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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폭 가해자 '학생부 미기재 방안' 논란…학교마다 기준달라

등록 2017.12.22 1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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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2018년 대입 수능 성적표가 배부된 1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고등학교에서 선생님과 학생이 성적표를 들고 가채점 점수와 비교해 보고 있다. 2017.12.12.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2018년 대입 수능 성적표가 배부된 1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고등학교에서  선생님과 학생이 성적표를 들고 가채점 점수와 비교해 보고 있다. 2017.12.12. [email protected]


 전문가들, 관계회복 중심 개선안에 대체로 공감
 일부 우려도 "학교장·교사 생활지도 역량 우선돼야"
 "학교마다 학생부 조치 인식·기준 달라...논란 여지 있어"

【서울=뉴시스】강세훈 기자 = 경미한 학교폭력 사안에 대한 학교 내 갈등 조정 기간 운영, 학생부 미기재 등의 내용을 담은 서울시교육청의 학교폭력 사안처리 제도개선안에 대해 전문가들의 기대와 우려가 엇갈린다. 대체로 학교폭력 사안처리의 문제점을 개선하는 데 긍정적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하는 가운데 구체적인 세부안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생활기록부 미기재 방안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이날 서울시교육청은 자치위원회 개최 전 '갈등조정 기간' 운영과 경미한 사안에 대한 학교장 자율권 부여, 경미한 사안에 대한 생활기록부 미기재, 중대한 사안에 대해선 전문가로 구성된 심의위원회 이관 등의 학교폭력사안처리 제도개선안을 만들어 교육부와 국회에 제안했다.

처벌에 초점이 맞춰진 현행 학교폭력 사안처리 과정을 관계회복으로 전환하자는 게 서울시교육청의 제안이다.

 학교폭력 전문가들도 민원, 소송 등이 급증하는 등 현행 제도에 부작용이 많다고 보고 큰 틀에서 관계회복 중심의 제도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라며 대체로 공감하고 있다.

이화여대 정제영 교수는 "흉포한 학교폭력 사안도 있지만 실제 학교 현장에서는 그런 사건보다는 사소한 사건이 많다”며 “동일한 기준과 절차로 다룬다는 게 갈등의 소지가 있기에 구분해 줄 필요가 있다는 데 대해 공감대가 있다”고 말했다.

순천향대 이신동 교수는 “학교폭력이 옛날보다 심각해지고 복잡해 졌지만 실제보다 부풀려져 보이는 것도 있다”며 “경미한 사안에 대해서는 학교에서 처리할 수 있게 믿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학교마다 특성이 있고 여러가지 구조적인 환경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외부에 학교폭력 문제를 맡기게 되면 사안을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할 수 있다”며 “학교의 역량을 키우고 학교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가장 좋은 방안”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학교장 자율권 부여에 앞서 학교폭력을 다루는 학교장과 교사의 생활지도 역량이 갖춰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승혜 청소년폭력예방재단 학교폭력SOS지원단장은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소송으로 길어지고 어른싸움으로 번지면서 아이가 안전하게 학교에 못 다니는 경우도 있다”며 "학교폭력에 대해 처벌 보다 아이가 학교생활 안전하게 할 수 있게 하자는 데 대해서는 궁극적으로 동의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이를 위해 중요한 것은 학교폭력을 다루는 학교장이나 교사가 자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하는 것”이라며 "어떤게 학교폭력인지 정확히 볼 수 있어야 하고,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이 있어야 하고, 전문적인 지식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단장은 또 "어떤 학교폭력 사안이 경미하고, 어떤 학교폭력이 중대하다고 판단할 것인지에 대한 세부안이 정확히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취업진로지원센터 이민경 대표는 “학교장 권한으로 사안을 처리하는 데 대해 학부모들이 과연 결과를 수용할지 물음표가 달린다”며 “학교장 권한으로 일을 처리한다는 것에 대해 반발을 살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다수의 전문가 집단을 만들어서 관내에 학교 폭력이 벌어졌을 때 투입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해학생 1~3호 조치 학생부 미기재 방안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서울교육청은 이번 개선안에 가해학생 조치 1~9단계 중 경미한 사안에 해당하는 1~3단계는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김승혜 단장은 “지금 상황에서 1~3호 사안에 대해 미기재 하는 것으로 한다면 피해자 측의 반발이 있을 것”이라며 "아직 피해자 보호나 치유가 완전하지 않은데다 학교 폭력 처리 기준이나 인식이 모든 학교가 동일하지 않다. 이 때문에 어떤 학생은 1호를 받아서 학생부에 기재되지 않는 반면 비슷한 사안으로 어떤 학생은 5호를 받아 기재되느냐는 논란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에 대한 대안을 만들고 나서 학생부 미기재 방안이 마련되면 좋겠다”고 밝혔다.

정제영 교수는 “교육에 실제 참여하고 있는 당사자들은 과반수 이상이 학생부 기재를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사소한 것까지 다 기재하다 보니 나타나는 민원이나 분쟁이 너무 늘어나고 있다”며 "1~3호를 미기재 하는 방법도 있고, 아니면 조건부로 학생부 기재를 한번 정도 유예해 주는 방법도 있을 수 있다. 여러가지 의견을 수렴해서 결정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민경 대표는 "경미한 사안에 해당하는 1호(서면사과) 까지 학생부에 남아서 학생 진학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과연 어디까지 지우고 남길 것인지에 대해서는 더 고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경미한 조치에 해당하는 제1~3호는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하지 않도록 해 학교가 법적분쟁에서 벗어나 본래의 취지인 피해학생 보호와 치유, 가해학생 선도와 재발방지 등에 더욱 집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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