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에 주먹질한 50대, 공무집행방해 혐의 무죄...法 "공무와 별개"

길에서 다른 피의자 음주단속하던 경찰과 시비

A씨 욕설에 경찰관 따라가 따지자 주먹 휘둘러

法, 단속과 별개사건 판단…"적법 조치 취했어야"

[서울=뉴시스]정진형 기자 = 좁은 길에서 음주운전 단속 중이던 경찰관과 시비가 붙은 끝에 주먹을 휘두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50대 남성이 1심에서 공무집행방해 혐의 무죄를 선고받았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형사9단독 조상민 판사는 지난 14일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된 A(53)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9월10일 오후 11시30분께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한 지하철역 통풍구 옆 폭 1.5~1.8m 정도되는 인도에서 경찰관을 폭행한 혐의를 받았다.

그는 음주운전 피의자와 대화하던 경찰관 B씨에게 "길 좀 비켜라. 뭘 봐 XX, 경찰관이면 다야"고 말했고, B씨가 "공무집행 중이니 어서 지나가세요"라고 답하자 주먹으로 턱을 때리고 함께 있던 다른 경찰관의 어깨를 밀어 넘어뜨린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재판부는 A씨가 경찰관을 때린 사실은 있지만 경찰의 적법한 공무집행을 방해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고, 오히려 쌍방이 개인적인 시비를 붙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B씨는 당초 수사기관에 음주운전 피의자 진술을 받기 위해 설득하던 중 A씨가 길을 비키라고 했고, 지나가라고 하자 A씨가 욕설을 하며 달려들었다고 진술했다. 가만히 있던 자신의 왼쪽 턱을 때렸다고도 했다.

하지만 법정에서는 욕설을 들은 뒤 A씨를 따라가며 "왜 욕을 하냐"고 따졌고, 이후 주먹에 맞았다고 진술했다. A씨는 상대방이 "술 X먹고 XX"라고 해 자신도 화가 나서 욕을 했다며 쌍방이 욕설을 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당시 경찰의 보디캠 영상에는 A씨와 B씨가 서로 쳐다보며 시비가 붙은 모습이 확인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차 블랙박스 영상에는 A씨와 B씨 모습이 멀찍이 찍혀 있어 당시 상황을 확인하긴 힘들었다고 한다.

조 판사는 B씨가 피고인의 욕설을 듣고 따라가며 따졌다면 음주운전 단속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별개의 사건이었다고 봐야 한다며 양측의 개인적 시비 과정에서 발생한 일로 판단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음주운전자를 단속하는 경찰관에게 욕설을 한 게 별도의 범죄행위로 판단했다면 이를 알리고 현행범으로 체포하는 등 법에 정해진 조치를 취하는 게 옳았다"며 "그럼에도 이런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고 피고인을 따라가면서 말로 실랑이를 한 행위는 적법한 공무집행이라 평가하긴 어렵다"면서 무죄를 선고했다.

한편 검찰은 1심 판결에 불복해 지난 20일 항소장을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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