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파면 후 첫 주말, 엇갈린 광장…촛불 '축제' vs 태극기 '불복'
【서울=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 11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탄핵 환영 촛불집회에서 참가자들이 탄핵인용 결정을 축하하는 폭죽을 터뜨리고 있다. 2017.03.11. [email protected]
이날 양측의 집회 성격은 확연히 달랐다. 전날 헌법재판소(헌재)의 탄핵심판 선고에 따른 승패가 결정됐기 때문이다. 승리한 촛불측은 시종일관 축제분위기가 이어졌다. 반면 패배한 태극기측은 분노와 무거운 분위기가 가득했다.
◇축제속 마지막 촛불집회…"국민의 승리"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이날 오후 5시 '촛불과 함께 한 모든 날이 좋았다! 20차 범국민행동'을 진행했다.
이날 촛불집회는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박 전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며 매주 열렸던 촛불집회 대단원의 막이 내리기 때문이다.
특히 134일간 한결같이 주장한 탄핵을 끌어낸 집회는 축제의 장이었다. 연인원 1600만명이 넘는 참석자와 다수의 지지 국민들에 대한 감사의 표시이기도 했다.
이날 65만명(주최측 추산)의 시민들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선고 결과에 환호하고 기뻐했다. 또 헌정 사상 첫 대통령 파면에 기여했다는 자부심도 컸다.
1시간가량 시민 자유발언으로 이뤄진 1부 행사 뒤 이어진 2부 집회는 촛불권리선언문 발표와 시민 자유발언, 무대 공연, '촛불승리' 기념 폭죽과 파도타기 퍼포먼스 등으로 구성됐다.
기조발언에 나선 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은 "압도적인 민심으로 탄핵을 끌어냈다. 박 전 대통령의 퇴진을 열망한 국민 모두의 승리다. 헌정사상 최초로 대통령을 탄핵한 민중의 힘을 확인했다"며 감격스러워 했다.
'촛불권리선언문' 낭독에 나선 시민들은 "우리가 함께 밝힌 촛불은 민주주의와 인권이 권력을 독점한 소수 세력에게 유린당하고 조롱당하는 참담한 현실에 대한 참을 수 없는 분노였다"면서 "촛불시민은 그 어떤 울음과 아픔도 함께 끌어안으며 공감의 힘으로 희망을 만들어냈다"고 밝혔다.
또 "촛불시민은 부당한 권력을 탄핵시키는 것이 끝이 아니며 새로운 세상을 향한 긴 여정의 시작임을 안다"면서 "아래로부터 민주주의의 역량을 성장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행사 말미에는 일제히 하늘로 폭죽을 쏘아올려 촛불과 보라색 불꽃으로 밤하늘을 비추는 장관을 이루기도 했다.
본집회를 마친 뒤엔 거리행진이 이어졌다. 경로는 도심방면(세종대로사거리→을지로4가로터리→세종대로사거리로 돌아오는 도심행진과 청와대 방면(정부종합청사→청운동 주민센터, 주한미국대사관→청와대 분수대), 총리공관(열린시민공원→우리은행 삼청동점) 등으로 구성됐다.
행진 뒤 오후 8시께부터는 광화문광장에서 '촛불 승리 콘서트'가 진행됐다. 이날 무대에는 전인권, 뜨거운 감자, 우리나라, 한영애, 조PD 등 그동안 촛불집회에서 공연을 모인 가수들이 마지막 무대를 장식했다.
탄핵이라는 1차 목표를 달성한 퇴진행동은 앞으로 ▲박 전 대통령 구속과 공범자 처벌 ▲박근혜 정부 적폐 청산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퇴진 등에 주력한다.
촛불집회도 이어지지만 예전처럼 매주 토요일마다 열리지는 않는다. 퇴진행동은 오는 25일, 4월15일에 촛불집회를 열고 중대한 사안 발생시 필요에 따라 집회를 연다는 방침이다.
◇탄핵반대단체, 헌재 선고 불복…국민혁명 보수정권 창출
탄핵반대단체는 "헌법재판소(헌재) 선고에 불복하고 신당을 창당하겠다"고 예고했다.
【서울=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 박근혜 대통령이 파면(탄핵인용)된 가운데 11일 오후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앞에서 박사모 등 친박단체가 모인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 주최로 ‘제1차 국민저항운동 태극기 집회’가 열리고 있다. 참석자들이 태극기와 대형성조기를 들고 있다. 2017.03.11. [email protected]
이날 집회는 대체로 자제하는 분위기 속에 이뤄졌다. 주최 측은 이날 집회 참석자가 70만명 이상이라고 주장했다.
집회 연단에서는 주최 측이 창당할 신당에 대한 입당 권유와 함께 '정권 창출' 구호가 거론됐다. 대선주자로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등 특정인의 이름이 지목됐다.
국민저항본부는 성명에서 "승복할 수도 굴복할 수도 없다. 우리는 패배하지 않았고 이제 시작일 뿐"이라며 "국민의 정당한 권리 행사를 방해하는 자는 누구에게나 처절하게 저항할 것"이라고 밝혔다.
본집회 연단에서 김평우(72·사법연수원 8회) 변호사는 헌재와 재판관들을 강하게 비판했다.
김 변호사는 "헌재가 아니라 국회 소추위원회의 재동 출장소다. 이런 사람들에게서 헌법 재판을 받을 수가 있나"라며 "완벽한 민선 대통령을 파면한 것은 국회가 아닌 헌재"라며 "헌재는 국회에서 중대한 범죄라고 소추한 것은 전부 죄가 안 된다고 보고 경범죄만으로 탄핵했다"고 비난했다.
이들은 오후 4시2분께부터 약 2시간 동안 명동과 한국은행, 숭례문을 지나 대한문 앞으로 돌아오는 경로로 행진을 했다.
행렬은 '탄핵 무효' '국회 해산' '헌재 해산' 등의 구호를 외치면서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었다. 행진 도중 길가에 떨어진 휴지를 주워 버리는 참가자도 있었다. 시민들은 "불법 탄핵" "탄핵은 사기"라고 주장하는 행렬을 조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행진 이후 진행된 2부 집회에서는 보다 정치색 짙은 발언들이 나왔다.
정 회장은 "보수파 정권을 창출해 거짓 세력이 저지른 것을 하나씩 찾아서 바로 잡아야 한다. 이제 59일 남았다. 그러자면 지금 우리가 대통령 후보를 선택하고 밀어줘야 한다"며 "국무총리 공관을 가든 자택을 가든 황교안 권한대행 끌어내 출마 시키자"라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김진태(52·강원 춘천) 의원은 발언대에 올라 "이제 우리 힘으로, 황교안이 됐든 누가 됐든 제대로 한 번 해보자"고 말했다. 김 의원은 "직접 가서 투표할 날도 59일 밖에 남지 않았다. 페이스북도 하고 카카오톡도 하고 한 분, 두 분 더 데리고 나오시면 50% 된다. 그러면 역전승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오후 8시께 집회를 종료했다. 국민저항본부는 2차 집회를 18일 오후 2시 대한문 앞에서 열기로 했다. 주최 측은 파면된 박 전 대통령의 2차 집회 참석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날 집회에서는 참가자 일부가 과격한 행동을 보이거나 위험한 물건을 소지하다가 경찰의 제지를 받는 일도 있었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박성현 자유통일유권자본부 집행위원장 등 2명을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김모(20)씨 등 2명은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은 촛불·태극기집회에 대비하기 위해 207개 중대 1만6500여명의 병력을 투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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