해왔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몰도바, 조지아와 같은 나라들의 안보 우려를 덜기 위해 EU에 가입시키는 문제는 단순하지 않다.
30~31일 열리는 EU 특별정상회의에서 이 문제는 큰 화두다. 우크라이나는 EU 신속가입을 요청했지만 다음달 말 예정된 EU 정상회의 이전에는 결론이 내려지기 어렵다. 나아가 우크라이나 등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EU 정식 가입은 몇 년이 걸릴 수도 있다. 다만 유럽 지도자들은 이들을 서서히 가입시키면서 보호하는 문제를 본격적으로 논의하기 시작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는 최근 몇 주새 EU의 새로운 연합체를 제안했다. EU의 전통 핵심회원국 그룹과 주변국 사이를 구분하는 개념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9일 유럽의회 연설에서 "우크라이나 전쟁과 우크라이나, 몰도바, 조지아 등의 국민들이 EU에 가입하려는 열망으로 유럽 대륙 조직을 검토할 필요가 생겼다"면서 새 유럽정치공동체 개념을 제시했다. 우크라이나, 조지아, 몰도바 및 영국을 포괄하는 EU의 외곽국가들 모임이다. 그는 이 조직이 EU와 연관되지만 하부조직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마크롱은 이를 통해 취약한 국가들이 수십년이 걸릴 수도 있는 EU 가입절차보다 빠르게 유럽에 통합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 "정치 공동체가 유럽의 가치를 신봉하는 민주국가들에게 안보, 에너지, 수송, 인프라 투자 및 주민들의 자유이동 등과 관련한 정치적 협력 공간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심원으로 겹쳐지는 "여러 층"의 유럽 모임을 만들자는 생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89년 프랑수아 미테랑 프랑스 대통령도 같은 생각을 밝힌 적이 있다. 당시 미테랑 대통령은 러시아를 포함시키자고 했고 더이상 진전되지 못했다. 마크롱도 전에는 같은 생각이었다. 다만 이번에 러시아가 전쟁을 일으킨 지금이 적기라고 말하는 점이 다르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2월28일 침공당한지 4일 만에 정식으로 EU가입을 신청했고 EU 지도자들은 "가입 열망을 확인하고 유럽이 우크라이나를 선택할 것임을 밝혔다.
지난달 8일 우르술라 폰 데어 라이옌 EU 집행위원장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방문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내가 이곳에 온 것은 우크라이나가 유럽의 일원임을 밝히려는 것"이라며 "지금부터 우크라이나의 EU 가입 과정이 시작된다"고 선언했다.
이에 따라 폴란드와 발트해 국가들이 우크라이나 가입을 지지한다고 밝혔지만 상당수 유럽국 정상들이 가입 과정이 길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22일 클레망 본 프랑스 유럽장관은 "우크라이나에 거짓이나 환상을 말하고 싶지 않다. 솔직할 필요가 있다. 6개월이나 1, 2년 안에 EU에 가입할 것이라고 말하면 거짓말이다. 15년에서 20년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알렉산더 솰렌베르크 오스트리아 총리도 우크라이나가 EU와 관계를 맺는 제3의 길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제3의 길 주장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고 있지만 우크라이나가 EU에 신속히 가입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직후 몰도바와 조지아도 EU 가입 신청을 했다. 또 가입을 기다리는 다른 나라들도 있다. 터키는 1987년에 가입을 신청했으며 북마케도니아는 2004년, 몬텐네그로는 2008년, 알바니아와 세르비아는 2009년에 가입을 신청했다. 이들을 상대로 한 가입 협상이 이미 시작돼 진행중인 상태다.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는 물론 코소보도 가입을 희망하고 있다.
그러나 EU는 루마니아나 불가리아 등 가난한 국가들을 가입시킨데 따른 문제를 안고 있는 탓에 2013년 이후 가입시킨 나라가 없다. 가입 조건이 매우 까다로와진 것이다.
또 현재의 27개 회원국 모두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폴란드와 헝가리가 유럽의 가치와 법에 의한 통치의 원칙을 지키지 않는 것도 문제다.
독일 국제 및 안보연구소의 방위전문가 클라우디아 마요르는 "우크라이나, 조지아, 몰도바 같은 나라들은 취약해 조기에 EU와 NATO에 가입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EU와 교육, 전력망, 무역 및 경제 면에서 협력국지위를 갖는 방식이 있을 수 있다면서 "그러나 그것만으로 러시아를 막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핀란드와 스웨덴이 나토에 가입하는 건 미국이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다시 말해 "핵억지력과 미국의 군사력이 유럽을 안전하게 지키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들 나라에 온갖 지원을 하더라도 그들을 구하기엔 충분하지 않다. 그들이 원하는 생명보험을 제공할 순 없다"고 했다.
우크라이나를 신속 가입시키는 건 발칸반도 서부 국가들을 한층 더 소외시킬 것이다. 이들 국가들이 EU 가입 전망이 어두워지면서 러시아와 중국이 이 지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마크롱 대통령이 제안한 방식이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견해가 있다.
마크롱 대통령의 주장은 EU에 대한 프랑스의 영향력을 지키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이라는 비판도 있다. 독일 노이에 취르허 자이퉁 에디터 에익 구예르는 "마크롱은 이런 생각에서 가입 희망국들을 최후의 심판을 당할 수 있도록 방치하려는 것이다. 마크롱은 '유럽 정치공동체'가 EU에 보조적이라고 말했다. 모호한 표현이지만 목표는 분명하다"고 썼다.
반면 이들 나라들을 서둘러 가입시키면 EU의 엄격한 기준에 따라 회원국들을 개혁하려는 강력한 움직임이 약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피에르 비몽 전 미국주재 프랑스 대사는 "모든 희망국들을 가입시킬 수도 있지만 문제는 35개 회원국들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일 수 없게 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로선 "이 문제에 대한 답이 없다. 그렇다고 러시아를 망각하고 간과해선 안된다. 그럴 경우 몇 년 전(2014년 크름 반도 합병)처럼 결과가 좋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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