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지역 우릴 보내네"…떨고 있는 中항공 한국승무원
동방항공·남방항공·에어차이나 韓승무원들
통상은 한국인 탑승객 많은 지역 배치해와
"올해 초 갑자기 잘 안 가던 우한쪽에 보내"
"가기 싫지만 병가내 쉬어도 임시방편일뿐"
"관리자는 '아프면 병원 가라' 말만 되풀이"
[인천공항=뉴시스] 고범준 기자 = 30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출국장 모니터에 우한으로 출발하는 항공편 현황에 '결항'이 표시되고 있다. 2020.01.30. [email protected]
30일 뉴시스와 만난 중국 동방항공 재직 20대 승무원 A씨는 우한 폐렴 사태로 직원들 걱정이 높다고 말했다.
A씨는 "중국항공사지만 한국인 승무원들은 보통 한국인 탑승객이 많은 장가계나 장사 비행편에 주로 배치돼 왔다. 그런데 올해 초부터 갑자기 한국인 승무원이 잘 가지 않던 우한 쪽으로 배치가 됐다"며 "우한을 가기 싫어서 비행이 배정되면 병가를 내고 하루이틀 쉬어도 임시방편일 뿐"이라고 말했다.
중국정부는 지난 23일에야 우한에 대한 봉쇄조치를 했다. 하지만 여전히 우한 폐렴이 발생한 중국 내 다른 도시에 대한 비행은 계속되고 있다.
중국의 동방항공, 남방항공, 에어차이나에는 각각 200여명, 40~50여명, 20~30여명의 한국인 직원들이 근무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인 승무원들은 특히 중국 항공사의 대처에 강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신원이 확인돼야 글을 쓸 수 있는 익명 직장인 앱인 블라인드에선 관련 내용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인천공항=뉴시스] 고범준 기자 = 30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출국장 모니터에 우한으로 출발하는 항공편 현황에 '결항'이 표시되고 있다. 2020.01.30. [email protected]
그러면서 "이전에는 (한국인 승무원들은) 중국 내륙 국내선 비행을 하지 않아도 한국인들이 많이 가는 노선 위주로 비행을 했다"며 "(그런데) 작년 12월부터 중국 국내선 비행을 시작했다. 문제는 최근 폐렴 바이러스로 사망자가 발생한 위험도시까지 갑자기 한국승무원을 보내고 국가차원에서 폐쇄된 공항을 제외한 나머지 위험도시에 투입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직원은 "회사는 중국인 승무원들도 병가를 써서 안 가려는 폐렴 바이러스로 위험한 지역의 항편에 한국인 승무원을 투입시켜서 비행을 하게 한다"며 "중국인 승무원들이 병가를 써서 승무원과 심지어 사무장까지 계속 바뀐다. 관리자는 '아프면 병원에 가라'는 말뿐"고 전했다.
중국항공사에 재직하는 또 다른 직원은 지난 28일 블라인드에 "한국인 승무원들 모두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고 다들 상해로 들어가 비행하는 걸 두려워하고 있다"며 "회사에서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마스크와 비닐장갑 착용 이외에는 어떠한 조치도 취해주고 있지 않고 저희를 비행에 투입하고 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1339에 전화도 해보고 이곳저곳 알아보며 상해로 돌아가지 않는 방법에 대해서 찾아보고 있다"며 "중국 내 다른 항공사분들은 지금 어떻게 근무하고 계시느냐. 가능하다면 저희가 중국에 갇혔을 때 같은 목소리를 내면 정부에서도 저희를 도와주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글을 올리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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