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토끼 다진 문재인, 탄핵이후 산토끼 향해 나간다
그간 문 전 대표는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전까지 촛불집회 등에서 강한 어조로 박 전 대통령과 지지층을 비판해왔다. 또 안희정 충남지사의 대연정을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적폐 세력과의 연정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적폐청산이 우선이란데 방점을 찍어 왔다.
하지만 문 전 대표는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에는 조심스런 행보를 보였다. 진도 팽목항에 내려가 지지층을 다독이긴 했지만 그간 참석해왔던 촛불집회에는 불참했다. 탄핵 반대파 및 보수층을 의식한 행보로 볼 수 있다.
나아가 문 전 대표는 12일 기자회견에서 "민주주의 틀 안에서 소수의견도 존중하고 포용하는 원칙 있는 통합이 중요하다"면서 "정의롭고 상식적인 나라로 가기 위한 국민 모두의 소망 아래 하나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문 전 대표는 "이제 우리는 상처와 분열과 갈등을 넘어서서 하나가 되야 한다"면서 "대한민국은 통합의 길로 가야 한다. 타도와 배척, 갈등과 편가르기는 이제 끝내야 한다"고도 했다.
문 전 대표가 통합을 강조하고 나선 것은 크게 두가지다. 일단 민주당 내부의 경선 승리에 대한 자신감과 경선 이후 본선을 염두에 둔 확장성 높이기 차원이다. 특히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민심이 어떤 방향으로 변화할지 예단하기 힘든 상태에서 일단 통합의 메시지를 던져 보다 안정적인 리더십을 보여주자는 의도다.
여기엔 그간 탄핵을 위해 집토끼인 진보층 결집에 매진했다면 조기 대선이 현실화되면서 '확장성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중도와 중도보수층을 아우르자는 생각이 담겨 있다. 다소 소극적이었던 '통합'의 메시지를 들고 나와 안희정 충남지사 등 경쟁자에게 향했던 표심을 돌려 대세론을 굳히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문 전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진정한 통합은 적폐를 덮고 가는 봉합이 아니다. 적폐를 확실히 청산하면서 민주주의 틀 안에서 소수의견도 존중하고 포용하는 원칙 있는 통합이 중요하다"며 자유한국당을 포함한 대연정에 반대한 기존 입장을 확인했다.
그러나 문 전 대표는 "관용도 필요하다. 촛불을 들었던 절대다수 국민들이 탄핵을 반대했던 분들의 상실감마저 어루만질 때, 대한민국이라는 이름과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사실은 더욱 자랑스러워 질 것"이라며 "저부터 앞장서 노력하겠다. 소외됨도 박탈감도 없이 온 국민이 하나가 되어 다시 희망을 만들 수 있도록 책임 있게 제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문 전 대표는 이날 정치, 안보, 경제위기 대응을 약속하면서 자신의 안보관과 수권능력에 대한 보수층의 불신도 씻어내려 노력했다. 문 전 대표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해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는 등 특히 외교안보 분야에서 보수층으로부터 못 미덥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안보위기도 막아내겠다. 안보와 국방에 관한한 새로운 정부가 구성될 때까지 초당적 협력으로 단 한 치의 빈틈도 생기지 않도록 힘을 모으겠다"며 "오히려 저와 우리 당이 더 철저하게 적극적으로 챙기겠다"고 약속했다.
통합을 이야기하고 탄핵 반대파들도 아우르는 제스처를 보이면서 안보 문제까지 적극적으로 언급하고 나섰다는 점에서 이젠 문 전 대표가 대선 본선을 염두에 두고 중도와 중도보수까지 껴안기 위한 몸풀기에 나선 것으로 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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