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헌고 사태로 민주시민교육 수면위로…시스템 개선은 과제
그동안 금기시됐던 사회현안교육 돌아보는 계기 돼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지 모호…사회적 합의 필요해
교육부, 내년 상반기에 민주시민교육 기준 발표키로
당국 간 예산 확보는 숙제…"의지 갖고 만들어내야"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최인호(오른쪽) 인헌고등학교 학생수호연합 대변인이 지난달 23일 오후 서울 관악구 인헌고등학교 앞에서 학생수호연합측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19.10.23. [email protected]
하지만 일각에선 민주시민교육이라는 개념이 사회적 화두로 떠오르는 부대효과 또한 있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특히 전문가들은 '인헌고 사태' 재발방지와 체계적인 민주시민교육을 위해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서울시교육청은 21일 인헌고 대상 특별장학 결과를 발표하면서 교사의 일부 부적절한 발언은 있었지만 징계나 감사를 할 정도는 아니라고 결론내렸다.
'인헌고 학생수호연합' 등 일부 학생들이 문제제기를 한 이후 인헌고는 보수와 진보계열 교사단체, 시민단체들이 가세하며 혼란을 겪었다. 사회적으로도 교사의 정치적 중립성을 두고 기자회견과 긴급토론회 등이 열리며 갈등을 빚었다.
그러나 이번 인헌고 사태는 학교에서 교사와 학생 간 민주시민교육이 어떻게 이뤄져야 하는지를 고민하게 민들었다는 측면에선 문제만 있었던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 정책자문위원장을 지냈던 강원대 일반사회교육학과 최현섭 명예교수는 "학교 내 사회현안 교육이 무엇이 잘됐고 무엇이 잘못됐는지를 다시 돌아보게 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학교 내 민주시민교육은 정부차원에서 강조하고 있는 사안이다. 교육부는 지난해 12월 민주시민교육 활성화를 위한 종합계획을 발표하며 이를 확장해 나갈 뜻을 밝힌 바 있다. 학생들의 시민적 가치와 태도, 역량을 높이기 위해서다.
쟁점은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느냐다. 이번 '인헌고 사태'처럼 소수라고 할지라도 특정 이념에 대해 강압을 받았다는 학생이 속출할 경우 취지와는 다르게 민주시민교육이 교육현장에서 갈등만 유발하다가 도태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교사의 정치적 중립성을 어떻게 접근하느냐도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안 중 하나다. 현행 교육기본법에 따르면 교육은 개인적 편견을 전파하기 위한 방편으로 이용되면 안된다. 또 교원은 특정한 정당이나 정파를 지지하거나 반대하기 위해 학생을 지도하거나 선동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단 교육과 교사의 정치적 중립성 개념은 아직 모호한 상태다.
'인헌고 사태'가 남긴 과제는 결국 교육과 교사의 정치적 중립성과 그에 따른 교수학습방법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달렸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 명예교수는 "인권존중과 우리의 역사적 정통성을 토대로 최소한의 합의를 이뤄야 한다"며 "무엇을 가르쳐야 하고 무엇을 가르치지 말아야 할지에 대해 학생과 교사, 학부모의 진지한 숙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관심은 교육당국의 후속조치로 쏠린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날 인헌고 특별장학 결과를 발표하면서 서울형 사회현안(정치) 교육 원칙을 마련하는 전담팀을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보수와 진보성향의 교원단체들과 머리를 맞대 현안교육의 틀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단 이번 사태가 서울에만 국한돼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라는 점을 고려하면 정부에서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시도교육청 관계자는 "이참에 까뒤집으면 전국에서 몸살을 앓을 수도 있다"며 "전국화를 하려면 교육부도 같이 움직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육부는 지난해 종합계획을 발표하면서 올해 민주시민교육의 목표와 기본원칙 등을 포함한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교육부 관계자는 "현재 연구 중에 있고 1월 중 결과가 나오면 내용을 다듬어서 내년 상반기에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민주시민교육을 현장에서 제대로 구현하려면 예산이 필요하지만 교육부에서 시도교육청으로 보내는 민주시민교육 관련 특별교부금은 내년 20억원으로 올해 110억원에서 대폭 감액됐다.
시도교육청에서는 시작단계인 민주시민교육 관련 사업이 특별교부금 의존도가 높아 편성이 안되면 어렵다고 하고 있고, 교육부는 각 교육감들의 공약사항이었으며 보통교부금을 늘렸기 때문에 본예산으로 편성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교육운동연대 강신만 집행위원장은 "교육부든 시도교육청이든 의지를 갖고 예산을 확대해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며 "두 관계기관에서 민주시민교육이 중요하다고 인식한다면 예산을 서둘러서 만들어내야 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