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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생들, 김활란 '친일행적 팻말' 설치···학교측 '불허'

등록 2017.11.13 14:4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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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채윤태 기자 = '이화 친일 청산 프로젝트 기획단(친일청산 기획단)'과 이대 총학생회 등은 13일 오후 1시 서울 서대문구 이대 본관 김활란 전 총장의 동상 앞에서 김활란 친일행적 알림팻말 제막식을 열었다. 2017.11.13. chaideseul@newsis.com

【서울=뉴시스】채윤태 기자 = '이화 친일 청산 프로젝트 기획단(친일청산 기획단)'과 이대 총학생회 등은 13일 오후 1시 서울 서대문구 이대 본관 김활란 전 총장의 동상 앞에서 김활란 친일행적 알림팻말 제막식을 열었다. 2017.11.13. [email protected]


김활란 초대 총장의 친일행적·기고문 등 적혀
학교 측 "설치 불허···영구건축물 심의 거쳐야"

 【서울=뉴시스】채윤태 기자 = 이화여자대학교 학생들이 13일 김활란 초대총장의 동상 앞에 그의 '친일 행적'을 밝히는 팻말을 세웠다. 학교 측은 '설치 불허'를 통보했다.

 '이화 친일 청산 프로젝트 기획단'(친일청산 기획단)과 이대 총학생회 등은 이날 오후 서울 서대문구 교내 본관 김활란 전 총장의 동상 앞에서 김활란 친일행적 알림팻말 제막식을 열고 "우리는 역사 앞에서 부끄럽지 않고 당당한 이화를 바란다"며 "친일의 역사를 어쩔 수 없었다고 정당화 하는 게 아니라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민족문제연구소의 자문을 받아 친일청산 기획단이 설치한 팻말에는 김 전 총장의 '대표적 친일행적'이 적혔다. 김 전 총장이 일제 조선총독부 강사, 조선부인문제연구회 상무이사 등의 자리를 맡으며 친일 행위를 했다는 내용이다.

 또 김 전 총장이 1942년 12월 '신시대'에 기고한 "이제는 반도 여성 자신들도 아름다운 웃음으로 내 아들이나 남편을 전장으로 보내야…(중략)…우리도 국민으로서 최대 책임을 다함으로써 진정한 황국신민으로서의 영광을 누리게 된 것을 생각하면 얼마나 황송하고 감격스러운지…" 등의 글이 팻말에 기재됐다.

 친일청산 기획단은 "김활란 친일행적 알림팻말 세우기는 이런 친일파의 동상이 이화에 있다는 것이 부끄럽다는 마음에서 시작됐다. 1022명의 이화인이 직접 서명과 모금을 통해 팻말 제작에 나섰다"며 "이는 그동안 지속됐던 친일파 동상에 대한 문제 제기를 바탕으로 바로잡기 위한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행동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고 설명했다.

 정어진 친일청산 기획단장은 "김활란 친일 행정 알림 팻말은 김활란 전 총장의 친일 행적을 알리는 의미만은 아니다. 한국 사회에서 친일 청산 문제가 오랜시간 침묵에 빠져있다. 이대 김활란, 고려대 김성수, 연세대 백낙준 등의 친일파 동상도 침묵 속에 유지돼 오고 있다"며 "친일 행적 알림 팻말을 세워 더이상 한국 사회에서 친일 문제를 묵과하지 않을 것임을 선언한다. 대학에서 모든 친일파를 몰아내기 위한 출발점이 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김혜완 부총학생회장은 "얼마 전 총장과의 면담 자리에 함께 참석했다. 그러나 김 전 총장의 친일 행적을 알리는 팻말에 대해서 반대하는 건 아니지만 설치가 규정상 어렵다는 말을 반복했다"며 "초대 총장을 어떻게 기억할지 학생들의 의견이 있었고 자발적인 움직임이 오늘의 제막식에까지 이르렀다. 규정상 허가하지 못하는 태도는 설치 허가를 못한다는 학교의 입장을 분명히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대생들, 김활란 '친일행적 팻말' 설치···학교측 '불허'


 이대 당국 측은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이미 규정에 어긋난다고 기획단 측에 '불허' 공문을 보냈다. 규정상 영구건축물의 경우에는 학교 건축물 명칭 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며 "친일 안내 팻말이 영구건축물인지, 심의를 거치지 않은 영구건축물에 대해서 어떻게 조치를 취할지 추후 논의해볼 것"이라고 전했다.

 이날 제막된 팻말은 지난 3월부터 총 1022명의 이대 학생들의 서명과 모금으로 제막됐다. 총학생회와 단과대, 과학생회 등 31곳, 이화 민주동우회 500여명의 서명도 받았다.

 앞서 지난 2월18일 이화여대 학내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구성된 '이화를 사랑하는 재학생 및 졸업생'은 차기 총장 선출 방식에 대한 항의로 본관에 위치한 김활란 동상에 대형 비닐을 씌우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이들은 '재단독재 이제 그만'이라고 쓰여진 스티커를 김활란 동상에 씌웠다. 이 비닐은 학교 측에서 하루 만에 철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대생들은 지난해 미래라이프대학 사태 등 그동안 학교 이슈가 있을 때마다 김활란 동상에 항의 의사를 표시해왔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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