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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미 "고은, 민족문학 수장이란 후광이 오랜 범죄 가려"

등록 2018.08.23 14:5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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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시민행동 "손배 청구는 2차 가해"

"최 시인 폭로, 미투운동 중요 계기돼"

"손해배상 소송 과정에 연대 대응할 것"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관 정의실에서 열린 '시인 고은 손해배상 청구소송 공동대응을 위한 기자회견'에 참석한 최영미 시인이 피켓을 들고 있다. 이들은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되었던 고은 시인이 최영미, 박진성 시인과 언론사 및 기자에게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것에 대해 강력하게 규탄하며 공동대응을 논의한다고 밝혔다. 2018.08.23. 20hwan@newsis.com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관 정의실에서 열린 '시인 고은 손해배상 청구소송 공동대응을 위한 기자회견'에 참석한 최영미 시인이 피켓을 들고 있다. 이들은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되었던 고은 시인이 최영미, 박진성 시인과 언론사 및 기자에게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것에 대해 강력하게 규탄하며 공동대응을 논의한다고 밝혔다. 2018.08.23.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심동준 기자 = 고은(85) 시인이 자신을 대상으로 한 미투 폭로에 증언자들을 대상으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것에 대해 여성단체가 "자신의 위법행위를 덮고 피해자와 증언자를 위축시키려는 2차 가해의 전형"이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350여개 여성·노동·시민사회단체가 연대해 구성한 '미투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미투시민행동)'은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관 5층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고은 시인의 반격은 피해자의 용기 있는 외침을 묵살하는 것"이라며 "성폭력 가해자가 반성하고 자신의 잘못에 책임질 기회를 스스로 박탈한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기자회견에서 최영미 시인은 "민족 문학의 수장이라는 후광이 그의 오래된 범죄 행위를 가려왔다"라며 "이 재판에는 저 개인의 명예만이 아니라 이 땅에 사는 여성들의 미래가 걸려있다"라고 주장했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우리 사회에서 성폭력 피해자들을 무고나 명예훼손으로 역고소하는 일은 늘 있어왔다"라며 "우리는 미투 운동을 통해 더욱 강해지고 단단해졌다. 더 이상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부당한 대우나 불이익, 2차 피해, 역고소 등을 두고 보지 않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의 문화 권력으로 인해 피해자들은 20여년이 훨씬 지나서야 이 사실을 알릴 수 있었다. 그런데 이런 사실에 대한 진심 어린 사죄는커녕 거액의 손배소로 대응하고 있다"라며 "이번 사건을 맡은 법원의 성인지감수성을 믿고 기대한다. 고은 시인은 명예훼손을 말하기 전에 피해자들이 겪어온 고통을 헤아리고 자기 행동에 대해 깊이 반성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고미경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는 "권력과 지위를 이용해 예술, 문화의 이름으로 행해진 성폭력은 반드시 근절돼야 할 범죄" "최 시인의 용기 있는 말하기에 손배소로 대응하는 것은 악의적이고 정의롭지 못한 행동이다"라며 "명예를 조금이라도 지킬 마음이 있고, 지식인으로서의 양심이 남아있다면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철회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 시인의 소송 대리를 맡고 있는 조현욱 변호사는 "최 시인의 고은에 대한 성추행 폭로는 미투운동의 중요한 계기 중 하나였다. 최 시인의 행동은 문화 권력을 상징하는 고은의 오랜 추태, 그를 묵인하고 비호하는 문단 내 침묵을 그대로 둘 수 없다는 용기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정의했다.

 또 "이 재판은 단순히 하나의 사건에 머무르지 않고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라며 "더 이상 예술성이란 미명 하에 여성에 대한 성추행, 성희롱이 용인돼서는 안 될 것이다"라고 했다.

 미투시민행동은 "최 시인의 용기 있는 행동은 수많은 피해자들의 용기가 됐다. 하지만 가해자로 지목된 고은은 문제 제기 이후 오랜 시간 잠적하다가 뒤늦게야 거액의 손배소를 청구했다"라며 "이번 손배소 과정에 연대하고 최 시인에 대한 2차 피해에 단호히 대응하겠다"라고 밝혔다.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관 정의실에서 열린 '시인 고은 손해배상 청구소송 공동대응을 위한 기자회견'에 참석한 최영미 시인이 발언을 하고 있다. 최진협(왼쪽부터) 한국여성민우회 사무처장, 고미경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 최영미 시인, 조현욱 한국여성변호사회 회장, 이재정 한국여성단체연합 활동가. 2018.08.23. 20hwan@newsis.com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관 정의실에서 열린 '시인 고은 손해배상 청구소송 공동대응을 위한 기자회견'에 참석한 최영미 시인이 발언을 하고 있다. 최진협(왼쪽부터) 한국여성민우회 사무처장, 고미경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 최영미 시인, 조현욱 한국여성변호사회 회장, 이재정 한국여성단체연합 활동가. 2018.08.23.  [email protected]

아울러 "고은 시인의 성폭력 피해자를 지원하기 위해 개설되는 '고은 시인의 성폭력 피해자 및 목격자 제보센터'와 적극 연대해서 피해자 회복과 가해자 처벌을 위한 활동을 함께 전개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앞서 고은 시인은 지난달 17일 본인에 대한 성추행 의혹을 제기한 최영미 시인과 박진성 시인에게 각각 1000만원, 이를 보도한 언론사 등을 대상으로 2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고은 시인에 대한 미투 폭로는 지난 2월 최영미 시인의 시 '괴물'에서 촉발됐다. 시 괴물은 원로 문인의 과거 성추행 행적을 고발하는 내용으로 구성됐드며 'En선생'이라는 단어가 등장한다.

 최 시인은 원로 시인의 추행이 상습적이었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박 시인은 본인의 블로그에 최 시인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글을 올렸다고 한다.

 미투 폭로 이후 서울시는 고은 시인의 서재를 재현한 서울도서관 내 전시 공간인 '만인의 방'을 철거했다. 또 고은 시인은 문인 단체인 한국작가회의 상임고문직을 내려놨다.

 고은 시인은 본인에 대한 미투 폭로와 관련해 의혹을 부인하는 입장을 내놓았던 바 있다. 고은 시인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은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4부(부장판사 이상윤)에 배당됐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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