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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취한 헌팅녀 성폭행 대학생 집행유예 석방

등록 2017.04.23 08:00:00수정 2017.04.23 19:4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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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 "초범에 재범 우려 적어"…준강간방조 친구 무죄

【서울=뉴시스】변해정 기자 = 술에 취한 헌팅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진 20대가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났다. 

 성폭행할 것을 알고도 방관했다 함께 기소됐던 친구는 법원이 무죄로 봤다.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1부(조성필 부장판사)는 21일 준강간 혐의로 구속 기소된 대학생 이모(24)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

 재판부는 또 준강간 방조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김모(24)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과 검찰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해 12월11일 오전 4시48분께 길거리에서 만난 A(19·여)씨와 술을 마신 뒤 A씨가 만취하자 DVD방으로 끌고 가 성폭행했다.

 DVD방 이용비는 친구인 김씨에게 건네받은 체크카드로 결제했다. 

 검찰은 이씨가 술에 취해 성적 자기 방어력을 전혀 행사할 수 없던 A씨를 성폭행한 것으로 보고 징역 2년6개월을 구형했다.

 그 근거로는 A씨의 당시 혈중알코올농도가 0.096%라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분석과 A씨가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해 이씨의 부축을 받는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을 들었다. 김씨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삭제하는 등 증거 은폐 정황도 내세웠다. 

 김씨에 대해서는 이씨가 A씨에게 성폭행할 것을 알고도 자신의 체크카드를 빌려줬다고 판단하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구형했다.

 하지만 이씨는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A씨와 합의 하에 성관계를 했다"고 줄곧 주장했다. A씨의 당시 혈중 알코올농도도 완전히 기억을 잃었다고 보기 힘든 수치라고 맞섰다.   

 다만 이씨는 이번 일로 상처를 입었다는 A씨에게 사과의 편지를 10여 통 썼다. 상당한 액수의 위자료를 건네 간신히 처벌불원서를 받아낸 뒤 재판부에 제출도 했다.

 김씨 역시 "이씨의 범행을 예상하지 못했다. 범죄를 방조하려 했다면 카드가 아닌 현금을 빌려줬을 것"이라고 항변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어 합의된 성관계로 보기 어렵다. 이씨의 주장과 달리 피해자의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객관적으로 높은 수치로 받아들여진다"며 "자신의 범죄 사실을 부인하고 있는 이씨의 태도로 볼 때 엄벌에 처하는 것이 마땅해 고민했다"고 전했다.

 이어 "피해자와 합의했다고는 하나 합의라는 것이 범죄 사실에 대한 반성이 전제돼야 한다는 점에서 범죄 사실을 부인하는 이씨의 합의는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다만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은 데다 이씨의 신분이 대학생이며 초범이다. 같은 범죄를 또다시 범할 가능성이 작은 점도 참작했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김씨의 입장에서는 적어도 이씨가 피해자를 유혹해 성관계를 가질 수는 있어도 범행할 거란 상황까지 인식했으리라 보기 어렵다"라며 김씨의 손을 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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