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빈곤층, 이자 갚는데 年1256만원…가처분소득보다 156만원↑
45% "외식비 줄였다"…"사회보장체계 강화해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근로빈공층 가계부채 실태연구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14일 시민들이 서울 시내 한 금융기관 대출 광고 현수막 앞을 지나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금리가 오르면 가계빚을 보유한 차주 중에서도 '저소득층', '50대', '자영업자'가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한국은행이 지난달 기준금리를 인상한 데 이어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금리인상에 나서자 가계부채 문제에 경고 신호를 보낸 것이다. 본격적인 금리인상기에 진입하면 취약 차주를 중심으로 이자 부담이 높아져 가계빚 리스크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한국은행은 "일부 취약계층의 이자부담 증가 정도가 비교적 큰 점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며 "금리가 높은 비은행 고위험 대출을 보유하거나, 취약차주인 경우 금리상승에 따른 채무상환 부담이 가중될 가능성이 클 수 있기 때문에 소득 여건 개선이나 상환 능력 마련 등을 위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2017.12.14. [email protected]
근로빈곤층이란 가구주가 노동 가능 연령인 20~64세인 가구 중 수입에서 소비와 저축 등으로 소비할 수 있는 가처분 소득이 중윗값의 50%를 밑도는 계층이다. 전체 근로 연령 가구원 가운데 11.0%가 여기에 해당한다.
16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미래전략연구실 노대명 선임연구위원이 집필한 '근로빈곤층 가계부채의 실태와 향후 대응 방안'에 따르면 2015년 근로빈곤 가구의 평균 가처분소득은 연간 1100만원으로 전체 가구 평균(4628만원)의 23.8%에 불과했다.
반면 가구당 평균 부채 총액은 5647만원으로 전체 가구 평균(7544만원)의 74.9% 수준으로 높았다. 다른 소득계층에 비해 신용대출이나 신용카드 대출금액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문제는 부채 상환 부담이었다. 지급이자와 상환액에만 매년 1256만원을 지출하고 있었다. 가처분소득 대비 114.2%에 달하는 규모다. 이를테면 소비와 지출에 쓸 수 있는 돈이 100만원인데 이자와 부채 상환에 114만2000원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낮은 소득과 높은 부채 상환 부담은 연체와 채무불이행으로 이어졌다. 부채를 가진 근로빈곤 가구 중 원리금 상환을 연체하는 가구의 비율은 24.2%로 전체 가구 12.9%의 두 배에 달했다.
노대명 연구위원은 "근로빈곤층은 낮은 신용에 따른 고금리 등으로 부채 상환 부담이 상대적으로 큰 상황"이라며 "이는 새로운 부채로 기존 부채를 갚는 악순환의 위험성을 말해 준다"고 분석했다.
이런 상황에서 10명 중 6명은 생활비와 교육비, 의료비 조달을 위해 추가로 부채를 지고 있었다. 부채 증가 원인으로 38.2%가 생활비 마련을 꼽았고 15.2%는 교육비, 6.7%는 의료비 등을 지목했다.
부채를 가진 근로빈곤층 중 45.1%는 결국 식품외식비를 줄였다. 이는 중하층(36.1%), 중상층(27.8%), 상위층(18.9%)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이런 가계부채 부담은 가처분소득 상 빈곤층을 양산했다. 가처분소득에서 원금과 이자를 갚는 데 들어간 비용을 빼면 중하층(10.1%)과 중상층(3.3%)은 물론 상위층(2.0%)에서도 빈곤층 수준으로 가처분소득이 낮아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따라서 근로빈곤층 가계부채 대책에선 정부의 정책 패러다임이 부채를 '개인 책임'으로 간주하기보다 '추가 부채 발생 억제'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진단이 나온다.
노대명 연구위원은 "지난 10여 년간 가계부채 대책이 금융 대책에 초점을 맞추어 왔다면 향후 대책은 근로빈곤층의 취업 여건을 개선하고 사회보장체계를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며 ▲노동시장 내 임금 격차 및 차별 해소 ▲서비스업종 일자리 질 제고 ▲대부업체 관리체계 강화 등을 제안했다.
아울러 "근로빈곤층 과중채무자에 대한 기초생활 보장을 강화하기 위해 복지급여 신청 창구를 과중채무자 상담 및 지원 창구와 통합하거나 연계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며 "근로빈곤층 과중채무자의 채무불이행이 급여나 서비스 수급의 배제 사유가 되는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2016년 통계청의 '가계금융복지조사'를 토대로 했으며, 통계청 자료는 2015년 기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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