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참사 알린 마지막 가두방송 주인공" 박영순씨는 누구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 기념공연서 박씨 이야기 스토리텔링 주목
【광주=뉴시스】박진희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9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해 5·18 가두방송 여성을 위로하고 있다. 2019.05.18. [email protected]
1980년 5·18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전남도청 방송실에서 애절한 목소리로 마지막 가두방송을 진행했던 박영순(61·여)씨의 이야기가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꾸며지면서 그녀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국가보훈처는 18일 제39주년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기념공연을 통해 당시 박씨의 활동을 재조명 했다.
박씨는 39년 전인 1980년 5월27일 오전 2시30분 전남도청 1층 상황실 옆 방송실에서 죽음을 앞둔 시민군의 상황을 마지막까지 알린 주인공이다.
당시 21살이던 박씨는 꿈 많은 아가씨였다. 송원대학교 유아교육학과 졸업을 앞두고 광주여고와 전남여고에서 학생들에게 가야금을 가르쳤다.
수업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던 박씨는 학생 한 명이 다리에 관통상을 입고 피를 흘리고 있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그런 그녀에게 시민군이 다가와 광주 상황을 알리는 걸 도와 달라고 부탁한다. 박씨가 시민군을 도와 5월21일부터 가두방송을 하게 된 동기다.
박씨는 광주민주화운동 마지막 날인 5월27일 새벽에 계엄군의 진압에 맞서 시민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방송을 하다 총부리를 겨눈 채 들이닥친 계엄군에 의해 도청 방송실에서 체포됐다.
당시 박씨는 27일 오전(새벽) 2시20분부터 15분간 세 차례 방송을 했다.
마이크를 잡은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광주시민 여러분, 지금 계엄군이 쳐들어오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우리 형제, 자매들이 계엄군의 총칼에 죽어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광주를 사수할 것 입니다. 시민 여러분, 우릴 잊지 말아주십시오"라고 호소했다.
광주민주화운동을 주제로 한 영화에서 소재로 주로 활용되는 젊은 여성의 애절한 마지막 가두방송 대목은 5·18의 아픔을 상징하는 아이콘이 됐다.
마지막 방송을 하다 현장에서 체포된 그녀는 광주 상무대 보안실로 끌려가 두 달 넘게 모진 고문과 협박을 받아야 했다.
이후 재판에 넘겨진 박씨는 '계엄법 위반, 내란부화 수행죄'로 1년 실형 선고를 받고 6개월 복역하다 형 집행 면제로 풀려났다.
박씨는 당시 전두환 신군부가 국민들에게 5·18은 '빨갱이가 일으킨 폭동이다'고 호도하자 광주를 떠나 박수현이라는 가명으로 살아가야 했다.
1987년 사면복권을 받은 박씨는 2016에 재심 청구를 통해 무죄 판결을 받았다.
박씨는 5·18이 광주사태에서 '광주민주화운동'으로 재조명되자 그날의 아픔을 간직한 채 살아가고 있는 오월민주어머니회에 몸담고 진실규명 활동에 앞장서 오고 있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