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채가 아버지 돈 달라고" 녹취에도 영장 기각…곽상도 '물증 싸움'
김만배-정영학 녹취록 '곽상도 50억' 관련 언급
檢, 곽상도 구속영장 기각 두 달째 결론 못 내려
곽상도 측 "녹취록, 사실과 달라…무고 밝힐 것"
[의왕=뉴시스] 고승민 기자 = 화천대유로부터 대장동 사업 관련 청탁과 함께 아들 퇴직금 명목으로 50억원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곽상도 전 의원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법원이 지난달 1일 밤 기각했다. 곽 전 의원이 지난달 2일 새벽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에서 나와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1.12.02. [email protected]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이른바 '50억 클럽'으로 지목된 인사들을 상대로 한 로비 의혹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그중 혐의점이 가장 뚜렷한 사람이 곽 전 의원이다. 지난달 1일 법원에서 곽 전 의원의 알선수재 혐의 구속영장이 기각됐음에도 검찰은 참고인 조사 등을 진행하며 혐의를 입증할 단서를 보강해왔다.
검찰은 곽 전 의원이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씨(구속 기소)의 청탁 요청을 받고 김 회장에게 영향력을 행사해 화천대유·하나은행 컨소시엄 무산 위기를 넘기게 도와준(알선수재 혐의)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그 대가로 곽 전 의원 아들이 화천대유에서 근무하고 퇴직금 등 명목으로 50억원(실수령 약 25억원)을 받았을 거라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곽 전 의원은 지난달 자신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후 "검사들은 제가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에게 부탁했다고 생각하는데, 그 근거가 김만배씨가 과거 그런 얘길 남욱 변호사(천화동인 4호 소유주)에게 한 적이 있다는 것이고 그 외에는 아무 자료가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날 한 언론은 김씨가 정영학 회계사(천화동인 5호 소유주)에게 '곽 의원 아들이 아버지에게 주기로 한 돈을 달라고 해서 골치가 아프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사실이 녹취록에 담겨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곽 전 의원 아들이 화천대유 퇴직금 등으로 받은 돈이 사실상 곽 전 의원에게 로비 대가로 준 돈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할 정황 증거로 볼 수 있다.
지난달의 곽 전 의원 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 이 녹취록도 구속 필요성의 정황 증거로 제시됐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당시 법원은 범죄 성립 여부에 대한 다툼의 여지가 있는 데다가, 구속의 사유 및 필요·상당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봤다. 해당 녹취록이 혐의를 입증할 결정적 단서는 되지 못했던 셈이다.
검찰은 곽 전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후 김 회장을 참고인으로 불러 컨소시엄 구성 당시 곽 전 의원이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등을 캐묻는 등 보강 수사를 해왔으나 두 달이 다 되도록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결정적 단서를 확보하지 못해 범죄 혐의 구성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곽 전 의원 측은 녹취록이 공개되자 "김만배 녹취록 중 곽 전 의원 관련 부분이 사실과 다르다는 점은 검찰의 광범위하고 철저한 수사과정에서 해명되는 중"이라며 "작년 법원의 영장심사에서도 해당 녹취록의 문제점이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곽 전 의원의 무고함을 밝히겠다"고 했다.
김씨 측은 "녹음파일은 앞으로 재판에서 검증돼야 할 것"이라며 "녹취록 (대화) 취지는 공통비 정산 과정에서 다툼이 있었고, 그 과정에서 서로 블러핑한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대장동 개발의혹 사건 재판에서 검찰이 피고인 측에 증거기록 열람·등사를 해준 후 증거기록의 구체적인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는 상황에 우려를 전달한다"며 "관련 재판과 진행 중인 수사에 지장을 줄 우려가 있고, 사건관계인의 명예와 사생활에 대한 침해 우려도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언론에 알려진 국민적 의혹과 조사 과정에서 드러난 여러 의혹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치우침 없이 수사를 계속 진행하겠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