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바 의혹' 정현호 17시간 조사…두갈래 수사 분수령
검찰, '이재용 측근' 정현호 TF 사장 소환
증거인멸 의혹서 '본류' 분식회계로 초점
법조계 "입증 어려워"…전방위 수사 전망
검찰은 증거인멸 의혹 수사와 접점이 맞닿아 있는 '본류' 분식회계 의혹 규명에 향후 수사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12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송경호)는 전날 오전 9시께 정 사장을 소환, 이날 오전 2시30분께까지 17시간 가량 조사를 진행했다. 정 사장은 귀가하면서 '(윗선에) 증거인멸 과정이 보고됐는지' 묻는 취재진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정 사장은 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과정을 숨기기 위한 삼성의 그룹 차원 조직적인 증거인멸 범행의 윗선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이미 삼성전자, 바이오로직스와 자회사 바이오에피스 임직원 8명을 증거인멸 등 혐의로 구속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정 사장은 그 과정의 최고 책임자로 의심받고 있다.
특히 정 사장은 삼성 미래전략실(미전실)의 후신이라 평가받는 사업지원 TF의 수장이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더군다나 그는 분식회계 의혹과도 직결된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의혹의 핵심 사안, 즉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도 관여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그 때문에 이번 정 사장 소환은 분식회계 의혹에 대한 대대적인 검찰 수사의 돌입 직전 단계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간 증거인멸에 초점을 맞춰왔던 검찰 수사가 이제는 분식회계의 경위, 과정 등을 본격적으로 겨냥한다는 것이다. 검찰도 조만간 증거인멸 관련 수사를 마무리 짓고 분식회계에 수사인력을 집중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를 위해 검찰은 조만간 정 사장을 다시 부를 방침이다. 그러나 정 사장은 전날 조사에서 증거인멸 등에 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신이 지시하지도, 보고받지도 않았다는 취지다. 향후 이뤄질 분식회계 관련 조사에서도 '모른다'는 입장을 고수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분식회계 범행은 입증하기 어려운 사안이라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고의성을 뒷받침할 인적·물적 증거나 공모 관계를 규명하는 게 쉽지 않다는 근거에서다. 이미 증거가 사라져 분식회계를 입증하기가 녹록지 않을 수 있다는 추측도 나온다.
이에 검찰이 전방위 수사를 통해 삼성 측을 압박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증거인멸 의혹 수사 때와 같이 분식회계 의혹에서도 실무진에서부터 고위 임원까지 광범위한 조사를 진행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검찰도 인과관계 등 두 의혹 간의 연결고리를 확인하고, 분식회계 혐의를 입증해 나가기 위해 이 같은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두 의혹 사이 접점이 된 정 사장에 대한 검찰의 신병확보 시도 가능성도 예상되고 있다. 검찰은 정 사장에 대한 조사를 모두 마무리한 다음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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