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73돌 한글날…아직 '정의'되지 않은 소수자들
지난해 법무부, "성소수자 어휘 차별 없도록 처리"
1년 지난 현재 관련 어휘 표준국어대사전 미등재
국립국어원 "사전 규모 지속적으로 축소 중" 주장
【서울=뉴시스】김병문 기자 = 포근한 봄 날씨가 찾아온 지난 3월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세종대왕 동상 위로 파란 하늘이 보이고 있다. 2019.03.17. [email protected]
"차별적인 국어사전, 왜 표준국어대사전에는 무성애자, 퀘스처너리와 같은 성소수자를 지칭하는 말들이 없나요?"
지난해 8월 말 국립국어원 홈페이지 질의게시판 '온라인가나다'에 올라온 글이다. 질문자는 자신을 고등학생이라고 밝히며 이 같은 물음을 던졌다. 무성애자는 누구에게도 성적 끌림을 느끼지 않거나 성생활에 대한 관심이 없는 사람을 말한다. 퀘스쳐너리는 자신의 성정체성을 탐구 중이거나 확립하지 않은 사람을 가리킨다.
당시 국립국어원은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쓰임이 많은 말을 중심으로 표제어가 올라 있다"며 "질의하신 표현들은 아직까지 표준어로서 그 지위를 인정받지 못해 등재가 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지난해 8월 법무부의 '제3차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에 따르면 성소수자와 관련된 어휘 미등재 등 이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계획서에는 "표준국어대사전에 '성 소수자', '트렌스젠더' 등은 등재되지 않았으며, '간성', '성전환' 등 새로운 의미와 용법이 미등재되는 등 어휘 관리가 미흡하다"며 "표준국어대사전에 성소수자 관련 어휘를 평등하고 차별 없도록 처리해 사회적 이해를 도모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표준국어대사전은 국가에서 최초로 직접 편찬한 국어사전으로 국립국어원에서 발간한다. 표준적인 국어를 정비하고 바른 국어를 확립하는 것을 목표로 제작됐다.
그러나 1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여전히 관련 어휘들이 등재돼 있지 않다.
법무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해당 정책은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의 추진과제"라며 "현재 추진과제 실적을 취합하고 있는데 문체부는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국립국어원 관계자는 "사전에 성소수자 관련 어휘를 넣는 건 국립국어원이 하겠다고 한 건 아니다"라며 "(오히려) 표준국어대사전 규모를 지속적으로 축소하는 과정"이라고 일축했다. 다만 "국민들이 참여해 직접 만드는 '우리말샘' 사전이 현재 경향을 반영해 다양한 말을 싣고 있다"고 답했다.
한편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성소수자뿐만 아니라 장애와 관련된 표현도 정의되지 않았다.
한국장애인인권포럼 부설 장애인정책모니터링센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표준국어대사전에 '시각장애', '청각장애' 등 장애 관련 어휘들도 사전에 등재되지 않았다. 법정 장애유형 15개 중 사전에 등재된 어휘는 '정신장애', '언어장애', '지적장애' 3개뿐이고 나머지는 사전에서 찾아볼 수 없다는 게 단체의 주장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어휘 미등재가 정부의 무관심에서 기인한다고 입을 모은다.
방귀희 숭실대 사회복지대학원 교수는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정부가 무관심하다"며 "장애인 쪽은 특히 새로운 단어가 업데이트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방 교수는 이어 "(사전에 등재된) 단어는 사회의 의식 수준을 나타낸다"며 "국민이 그 단어를 알아야 한다는 걸 인정하는 것이다. (정부가) 별로 중요치 않은 일로 판단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윤삼호 장애인 아카데미 인식개선교육센터 소장은 "정부 당국과 국립국어원의 책임 방기"라며 "학계에서 대대적으로 장애 관련 어휘의 뜻풀이를 제시했는데도 사전 등재가 추진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개별적으로 단어를 수정하거나 등재하는 건 힘들 것"이라며 "국어학자 및 장애 전문가들과 국립국어원이 TF를 구성해 어휘를 일괄적으로 수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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