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에 몰표 준 2030 남성들, 왜?…"여당에 앙금 쌓여"
20·30대 남성 국민의힘 '몰표'
"정부 문제 많아 견제하란 뜻"
"서울시장 경력도 긍정 고려"
"젠더문제 관한 반발도 반영"
[서울=뉴시스]국회사진기자단 =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부인 송현옥 씨와 8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 마련된 상황실에서 당선이 확실시되자 꽃다발을 들고 기뻐하고 있다. 2021.04.08. [email protected]
8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에 따르면 전날 열린 재보선에서 국민의힘 소속인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와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가 당선됐다.
방송 3사가 진행한 출구조사에 따르면 대부분의 연령대에서 오 후보가 더불어 민주당 박영선 후보보다 우위에 있었지만, 20대(만18세, 만19세 포함)와 30대 남성에 있어선 양당 간 격차가 특히 컸다.
20대 남성 중 72.5%가 오 후보를 택했다고 밝혔는데 이는 60대 이상 남성(70.2%)보다 높은 수치다. 반면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뽑았다고 한 20대 남성은 22.2%에 불과했다.
30대 남성은 63.8%가 오 후보를 뽑았다고 했으며 박 후보를 선택했다고 답한 30대 남성은 32.6%였다.
불과 1년 전인 제21대 총선 때까지만 해도 젊은 남성 유권자들은 여당에 더 많은 표를 줬다. 당시 출구조사 결과를 보면 20대 남성의 여당과 제1야당 지지율 격차는 7.2%포인트로, 적지만 여당이 더 앞서 있었다.
이날 뉴시스가 복수의 20대, 30대 남성들에게 직접 들어본 결과, 이들은 대체로 정부여당에 제동장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국민의힘에 표를 던졌다고 말했다.
취업준비생인 임모(26)씨는 "평소 정치인들이 그때그때 하는 걸 보고 투표를 하는데 이번엔 정부가 하는 일에 제동을 걸만한 사람이 없는 것 같아 오세훈 후보를 뽑았다"며 "여권 의석이 절대 다수인데 서울시장이 국무회의에 참석도 하고 어느 정도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직장인인 유모(39)씨는 "문재인 정부가 문제가 많다고 봐서 오세훈 후보를 뽑았다"고 말했다.
유씨는 "부동산 정책이나 소득주도성장이라고 하는 것들로 인해 성장이 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경제가 어려워졌다"며 "그런 부분들 때문에 결혼도 잘 안하게 되고 저출산도 심해졌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있을 때 공공개발 같은 부분이 강했는데 사유재산권 침해 여지가 많다보니까 찬성하지 않는 입장이었다"며 "오 후보가 당선됐으니 공시지가가 안정화되고 재개발과 재건축이 잘 추진되길 바란다"고 했다.
조모(31)씨는 지난 총선 때 더불어민주당을 선택했지만 이번엔 마음을 돌린 경우다.
조 씨는 "예전엔 국민의힘 쪽이 못해서 민주당을 찍었는데 이젠 민주당도 똑같은 느낌"이라며 "총선에서도 엄청 이기고 대통령도 나오고 했는데 사람들이 더 잘살게 됐다는 느낌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국회사진기자단 = 오세훈 당시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지난 1일 서울 노원구 경춘선숲길을 찾아 시민들과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1.04.01. [email protected]
임씨는 "이번에 임기가 1년인데 사실 업무 파악하는 것만 해도 1년이 걸린다"며 "서울시장을 한번 해봤다는 경험치가 있기 때문에 장점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유씨는 "오 당선인이 과거에 서울시장을 하다 물러나긴 했지만 당시에 본인이 약속한 게 있으니 그런 것이고 일을 못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재보선이기 때문에 임기가 짧아서 서울시장 경력이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들은 최근 선거를 앞두고 불거진 오 당선자의 '내곡동 의혹'은 투표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고 이야기했다.
유씨는 "내곡동 땅이니 생태탕이니 하는데 사실인지 아닌지 진위 여부가 확인이 안됐다"며 "의혹만 가지고 얘기하려면 얼마든지 흠 잡을 수 있다. 명확한 증거가 없으니 믿지 못한 것"이라고 했다.
임씨는 "땅 문제가 요즘 예민한 건 맞지만 내곡동 문제가 꽤 오래된 얘기인 걸로 아는데 지금 와서 갑자기 들춰내 공격을 하니까 요즘엔 잘못한 게 없었나 싶었다"고 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부동산문제와 일자리문제는 가장 기본적으로 깔고 가야 하는 문제"라며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 가장 직격탄을 맞는 게 미래 사다리가 끊기는 젊은 층이다. 거기에 대한 분노가 타오른 것"이라고 말했다.
구 교수는 20~30대 여성들보다 같은 세대의 남성들에게서 야당 득표율이 높게 나타난 현상에 대해선 "젊은 남성들은 정부의 국정 방향이 젠더 문제와 관련해 편파적이고 공정하지 않다는 생각을 꾸준히 해왔다"고 했다.
이어 "미투 이후부터 약 2년간 20대 여당 지지도에서 20~30% 정도의 차이가 이미 있었다"며 "지금 젠더 이슈가 부각되진 않았지만 앙금이 쌓였던 것"이라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