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일지, 재학생에 입맞춤 인정…"나는 수도사처럼 살아"
학생 "갑자기 입 맞추고 속궁합 잘 맞을 것이라고"
하일지 "키스는 완력으로 한 게 아니라 급습한 것"
"재학생에게 그런 일 한 번 뿐…학생에 이미 사과"
동덕여대 학생회, 19일 기자회견 열고 대책 촉구
【서울=뉴시스】안채원 기자 = 강의 중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 운동과 성폭력 피해자를 조롱해 논란이 된 임종주(필명 하일지·사진) 동덕여자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가 재학생에게 강제로 입을 맞췄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자신을 동덕여대 문예창작과 재학생이라 소개한 A씨는 지난 15일 학내 커뮤니티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게시글을 올렸다.
해당 글에 따르면 A씨는 2014년 겨울 평소 임 교수와 식사·반주를 할 정도로 가까운 사이였다. A씨는 "성추행은 평소와 같이 식사와 반주를 하고 차를 타고 돌아오는 길에서 일어났다"며 "갑자기 교수가 제 한쪽 팔을 자신 쪽으로 끌어 입을 맞췄다"고 했다.
이후 A씨는 "집으로 가는 길에 교수님은 제게 가볍게 사과를 했다"며 "왜 이런 일을 하셨느냐고 물었더니 갑작스러운 충동에 자기가 실수했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또 임 교수가 자신에게 "만나왔던 여러 여자 중에 다른 방면에서는 잘 맞았지만 속궁합이 맞지 않았던 경우가 더러 있었다", "너와는 속궁합이 맞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A씨는 "당황스러웠고 수치스러웠다"며 "교수님은 일을 수습하려 했는지 무슨 생각이었는지 술 한잔을 더 하자고 제안했지만 거절했다"고 전했다.
A씨는 또 "저는 학교를 다녀야 하고 졸업을 해야 하는 약자의 입장에서 앞으로의 제 학교 생활에 문제가 없게 하기 위해 정말 참담한 심정으로, 어쩌면 비겁하게 사과 메일을 보냈다"며 "제가 사과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피해자가 아니라는 결론이 도출되는 건가"라고 반문했다.
해당 글에서 A씨는 2015년 3월10일 임 교수가 자신의 행위 일체를 인정하고 죄값을 달게 받겠다고 말한 통화 녹음본이 있다고 밝혔다.
임 교수는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강제성이라하면 그야말로 완력으로 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 키스는 급습한 것"이라며 "그걸 강제성이라고 한다면 강제성이 있다고 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원래 누구를 사랑하는 경향이 있는데 때로는 돈이 없어서, 용기가 없어서, 말이 통하지 않아서, 이제는 늙어서 살면서 키스를 하거나 잠자리한 여성은 손가락으로 헤아릴 정도"라며 "수도사가 아닌데도 수도사처럼 살았다"고 말했다.
그는 추가 가해 학생 여부에 대해선 "재학생으로는 A씨 한 번 뿐이고 이미 사과했다"고 선을 그었다.
임 교수는 지난 15일 대학 강의에서 김지은(33)씨가 안희정(53) 전 충남지사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결혼해준다고 했으면 안 그랬겠지"라며 "질투심 때문"이라고 답해 2차 가해 논란을 일으켰다. 같은 강의에서 김유정 작가의 소설 '봄봄'의 줄거리를 '점순이가 순진한 총각을 꼬시려는 내용'이라고 설명해 미투 운동을 조롱했다는 파문도 일었다.
동덕여대 총학생회는 19일 오후 6시 학내 본관 앞에서 임 교수에 의해 제기된 일련의 성추행에 대한 기자회견을 진행할 예정이다.
총학 측은 "대학 내 인권문제가 발생했을 때 열리는 징계위원회에는 학생이 참석할 수 없다"며 "학생들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인권센터 설립 촉구 내용을 담은 성명서를 낭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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