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사망자" vs "참사·희생자"...시민들 "명칭이 중요한 때인가"
정부 "중립적 용어"…이태원 부정적 이미지 우려
광주시, 합동분향소 명칭 '참사 희생자' 바꾸기도
野 "외신은 디재스터" 與 "尹도 참사라 해…정쟁"
"명칭 관련 정쟁할 때 아냐...재발방지 노력해야"
[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출구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공간에서 시민들이 헌화하고 있다. 2022.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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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정진형 기자 = 이태원 참사에 대한 공식 표기를 둘러싸고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정부가 '사고' '사망자'로 표기 지침을 정리했지만, '참사', '희생자'라는 용어를 써야 한다고 주장도 거세다.
3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행정안전부는 이태원 참사 하루 뒤인 지난달 30일 전국 시도에 보낸 합동분향소 설치 공문에서 명칭을 '사고', '사망자'로 표시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중립적 용어를 사용하려는 의도이지 정부 책임을 회피하려는 의도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박종현 행정안전부 사회재난대응정책관은 전날 중대본 브리핑에서 "최대한 중립적으로 쓰는 내규가 있다"고 전했다.
또 사고가 발생한 서울 용산구 이태원이 유명 관광지임을 상기시키며 "그런 지명 뒤에 참사, 압사라는 용어를 쓰면 그 지역 이미지에 굉장히 부정적인 이미지를 각인시켜 준다"면서 상권에 미칠 피해도 고려했다고 부연했다. 대신 다른 용어도 얼마든지 쓸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일부 지자체에서는 경찰의 초기 대응 실패 등 책임소재가 있는 만큼 표기를 바꾸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광주시는 '사고 사망자'라는 명칭이 국민적 거부감이 있고 사회적 논란이 이어진다며 합동분향소 명칭을 '이태원 참사 희생자'로 변경했다.
정치권에서도 여야 간에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전날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이동주 의원은 "외신은 디재스터(disaster, 참사)라고 표현하는데 우리 정부만 인시던트(incident, 사고)로 표현해 난리가 났다"면서 국가인권위원회가 용어 수정을 권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재난안전관리기본법상 공식적 법률 용어로 표기한 것 뿐이라며 야당의 정쟁화 의도라고 맞섰다. 장동혁 국민의힘 의원이 "윤석열 대통령도 이미 (지난달 30일) 대국민 담화에서 '서울 한복판에서 일어나선 안 될 비극과 참사'라고 발언했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여론은 사고 당시 경찰 등의 부실대응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만큼 '참사', '희생자'란 표현 쪽에 무게가 쏠리는 모습이다.
실제 경찰청이 공개한 지난달 29일 112 신고 녹취록을 보면 사고 4시간여 전부터 압사 위험성을 알리는 112 신고가 11건 접수됐으나 경찰 현장 출동은 4차례에 그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송파구에 사는 직장인 김모(36)씨는 "놀러갔다가 일어난 일이라 하더라도 거기에 있었던 사람은 국민인데 중립적 용어를 따지는 게 과연 중요한가. 사고가 일어났고 국민이 죽은 참사"라며 "미리 예방하지 못한 정부와 지자체는 이에 대한 책임 지적이든 용어 변경이든 뭐든 감내해야 한다"고 말했다.
용어를 둘러싼 논쟁보다는 참사를 수습하고 재발방지 대책에 집중해야할 때라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 성북구에 사는 홍모(46)씨는 "아픔으로 기억될 사건을 두고 극단적인 단어로 생채기를 내는 건 우리사회에도 좋지 않다"며 "명칭과 관련된 정쟁보다는 피해자들을 위로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할 때가 아닌가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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