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니까 기록한다"…투병생활 '셀프 공개'하는 사람들
SNS에 정신질환·희귀병 등 일지 올려
기록자 "스스로 건강체크·소통 목적"
전문가 "연결의 힘...낙인·차별 해소"
[서울=AP/뉴시스] 최근 소셜미디어에 우울증, 희귀병 등 투병생활을 스스로 공개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쌍방 소통으로 긍정적인 상호작용이 일어나고 있다. 사진은 유튜브 로고. 2021.09.30.
[서울=뉴시스]최영서 기자 = "주의: 저처럼 우울한 분들은 시청에 유의해주세요!"
지난해 공황장애와 조울증 진단을 받은 A씨가 선택한 돌파구는 '유튜브'다. 병에 앓으면서 방 안 침대에 누워서 '땅굴 파는' 일만 잦아졌다. 그는 '뭐든 기록하면 좀 더 남의 눈을 의식해서 움직이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유튜브 채널을 열었다. 며칠 동안 모아둔 영상을 편집하고 나면 스스로 자신의 노력을 스스로를 칭찬했고, 얼굴도 모르는 타인이 그를 칭찬하기도 했다.
소셜미디어 플랫폼에 자신의 투병생활을 기록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자신의 목소리로 약점을 드러내는 '셀프 치료'인 동시에 나아가 아픔에 대한 공적 논의도 이끌어내는 모습이다. 제작자와 수용자가 서로에게 긍정적 영향을 주고받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1일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보면 최근 영상물, 에세이 등 다양한 방식의 투병 일지를 찾아볼 수 있다.
지난해 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난 유튜버 '새벽'의 채널을 비롯, 희귀병이나 정신질환을 스스로 밝히고 경과를 전하는 콘텐츠가 늘어나는 모양새다.
올해 '우울증 환자 브이로그'를 시작한 A씨는 "우울증을 앓으면 기억력이 급격히 떨어져서 내 상태를 체크하려는 목적도 있다"며 "그래서 더 솔직하게 약 부작용으로 인한 손 떨림 현상, 내가 갖는 불안한 감정들을 꾸밈없이 영상에 담는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부정적인 것만 넣을 필요도, 그렇다고 가볍게 좋은 것만 기록할 필요도 없다"며 "누가 보든 알 건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고 소개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투병 콘텐츠가 실제로 병을 극복하는 데에 도움이 되고 나아가 공적 연대로 작용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소셜 미디어 플랫폼을 타고 확산된 위로와 공감이 가진 '연결의 힘'이라는 설명이다.
이동귀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투병생활 중 가장 힘든 게 소외감과 외로움"이라며 "SNS 활동하면서 본인이 (병을) 드러내면 수용자와의 피드백이 이어지고, 이는 간접적인 사회지원체계로 작동한다"고 봤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일종의 선언효과가 있다"며 "외부에 다짐과 계획을 공개하면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추진력이 높아지는 심리 효과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투병 당사자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긍정적 작용을 하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심재웅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과거에는 질병에 대한 보이지 않는 낙인이나 차별이 있었다"며 "투병 브이로그처럼 적극적으로 자신을 드러내면서 병이 숨겨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터놓고 논의할 수 있는 대상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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