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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들 코로나19로 더욱 소외…"아예 세상과 끊겼다"

등록 2020.04.21 16:5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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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거리두기 후 장애인 지원 거의 끊겨

촉수화 수어·부축 등 지원에 밀접 접촉 필요

수어통역사 "서비스하던 인력 대거 줄었다"

장애인들 "다들 힘들다지만, 우린 고통스러"

"세상과 차단돼 점점 우울한 기분이 든다"

전문가들 "장애인 관련 공적 서비스 절실"

[광주=뉴시스]변재훈 기자 = 광주 장애인철폐연대 등 지역 장애인·인권 20개 단체 회원들이 '장애인의 날' 40주년인 지난 20일 오후 광주 서구 광주시청 앞 승강장에 정차한 저상 시내버스에서 내리고 있다. 2020.04.20. wisdom21@newsis.com

[광주=뉴시스]변재훈 기자 = 광주 장애인철폐연대 등 지역 장애인·인권 20개 단체 회원들이 '장애인의 날' 40주년인 지난 20일 오후 광주 서구 광주시청 앞 승강장에 정차한 저상 시내버스에서 내리고 있다. 2020.04.20.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기상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파 우려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사회적으로 시행되는 가운데, 일부 장애인들은 외부 활동을 위해 지원받던 서비스가 사실상 올스톱 돼 사회와 완전히 격리된 혹독한 시기를 보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시청각장애인인 조원석(27)씨는 21일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코로나19 이후 외부활동 자체가 줄어들다가 어느 순간 거의 사라지다시피 했다"면서 "바깥 활동을 못해 답답한 것이야 평소에도 겪는 어려움이라 참을 수 있었지만, 같은 장애 당사자들까지 만나지 못하는 게 큰 고통"이라고 말했다.
 
이어 "간혹 이런 내용의 인터뷰가 나오면, 모두 다 힘든데 장애인들만 힘든 줄 아냐는 댓글이 달리는 것을 안다"면서, "그렇지만 저 같은 시청각장애인들은 집에서 TV나 인터넷도 볼 수 없어 단지 외부에서 다른 사람 만나는 단 몇 시간이 세상과 연결되는 유일한 시간이자 스트레스 해소의 통로였다. 그런데 그마저 빼앗긴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씨 같은 시청각장애인들은 외출을 하기 위해 부축해 주고 의사소통을 도와줄 활동지원사나 수어통역사가 필요하다.
 
수어통역사로 활동하는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 김철환 활동가는 "조씨 같은 중복장애인의 경우 이동할 때 한쪽 팔을 잡아주는 등 밀착 접촉을 해야 하고, 통역도 촉수화 통역이라고 해 손에 대고 하는 수화를 통해 의사를 전달받아 통역해야 한다"면서, "이런 접촉 서비스를 하던 인력이 사회적 거리두기로 대거 줄어들면서 외부 활동이 어려워진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수어통역사 등은 지역 수어통역센터에 소속돼 활동하는 경우가 많은데 센터 자체에서 코로나19 이후 병원통역 서비스 등 외부 활동을 지양하라는 지침이 내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에 따르면 한 청각 장애인은 지난 2월26일께 활동지원을 받던 센터에서 '기관 방문(이용) 제한'이라는 제목의 문자메시지 공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공지에는 사무실 방문과 외부 통역 (서비스) 제한이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김 활동가는 "청각장애인은 병원에 갈 때도 수어통역사가 필요한데, 시설 소속 수어통역사들은 이들과 병원에 동행하기 어려워져 시설 지원을 받던 장애인들은 아파도 참는 등 불편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활동지원사로 활동했던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활동지원사노조 고미숙 조직국장은 "코로나 이전에는 물리치료를 받으러 가는 장애인과 활동지원사가 동행해 의사의 치료를 돕기도 했다"면서 "이제는 활동지원사가 장애인을 병원까지 데려다주더라도 함께 병원에 들어가지는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성인병 등 관리가 필요해 주기적으로 가던 병원조차 가지 못하는 장애인들에게 특별한 사유 없는 외부 일정은 아예 불가능한 상황이다.

청각장애인인 송모(52)씨는 "수어통역이 없으면 비장애인과 소통이 쉽지 않은데, 사회적 거리두기로 통역이 필요한 경우에도 수어통역사를 부르기 어려워졌다"면서 "이런 상황이 오래되다 보니 사람들도 못 만나고 세상 돌아가는 상황도 모르게 되면서 점점 우울한 기분이 든다"고 전했다.
 
평소 장애인들을 돕기 위해 애쓰던 이들은 장애인들을 위한 공적 서비스가 부족하다 보니 재난이나 감염병 상황이 생기면 서비스가 전면 중단되는 경우가 자주 생긴다고 지적한다.
 
고 국장은 "장애인 지원 사업을 정부가 민간단체에 거의 맡기다 보니 이번 상황 같은 큰일이 터졌을 때 대응하는 방식에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다"면서 "메르스 때도 그렇고 감염병 상황이 또 생기면 이런 일은 되풀이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대구에서는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퍼질 때 시 차원에서 장애인 등을 위한 긴급돌봄지원 인력을 급히 채용하기도 했다. 대구시 사회복지서비스원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3월부터 대구에서는 8차례에 걸쳐 간병사, 활동지원사, 요양보호사 등을 긴급 채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고 국장은 "민간에서 하다 보니 현재 활동하는 활동지원사 등은 감염병 상황 시 대처법에 대한 지식이 없는 경우가 많다"면서, "2월달 감염병 관련 위기대응단계가 심각단계로 격상됐을 때 활동지원사들은 장애인을 지원하러 나가도 되는지, 마스크는 어떤 걸 써야 하는 지 등 큰 혼란에 빠졌다"고 말했다.

이에 고 국장은 감염병 상황에 따른 정부 차원의 활동지원사 교육 등을 진행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활동가는 "대응법이 마련돼 있지 않으니 감염병 상황에서 장애인 지원 서비스가 올스톱 되다시피 하는 것"이라면서 "미리 대책을 마련하고 보조인력 등도 준비하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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