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대로]한강에서 낚시하다 지뢰 폭발…국가 배상 얼마나
낚시 의자에 눌린 북한 지뢰 폭발…심장 손상 등 상해
국가에 1억1000여만원 손해배상 청구해 일부 승소
1심 "국민 보호 의무 부족, 치료비·위자료 지급해야"
[철원=뉴시스] 이영환 기자 = 육군 3사단 장병들이 유실지뢰 탐지 및 제거작업을 하기위해 이동하고 있다. 2020.08.06. [email protected]
판결문에 따르면 70대 남성인 A씨는 지난 2020년 7월4일 경기 고양시 한강 변에서 낚시를 준비하며 낚시 의자를 땅에 내려놓았다. 그런데 그 순간 A씨는 큰 충격을 받아 쓰러졌다. 땅에 있던 지뢰가 의자의 압력을 받아 폭발한 것이다.
국립과학수사원 감정 결과 해당 지뢰는 북한에서 사용하는 대인지뢰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 사고로 A씨는 심장 손상 등 상해를 입었다. 그는 가족과 함께 국가를 상대로 치료비와 위자료 등으로 1억1000여만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폭발한 지뢰를 국군이 매설했다는 근거는 부족하지만, 국가가 폭발물 제거 및 위험방지 의무에 소홀한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30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212단독 최성부 부장판사는 A씨와 그의 가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지난 11일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최 부장판사는 국가가 군용폭발물로 인한 재난 방지 등 국민의 안전을 보호할 직무상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지뢰 등 특정 재래식무기 사용 및 이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7조 제1항에 의하면 지뢰로 인한 민간인 피해 가능성이 있는 지역의 관할 군부대 장은 관련 위험 지역 주위에 경계 표지를 설치해야 한다. 그러나 사고 지역 인근엔 경계 표지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최 부장판사는 "이 사고 발생 전부터 집중호우 등으로 인해 강화도, 임진강 변, 한강 변 등에서 지뢰폭발 추정 사고가 다수 발생한 사실이 있음에도 군인공무원들이 지뢰 수색과 제거 작전을 하지 않아 국민의 생명과 신체의 안전을 보호할 직무상 의무를 다했다고 할 수 없다"며 "관할 군부대 장을 포함한 군인공무원들에게 과실이 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당시 사고지역이 낚시 금지에 하천환경 정비사업 등으로 일반인의 출입도 통제됐음에도 A씨가 들어간 점, 해당 지역에서 지뢰 폭발 전례는 없는 점 등을 고려해 원고의 책임 범위를 70%로 제한했다.
사고 이후 약 3년간의 가동연한(돈을 벌 수 있을 것으로 인정되는 나이)에 따른 손해가 있다는 A씨의 주장에 대해서도 70세 이후로 그만큼의 가동연한을 인정할 증거는 없다고 판단, 이에 대한 손해는 인정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최 부장판사는 국가가 치료비와 위자료로 A씨에게 40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했다. 위자료 명목으로 A씨의 배우자에겐 2000만원, 자녀들에겐 각각 1000만원 지급을 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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