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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이 나서서 신상공개…온라인 사적제재 '위험수준'

등록 2022.06.23 07:00:00수정 2022.06.23 08:4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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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이 범죄 혐의자 신상 공개하는 '사적제재' 성행

동물권단체, 학대 의심자 신상 게시…"형량 낮아서"

교통사고 등 블랙박스도 유튜브에 게시…"공개처형"

전문가 "명예훼손 가능성…법적 책임 질 수 있어"

개인이 나서서 신상공개…온라인 사적제재 '위험수준'


[서울=뉴시스]최영서 기자 = 일반 시민이 온라인 상에 불법을 저지른 것으로 의심되는 개인의 신상을 직접 공개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공적 경로를 거치지 않은 사적 제재 수위가 점점 높아지면서 이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3일 동물권단체 등에 따르면 동물 구호 활동가들이 최근 길고양이 학대 혐의로 수사받는 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하며 온라인 상에서 갑론을박이 일었다.

활동가들은 동물학대 관련 처벌이 미비해 사적 제재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하지만, 개인이 불특정 다수에게 누군가의 신상을 드러내는 것 역시 불법행위라는 지적이 나온다.

일례로 지난 4월 경기도 화성시에서 길고양이 수백마리를 잔혹한 방법으로 살해한 혐의를 받는 20대 남성 A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이후 동물 구호 활동가들은 A씨의 인적사항과 사진 등을 온라인에 게시했다.

피의자가 범행에 대한 반성이 없고, 처벌 수준도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이유에서다. 논란이 불거지자 현재는 대부분 게시물이 삭제됐지만, 여전히 일부 사이트에는 A씨의 인적사항 등이 남아있다.

동물권 활동가들은 "법적 처벌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면 사회적 처벌이라도 받아야 하지 않겠냐"고 주장하고 있다.

동물학대의 경우 대체로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가 적용되는데, 해당 법을 위반했을 시 법정 최고형은 3년 이하의 징역이다. 이마저도 양형 기준이 세부적으로 마련돼 있지 않아 형량이 전적으로 판사의 재량에 달려있다는 것이 비판의 골자다.

다만 공익적 목적이 있다 하더라도 수사기관 및 사정기관이 아닌 개인 차원에서 '사회적 처벌'을 내리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법치주의에 위배되고, 실제 불법 행위를 하지 않았는데 잘못된 낙인이 찍혀 피해를 받는 등 사례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법원은 온라인에 흉악범 피의자 등의 신상을 게시하다가 무고한 이에게 피해를 끼친 '디지털교도소' 운영자 B씨에 대해 징역 4년을 선고했다.

B씨는 온라인에 성범죄, 아동학대 피의자의 신상 정보 및 선고 결과를 게시한 혐의를 받았다. 해당 사이트에 게시된 한 20대 남성은 불법 행위에 연루되지 않았다며 억울함을 호소하다가 극단적 선택에 이르렀다.

당시 재판부는 B씨에 "자의적인 정의감에 기대 사실 내지 허위사실을 게시했다"며 "구체적인 개인정보를 공개한 범행은 그 특성상 확산 속도가 빠르고, 유포된 정보를 삭제해 원상회복할 방법도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매 및 DB 금지


유튜브에서 성행하는 무분별한 '신상 털기'식 콘텐츠 역시 지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유튜브에는 금전 후원을 목적으로 사적 제재 콘텐츠를 만드는 채널이 연이어 등장했다. 일부 채널은 차량 블랙박스 영상을 제보받아 난폭 운전을 하거나 교통법규를 위반한 운전자의 영상을 올린다. 악질 운전자를 '공개 처형'한다는 취지다.

영상 속 운전자의 얼굴과 차량 번호는 모자이크 처리되지만 장소, 옷차림 등에 따라 당사자를 특정할 만한 정보가 노출되기도 한다. 아울러 정도가 심하지 않은 자잘한 다툼까지 다뤄지는 경우가 있다.

전문가들은 개인이 사적 제재에 나설 경우 민·형사 상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한다. 특히 온라인 상에서 이뤄지는 명예훼손은 피해 범위가 넓어 회복하기 어렵다는 특징이 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사적 제재의 일환으로 신상을 공개할 경우)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죄가 적용될 수 있다"며 "허위라면 허위인대로, 진실이면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이 성립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공개된 사진이나 영상 속 인물이 모자이크 처리가 됐더라도, 당사자의 주변인이 해당 인물을 특정할 수 있다면 이 역시 처벌을 면하기 어렵다.

교통사고 관련 사건을 주로 담당해온 최충만 변호사는 "대법원은 과거에 모자이크한 자료화면이라도 제3자가 모자이크 대상이 누군지 알아볼 수 있다면 충분히 명예훼손이 될 수 있다고 판시한 사례가 있다"며 "일반적으로 개인의 유튜브 영상은 사소한 사고이거나 분쟁에 불과한 경우가 많아 명예훼손이 성립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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