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중형 선고…다수 시민들 "인과응보, 재판부 신뢰"
"합당한 형량…후대에 사면만 안 했으면"
"가슴 아프지만 잘못한 건 벌을 받아야"
朴 모교 후배 "우리 동문 아냐…부끄럽다"
진보단체 "국민 앞 반성 없어 중형은 당연"
보수단체 "사익 취한 게 없는데 양형 과도"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 1심 선고 공판이 진행중인 6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학생들이 중계를 시청하고 있다. 2018.04.06. [email protected]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과정에선 세대나 이념에 따라 국론이 분열되는 진통을 겪었지만, 전반적인 여론은 중형을 선고한 사법부 판단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다만 일부 보수적인 성향의 장년층은 사법부를 신뢰하지 않았다.
◇"재판부 판단 신뢰" "합당한 형량"…시민들 긍정 평가
이홍재(27)씨는 "재판부의 판단을 신뢰한다"며 "법리적인 부분까지는 잘 모르지만 그게 타당하다면 법에 의해서 처벌받아야 한다. 직책의 특성이 있지만 법 앞에서는 모두 평등하니 잘못을 했으면 (벌을) 받아야 하는게 마땅하다"고 말했다.
신촌에서 만난 대학생 정모(24·여)씨는 "법에 따라 (심판) 받아야 한다. 나이 때문에 형량이 줄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선고 결과가 어떻든 법은 가치판단의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학원생 김윤환(29)씨는 "합당한 형량"이라고 만족했고, 배소연(24·여)씨는 "검증을 거쳐서 나온 결과인만큼 적정하다고 생각한다. 후대에 사면만 안 시켰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영복(65·여)씨는 "나는 극보수라 대통령이 구속된 게 가슴이 아프다"면서 "그렇지만 삼십년이든 무기징역이든 잘못한 건 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판결에 수긍했다.
정진섭(63)씨는 "국민의 삶을 위하는 정치인이 잘못을 저지르면 안 된다"며 "당연한 결과"라는 반응을 보였다.
【서울=뉴시스】고범준 기자 =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 징역 24년 및 벌금 180억 원이 선고된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태극기를 들고 행진하고 있다. 2018.04.06. [email protected]
일각에선 여전히 국정농단 재판 자체에 불신을 갖고 바라보는 시민들도 있었다.
탑공공원에서 만난 손문식(83)씨는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해야지, 꼭 인신구속 시켜서 검찰이 편한대로 하느냐"며 "이런 식이면 어느 대통령도 구속 안 될 사람이 없다. 국민 감정에 따라 판결을 내린 것 아닌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모씨는 "(판결 결과를) 보고 말것도 없다"며 "(형량을)15년 때리든 100년을 때리든 상관할 바 아니다. 구형과 심판 과정이 계획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며 사법부를 불신했다.
태극기 집회에도 참여했던 전길환(70)씨는 "(형량이)삼십년이든 뭐든 짜놓은 각본대로인데 무슨 소용이 있냐"며 "확실한 증거가 없잖나. 증거가 없는데 뭐하는 건지 이건 될 수가 없는 거다. 야권 탄압이다. 박근혜보다 죄 안 지은 사람 누가 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박근혜 모교 서강대생들 "부끄럽고 창피…동문 아니다"
모교 역사상 첫 대통령을 배출한 자부심이 한 순간에 부끄러움이 된 서강대생들은 씁쓸해하거나 침통한 분위기였다.
최근호(25)씨는 "부끄럽다. 동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실망감을 드러냈고, 김문재(25)씨도 "동문으로서 부끄럽다. 다들 비슷한 반응이다"라고 전했다.
김진혁(26)씨는 "주변에선 무기징역까지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학생들도 있다"며 "자본주의, 민주주의를 무시한 대통령이 안일하게 정치를 했다. 서강대에서는 당선됐을 때도 퇴진운동을 했다. 처음부터 믿음 없었고 잘 할거란 생각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이 졸업한 서강대 전자공학과에 재학중인 김모(23)씨는 "창피하다"며 "당선될 당시에는 자랑거리였고 기대감도 있었지만 이후 행보를 보면서 많이 실망했다. 교수님들이나 친구들도 (이번 선고에 대해) 따로 얘기는 없었지만 다들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다"고 주변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 1심 선고 공판이 진행중인 6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중계를 시청하고 있다.박근혜 전 대통령은 1심에서 징역 24년과 벌금 180억이 선고 됐다. 2018.04.06. [email protected]
시민사회단체에서는 온도차가 있었다. 진보성향의 단체는 일제히 환영하는 반면 대부분의 보수단체들은 논평 자체를 꺼렸다.
김삼수 경실련 정치법조팀장은 "대통령 신분에서 자행한 범죄들로 죄질이 상당히 나쁘고 재판을 거부하거나 사법 절차를 무시한 행태도 보였다"며 "국민 앞에 반성, 사과도 없었기 때문에 법원의 중형은 당연한 결과"라고 말했다.
박정은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응당 치러야 할 대가"라며 "국민에게 한 번도 사과하지 않고 일체 혐의 부인하고 재판 거부하고 있다. 그 어떤 반성도 없기 때문에 중형선고는 당연하다"고 평했다.
민주노총은 논평을 통해 "박 전 대통령은 재벌대기업으로부터 뇌물을 수수하고, 권력을 사유화 해 국정농단을 저지른 주범"이라며 "오늘 선고결과를 누구를 탓하기 전에 자업자득 판결로 받아들이고 겸허히 수용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수 성향인 바른사회시민회의 전삼현 사무총장은 "대통령 본인이 사익을 편취한 것은 없는데 양형이 너무 과도하다고 생각된다"며 "대통령이 공익을 위해 결정하고 지시한 걸 직권남용이라고 하면 공직사회가 소극적일 수밖에 없고 국가 운영에 어려움이 많을 수 있다. 직권남용과 청탁에 대한 부분 등 공익이라는 관점에 대한 논의가 항소심에서 다뤄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을 반대하거나 태극기 집회를 주도했던 일부 극우단체 측은 판결에 대한 논평이나 언급 자체를 꺼리며 우회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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