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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중·고 예산 빼내 지원" 방침에도 대학들 시큰둥…왜?

등록 2022.07.09 08:01:00수정 2022.07.09 11:3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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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세 3조 등 대학에 특별회계 방식으로 지원"

등록금 동결로 인건비도 10년째 동결인데 못 써

교육세 세입 추경에서 6천억 감소…증감폭 있어

"근본적 해법 아냐…등록금 인상 요구 이어질 듯"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박맹수 전북지역대학교총장협의회장(원광대 총장)과 이우종 7개권역 대학총장협의회연합 회장(청운대 총장) 등 비수도권 대학 총장들이 지난 8일 서울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서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반도체 인력 양성 관련 비공개 간담회를 마친 뒤 취재진에게 간담회 결과를 밝히고 있다. 2022.07.09. 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박맹수 전북지역대학교총장협의회장(원광대 총장)과 이우종 7개권역 대학총장협의회연합 회장(청운대 총장) 등 비수도권 대학 총장들이 지난 8일 서울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서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반도체 인력 양성 관련 비공개 간담회를 마친 뒤 취재진에게 간담회 결과를 밝히고 있다. 2022.07.09.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김정현 기자 = '동생'(초·중등) 돈을 대학에게 주겠다는 내용이 골자인 정부의 교육재정 개편 추진안이 나왔지만, 대학가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눈속임이 될 수 있다는 반응이 많다. 정작 필요한 데 쓸 수는 없고, 전체 규모 역시 안정적으로 보장돼 있지 않다는 이유다.

9일 교육계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 7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논의한 가칭 '고등·평생교육 지원 특별회계'는 초·중등 교육에 쓰이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재원인 연간 3조~4조원 규모의 교육세 세입분을 대학 재정 확충에 쓰겠다는 내용이다.

대학가에서는 "고등교육 예산을 이처럼 늘려 준 일은 전례가 없는 일임은 맞다. 하지만 아쉽다"는 반응이 많다.

원인은 지원 방식이 '특별회계'라는 데 있다. 국가재정법에 따르면, 특별회계는 국가가 특정한 사업을 운영하는 등 '정해진 목적'에 쓰기 위한 재원을 따로 관리하게 만든 회계다. 정해진 데 쓸 수 있는 돈이라는 뜻이다.

고등교육 특별회계의 사용처는 다소 모호하지만 '미래 인재육성'이다. 일단 ▲대학 교육·연구역량 경쟁력 강화 ▲반도체 등 미래핵심 인재 양성 ▲직업 재교육 등 평생교육 지원 ▲지방대학 육성 4가지 영역이 제시됐다.

이 때문에 특별회계는 정부 국정과제나 시책사업과 관련한 사업비로 쓰일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반도체 분야 인재 양성을 위한 신규 사업, 국정과제에 거론된 '지자체-대학 협력기반 지역혁신플랫폼'(RIS) 등 증액이 거론된다.

 *재판매 및 DB 금지

하지만 대학들은 당장 인건·시설비 등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경상 운영비가 급하다고 말한다. 특별회계 형태라면 사업비가 늘어날 수는 있어도 경상 운영비로 쓸 수 없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상일 전국대학기획처장협의회장(목포대)은 "특히 사립대는 교직원 인건비가 등록금으로 충당되냐, 안 되냐 하는 한계점에 와 있다"며 "교직원 인건비 충당과 학생 충원이 어려우니 학과를 없애는 일도 손쉽게 벌어진다"고 밝혔다.

추가 재원이 안정적인지, 충분한지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제기된다.

교육세는 교통·에너지·환경세 세액의 15%를 비롯한 다양한 세목으로 구성된다. 교육세는 최근 정부의 유류세 인하 등으로 추가경정예산에서 세입 총액이 본예산보다 6000억여원 줄었다. 고등교육 특별회계 몫만 보면, 본예산 때는 3조6000억원이었지만 지금은 3조602억원이 됐다.

최근 5년간 교육세 전체 세입액은 매년 5000~6000억원의 증감폭을 보였다. 2018년 5조2478억원, 2019년 4조8648억원, 2020년 5조3979억원, 지난해 5조3066억원, 올해 본예산 5조3409억원(추경 4조7266억원)이다.

그마저도 정부 목표치, 재정당국이 개편 이유로 든 경제협력기구(OECD) 평균 수준에 도달하려면 한참 부족하다.

2018년 기준 우리나라의 고등교육 분야 정부 투자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0.6%였다. 같은 해 OECD 평균은 0.8%였다. 교육부는 이를 중장기 계획을 세워서 2027년까지 1.1%로 높이겠다는 목표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측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고등교육 국가 투자 계획(11조원)에서 10조원은 더 투입해야 GDP 1.1% 수준이 된다.

[청주=뉴시스] 전신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일 충북 청주 서원구 충북대학교에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2022.07.09. photo1006@newsis.com

[청주=뉴시스] 전신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일 충북 청주 서원구 충북대학교에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2022.07.09. [email protected]

재정 당국에 따르면,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는 특별회계를 중심으로 대학 재정지원을 확대하되 중복된 사업들을 통합하는 방안도 논의됐다. 일반회계로 관리하던 대학 재정지원사업 예산 일부가 특별회계로 넘어가게 된다. 최상대 기획재정부 2차관이 "일반회계를 통해 대학재정에 지원하던 그 수준(기존 사업비)을 줄이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우려는 여전하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수는 "교육세 3조원에서 특별회계로 이관되는 일반회계 사업비를 일부 충당하게 되는 방식이 될 경우 사업비 예산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며 "(이를 막기 위해) 일반회계에 있는 고등교육, 평생직업교육 사업비 전액을 특별회계로 전출해 기존 사업비 예산 규모의 변화를 투명하게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 교수는 "결과적으로 특별회계는 고등교육 예산을 확충하는데 한계가 있다"며 "경상비가 부족한데 또 사업비를 늘리는 구조라서 대학재정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방안"이라고 지적했다.

대학들도 근본적인 타개책이 아닌 만큼 등록금 인상을 막는 규제를 풀어달라는 요구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교협 백정하 고등교육연구소장은 "대학들은 결국 등록금 인상 규제를 풀어달라 할 것"이라며 "등록금 인상을 안 해도 될 만큼 충분한 지원을 해준다면 모르겠으나 (현 방안만으로는) 일정 정도의 인상은 있어야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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