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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 돋보기]"남모를 고통 생리통·난임, 자궁 기혈순환이 좌우"

등록 2022.05.30 14:35:00수정 2022.07.23 08:0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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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여성 절반 이상 매달 생리통에 시달려

난임 인구 연간 23만명…기혼자의 10~15%

비만유형별 기혈순환 등 자궁환경 개선 중요

난임, 수정 잘 되도록 배란 촉진 한약 처방도

비만하면 호르몬 균형 깨져 갱년기도 빨리와

중년여성 비만관리로 건강미도 찾을 수 있어

[서울=뉴시스] 이재동 경희대 한의과대학 학장(비만센터 교수)이 집무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 경희의료원 제공) 2022.05.30

[서울=뉴시스] 이재동 경희대 한의과대학 학장(비만센터 교수)이 집무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 경희의료원 제공) 2022.05.30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생리통과 난임은 여성들의 '남모를 고통'이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국내 여성의 절반 이상이 매달 생리통을 겪는다. 이 중 20% 가량은 일상생활이 힘들 정도로 심한 통증에 시달린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국내 난임 인구는 연간 23만 명 가량으로, 기혼자의 10~15%에 달한다.

생리통을 겪는 여성 중 대부분은 진통제를 먹거나, 진통제를 복용하면 내성이 생길까봐 통증을 참는다. 난임 여성들은 인공수정이나 시험관 시술에 몸을 맡기는 경우가 많다.

한의학에서는 생리통의 원인을 자궁 내 기혈순환 문제에서 찾는다. 자궁의 기혈순환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인이 비만이다. 비만으로 자궁 내 기혈이 잘 순환되지 않으면 어혈(탁한 혈액)이 생성되고 생리혈이 잘 배출되지 않게 된다. 이 때 생리혈을 배출하기 위해 호르몬과 유사한 활성 지질 화합물인 프로스타글란딘(PG)분비가 늘어 자궁이 과하게 수축되면서 통증이 유발된다. 난임의 적도 비만이다. 과도하게 쌓인 체지방이 여성호르몬의 균형을 깨뜨리면 배란이나 착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유산율을 증가시킨다.

'비만 잡고 질병 극복 프로젝트' 8편은 비만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생리통·난임 등 여성질환의 치료와 관리법을 소개한다. 30년 이상 비만 관련 치료 경험과 노하우를 쌓아온 이재동 경희대 한의과대학 학장(비만센터 교수)은 "특별한 질환이 없다면 일차적으로 자궁 내 환경개선을 위한 건강 관리가 중요하다"면서 "비만유형별 관리(마른 복부비만·전신비만·상체비만)를 통해 몸이 건강하고 기혈순환이 잘 되도록 해 자궁을 따뜻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체는 우주에서 가장 복잡한 구조 중 하나지만, 건강을 지키는 비결은 의외로 간단하다. 비만관리와 함께 자궁 내 환경개선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 역시 불규칙한 생활습관을 바로잡는 것이다. 이 학장은 "생활습관과 환경이 모든 질병의 발병에 75% 가량 영향을 미친다는 세계보건기구(WHO) 조사도 있다"면서 "잘 먹기, 적절히 운동하기, 밤 10시(늦어도 11시)에 잠자리에 들기 같은 기본적인 생활습관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실천하는 게 중요하다"고 거듭 알렸다.

-1차성 생리통도 비만이 원인이 될 수 있다고요?

"생리시기가 되면 자궁 내 사이클로옥시지네이스(COX)효소로 인해 PG가 분비되는데요. 비만으로 자궁 내 기혈순환 등에 문제가 생기면 어혈이 생성돼 생리혈이 잘 배출되지 않게 됩니다. 생리혈을 배출하기 위해 PG분비가 증가하게 되고 자궁이 과하게 수축되면서 통증이 유발되죠. PG 분비가 많아지면 자궁 뿐 아니라 골반 내 근육, 소화기까지 수축시켜 요추, 천추(골반과 목에서부터 뻗어 내려오는 척추가 교차하는 부위) 통증, 앞쪽 허벅지 통증, 구토, 메스꺼움, 설사, 실신 등 전신 증상이 나타나게 됩니다. 심한 생리통은 골반 내 환경과 난소 기능이 떨어져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전조증상이기도 합니다."

-자궁질환으로 인한 2차성 생리통도 있다고요?

"2차성 생리통은 자궁내막증, 자궁근종, 난소증후군 등 골반 내 병리적 원인으로 나타나는데요. 통증 유발의 원인이 되는 자궁질환 치료가 우선 입니다."

-생리통을 치료하는 한방치료법을 소개해 주신다면요.

"비만 유형별로 자궁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건강 관리가 중요합니다. 기혈 공급과 순환을 통해 자궁을 따뜻하게 만드는 것이죠. 자궁 주위 혈액순환을 개선하기 위해 골반 부위를 마사지해주고 통증이 심하면 COX 활성을 억제하는 진통제 등을 병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근본적인 치료를 위해서는 자궁 내 기혈순환이 잘 이뤄져야 하는데요. 비만 형태에 따라 관리하는 게 중요합니다."

[서울=뉴시스] 이재동 경희대 한의과대학 학장(비만센터 교수)이 집무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 경희의료원 제공) 2022.05.30

[서울=뉴시스] 이재동 경희대 한의과대학 학장(비만센터 교수)이 집무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 경희의료원 제공) 2022.05.30

-비만유형별로 어떻게 관리해야 하나요?

"마른 복부비만은 평소 소화가 잘 안 되고 아랫배가 차고 혈액량 자체가 부족하기 때문에 소화기능 개선을 통해 잘 먹을 수 있도록 해 기혈이 잘 생성되도록 해야죠. 이렇게 되면 복부비만도 줄고 생리통도 없어집니다. 기혈 순환이 잘 되지 않는 전신비만은 몸에 과잉된 체지방을 줄여야죠. 나이가 들면서 호르몬의 불균형으로 기혈이 위로 상기 돼 상하가 분리되면서 혈액순환에 문제가 생기는 상체비만은 찬 기운은 올리고 따뜻한 기운은 내리는 '수승화강(水升火降)'이 잘 안되기 때문에 기혈을 아래로 끌어내려야 합니다."

-비정상 자궁 출혈과 자궁내막증을 치료하는 한방치료법도 궁금합니다.

"비정상 자궁 출혈은 생리 주기·기간·양 등이 정상 범위를 벗어나는 경우를 말하는데요. 출혈이 심한 경우 자궁내막 소파수술, 자궁적출술도 고려되지만, 근본적으로 치료하려면 역시 비만유형에 따라 자궁 내 환경을 개선하는 건강 관리가 중요합니다. 가임 여성의 10~20%에서 발생하는 자궁내막증은 자궁내막 조직이 자궁이 아닌 복강 조직(대장·요관·폐)에 부착해 증식하는 것을 말하는데요. 월경을 멈추게 하는 약물을 쓰거나 병변 부위를 제거하는 수술을 해도 재발율이 2년 후 20%, 5년 후 50%에 달합니다. 그런만큼 결국 개인에 맞는 비만 유형별 관리를 통해 자궁 내 기혈순환 등 환경개선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합니다."

-결혼과 출산 연령이 높아지면서 난임으로 인공수정, 시험관 아기 시술을 받는 경우도 많은데요.

"그렇습니다. 난임시술은 필요한 시술이지만 과배란 유도 후 난소 과자극증후군 등 부작용이 발생할 우려도 있습니다. 난소 과자극증후군은 복부 팽만, 통증, 구토, 오심, 소변량 감소, 하루 1kg 이상의 체중 증가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것을 말하는데요. 난임 또한 기혈순환이 잘 되도록 비만유형별로 자궁 내 환경을 관리해 개선하는 게 중요합니다."

-난임을 치료하는 한방 치료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1차적으로는 비만유형별로 자궁 내 환경개선을 위한 몸건강 관리가 중요한데요. 자궁은 원시시대 원시인이 생활하는 동굴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차거나 습하지 않고 따뜻하고 포근해야 자궁속에서 수정된 태아가 잘 성장할 수 있죠. 2차적으로는 수정이 잘 이루어질 수 있도록 배란을 촉진하는 한약을 처방할 수도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한약인가요?

"불임의 성약으로 불리는 조경종옥탕은 자궁을 따뜻하게 해 자궁환경 개선에 도움이 되는데요. 나쁜 어혈을 없애고 비뇨생식기 기능을 향상시켜 배란을 촉진시키죠. 보통 약을 처방하기 전 몸을 바꾸는 데 3개월 정도가 소요됩니다. 마른복부비만이라면 소화기능을 촉진해 근육이 만들어지도록 하고요. 전신비만이라면 체지방을 빼 기혈순환이 잘 되도록 해주죠. 호르몬 균형이 깨진 상체비만이라면 잠을 충분히 자도록 해 생체리듬을 잡아주고요. 이런 과정을 통해 몸 상태가 개선되면 한약을 처방하죠. 몸 상태가 좋아지면 자연스럽게 임신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이 약을 처방받으면 확률이 더 높아집니다."

[서울=뉴시스] 이재동 경희대 한의과대학 학장(비만센터 교수)이 집무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 경희의료원 제공) 2022.05.30

[서울=뉴시스] 이재동 경희대 한의과대학 학장(비만센터 교수)이 집무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 경희의료원 제공) 2022.05.30

-한약 처방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는데요.

"요즘 한약재는 한약유통관리과정에서 안전성이나 유효성이 검증된 약을 사용하고 있으며 환자의 체질을 고려해 사용하기 때문에 우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한 예로 조경종옥탕은 환자에 따라 자궁이 너무 차면 따뜻한 성질의 약을 늘리고, 혈이 허하면 혈을 보강해주는 식으로 처방을 재구성해 사용하는데요. 맞춤형 배란약인 셈이죠. 물론 그 전에 비만관리가 중요합니다."

-산후풍(산후 관절통 부종)의 원인과 증상도 소개해 주신다면요.

"출산 후 관절통이나 몸이 붓고 한기 등을 느끼는 증상을 말합니다. 임신을 하면 분만에 대비해 골반이 열려야 해 관절 가동성을 증가시키기 위해 에스트로겐·릴랙신 호르몬이 분비되는데요. 골반 뿐 아니라 전신 관절에 작용해 관절이 다 느슨해지게 되고 외부 자극에 취약해지죠. 분만 시 골반 관절의 과도한 견인으로 치골통, 골반통 등을 유발하고요. 산후풍도 비만유형별로 자궁 내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부종과 비만관리가 특히 중요합니다."

-비만하면 갱년기도 빨리 찾아오나요?

"폐경 전 생리가 불규칙해질 때부터 폐경이 나타난 이후 평균 4~7년 정도를 갱년기로 보는데요. 비만하면 갱년기가 빨리 찾아올 뿐 아니라 생리가 끊겼다가 비만을 치료한 후 생리가 다시 정상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호르몬 균형이 깨져서 생긴 비만을 바로 잡아주기 때문이죠."

-갱년기 치료는 무엇이 중요할까요?

"갱년기는 노화에 따른 호르몬 변화로 인한 자연스러운 현상이기 때문에 두려워하기보다는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호르몬 치료는 증상이 심한 경우 필요하지만 가능하면 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외부에서 호르몬이 공급되면 몸이 스스로 만들어내는 기능은 약화되기 때문입니다. 비만유형별로 수면·운동 등 생활습관을 관리하고 한약처방을 통해 호르몬 생성 기능을 강화하는 게 더욱 중요합니다."

-중년여성이 비만을 관리하면 건강미도 찾을 수 있다고요.

"비만치료 환자들로부터 '작아서 입지 못했던 옷을 꺼내 입는다', '뒤태가 난다', '얼굴이 맑아지고 작아졌다'는 말을 가장 많이 듣고 있습니다. 요즘 피부과나 성형외과 많이 찾으시는데요, 우선 비만을 관리해 건강미를 찾는 것도 방법입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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