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노인자살 세계 최고···고령화 사회 '슬픈 자화상'
80대 10만명당 83.7명···20대 자살률의 5배
65세 이상 자살률 美의 3.5배, 日의 2.3배
노인 자살 주요 원인 경제적 빈곤과 건강
사각지대 다룰 인력 전문성·인프라 부족
예산 확보와 지역단위 체계 구축 시급해
【서울=뉴시스】위용성 기자 = 80대 노인 A씨는 아내의 자살로 혼자 남겨졌다. 아내는 당뇨와 고혈압으로 오랫동안 투병생활을 하다가 수면제를 삼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자식들에게 부담을 준다는 괴로움 탓이었다. 아내를 떠나보낸 뒤 A씨는 심각한 우울증에 시달렸다.
그 뒤로 극심한 생활고에 A씨는 기초수급생활대상자 신청을 했지만 거부당했다. 자녀들이 경제활동을 하고 있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자녀들과는 이미 오래전에 연락이 끊겼다. 끝내 자살을 결심한 A씨는 아내가 먹던 다량의 약물을 따라 삼켰다.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자살률이 2009년부터 6년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노인은 10만명당 54.8명으로 OECD 평균의 3.2배에 달한다.
그런데도 복지 사각지대에 몰린 노인들을 돌보는 시스템이 미비하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10년 뒤인 2026년 초고령사회(만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 이상) 진입이 예측되는 만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중앙자살예방센터에 따르면 2015년 국내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망자 중 65세 이상 연령대의 비율은 전체 중 28.4%로 나타났다. 이는 미국(10만 명당 16.6명)의 3.5배, 일본(10만 명당 25.8명)의 2.3배에 이른다.
초고령 노인일수록 더욱 심각하다. 10만명당 36.9세였던 60대 자살률은 70대에서 10만명당 62.5명으로 수직 상승했다가 80대에선 83.7명까지 높아진다.
노인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주요 원인은 경제적 빈곤과 건강 문제다.
보건복지부가 2014년 자살생각을 경험한 만 60세 이상 노인 68만6743명을 대상으로 자살동기를 물은 결과 절반에 가까운 노인들이 경제적 어려움(40.3%)을 토로하며 자살을 택한다고 답했다. 건강문제(24.3%), 외로움(13.3%) 등도 이유로 꼽았다. 독거노인 등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노인들에 대한 관리가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실제 노인들을 돌보는 복지사들은 "예산 지원이나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제대로 된 관리가 힘들다고 토로한다.
독거노인돌봄기본서비스를 제공하는 서울 시내 한 지역 복지관에서 근무하는 윤모(53·여)씨는 "우울증이 심각한 노인의 경우에는 근무 시간과 상관없이 밤낮으로 전화를 하고 이야기를 들어줘야 한다"며 "월평균 급여가 80만원 가량이다. 사실은 봉사의 개념으로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의 한 노인종합복지관에서 서비스 관리자로 근무하고 있는 이모(25·여)씨는 "계약직 자리다 보니 1년마다 자리를 옮긴다. 사회복지 분야 자체의 취업문이 워낙 좁다 보니 계약직으로 이런 곳에서 일을 배운 뒤 경력을 쌓아 정규직 사회복지사가 되기 위해 떠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지방으로 갈수록 이같은 현장 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다. 규모가 작고 재정자립도가 낮은 중소도시의 경우에는 빈곤계층의 독거노인에게 접근할 방법이 더욱 제한적이다.
허준수 숭실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일본의 경우 과거 우리처럼 중앙에 본부를 만들어놓고 지휘하는 방식이었지만 지금은 지역밀착형으로 나가고 있다"며 "지역밀착형 시스템을 구축하려면 예산을 대폭 증원해야 하고 지역사회의 각 기관들을 유기적으로 연결시키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허 교수는 "지금 우리나라는 지역사회에서 여러 가지 실질적으로 자살 예방을 할 수 있는 전달체계가 예산이나 인력 측면에서 매우 부족한 상태"라며 "국가 전체적인 정책도 중요하지만 지역단위에서 효율적으로 노인 위험군을 관리할 수 있는 체계 마련이 급선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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