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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소 '에이즈 유발' HIV검사 재개…검사율 변화는 미미"

등록 2022.12.28 15:45:39수정 2022.12.28 15:4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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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장기화로 HIV 신규 감염인 신고건수 감소

"코로나19로 보건소 HIV선별검사·익명검진 중단 탓"

서울 25개 보건소 HIV검사 재개…검사율 큰 변화없어

"HIV검사 접근성 높이고 사회적 차별·낙인해소 시급"

[서울=뉴시스]서울의료원 감염내과 최재필 교수. (사진= 뉴시스DB) 2022.12.28

[서울=뉴시스]서울의료원 감염내과 최재필 교수. (사진= 뉴시스DB) 2022.12.28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에이즈(AIDS)란 인간 면역결핍 바이러스(HIV) 감염으로 면역력이 크게 떨어져 각종 감염증과 종양이 나타나기 시작하는 상태를 말한다.

전 세계 HIV·AIDS 신규 감염인 수는 HIV·AIDS 치료제의 발전으로 점점 줄고 있다. 유엔 산하 유엔에이즈계획(UNAIDS) 발표에 따르면 2021년 전 세계 HIV 신규 감염인 수는 전년 대비 3.6% 감소해 2016년 이후 최대 감소폭을 보였다.

국내 HIV 신규 감염인 수도 2019년 이후 대폭 줄고 있다. 지난해 HIV 신규 감염인 수는 975명으로, 2019년 대비 20.2% 감소했다. 특히 국내 HIV 검사의 중추인 보건소의 HIV 신규 감염인 신고가 2019년 대비 무려 57.2% 줄었다.

최재필 서울의료원 감염내과 교수는 최근 뉴시스와 가진 인터뷰를 통해 "국내 HIV 신규 감염인 신고 건수가 감소한 것은 실제 HIV 감염인이 감소해 검사 건수가 준 것이 아니라 코로나19로 의료기관과 대다수 보건소의 HIV 선별검사와 익명검진이 중단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최근 코로나19 재유행이 완만하게 진행되는 가운데 서울을 중심으로 보건소 HIV 검사가 재개되고 있다. 이달 서울 소재 25개 보건소가 모두 HIV 검사를 재개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HIV 검사율에는 큰 변화가 없는 상황이다. 최 교수는 "HIV 검사 접근성을 높이고, HIV 감염인들에 대한 사회적 차별과 낙인 해소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검사를 받지 못해 진단받지 못한 HIV 감염인이 늘어 치료 전략도 바뀔 것 같은데요.

"35%정도가 HIV 감염 사실을 모를 것으로 예측한 연구 자료도 있는데요. 고위험군은 사회적 편견으로 HIV 검사를 꺼리는 경우가 많은데 누구든지 필요할 때 검사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HIV·AIDS가 과거 ‘현대판 흑사병’이라는 편견도 있었는데요. HIV 감염인의 기대여명은 얼마나 되나요?

"HIV 감염인의 기대여명은 비감염인과 똑같다고 예측됩니다. 혈압, 당뇨 같은 만성질환처럼 HIV도 약으로 관리해야 하는 질환이 됐는데요. 꾸준히 면역 기능을 관리하면 평생 문제없이 살 수 있습니다. 1990년대 고강도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HAART) 라는 현재의 치료 방법이 확립됐고 우수한 치료제가 개발되면서 감염인들이 HIV로 사망하는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

-HIV의 전염력은 얼마나 되나요?

" HIV·AIDS는 성 매개 감염병이기 때문에 성접촉을 통해 전파되는데요. 이제 감염 가능성이 있는 혈액, 정액 등 체액조차 바이러스 억제 상태를 충분히 유지하면 전염력이 없습니다."

-HIV 검사를 받으려 보건소에 방문할 경우 비용이나 신분이 노출될 가능성은 있나요? HIV 고위험군의 적절한 검사 주기도 궁금합니다.

"보건소 HIV 검사는 무료, 익명으로 진행돼 신분 노출 가능성이 없고 신속 검사라 결과를 빠르게 알 수 있습니다. 최근 보건소 HIV 검사가 재개된 만큼 적극적인 검사를 권장합니다. 고위험군은 적어도 6개월에 한 번씩 건강을 확인하고, 모르는 사람과 성접촉이 있었을 경우 반드시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서울=뉴시스]에이즈. (사진= 뉴시스DB) 2020.04.18

[서울=뉴시스]에이즈. (사진= 뉴시스DB) 2020.04.18

-보건소, 자가검진 등으로 HIV 양성 진단을 받은 경우 이후 절차는 어떻게 되나요?

"양성 반응이 나오면 확진 검사를 합니다. 이 때도 양성 반응이 나오면 반드시 대학병원 감염내과에 방문해 치료를 시작해야 합니다. 치료는 발견 즉시 치료하는 ‘당일 치료’를 원칙으로 합니다. 빠르게 치료받으면 바이러스를 효과적으로 억제하는 것은 물론이고 타인에게 전파를 막을 수 있습니다."

-HIV 양성 진단 이후 경제적인 부담은 없을지도 궁금합니다.

"HIV는 질환 특성상 치료제 복용 전 여러 검사가 필요하고 평생 치료제를 복용해야 합니다. 국가에서는 HIV 감염인의 치료를 예방 전략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보고 치료비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치료비 지원 방법은 ‘선 납부 후 환급 지원’과 ‘후불 지원’으로 나뉩니다. 후불제는 본인 부담금마저 나중에 보건소에서 환급 받는 것입니다. 진료비 전액을 지원받을 수 있어 의료기관에 방문해야 합니다."

-HIV 감염이 의심되지만 주변에서 감염된 사실을 알게 될까봐 검사나 치료를 유보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조기 검사와 치료의 중요성을 설명해 주신다면요.

"처음 병원에 온 HIV 감염인의 3~60%는 에이즈가 진행된 상태에서 옵니다. 정기적인 검사로 혹시 모를 HIV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죠. 급성 에이즈 감염증은 갑자기 몸에 열이 나고 임파선이 붓는 증상이 나타납니다. 성관계를 가진 한 달 뒤 이런 증상이 나타난다면 반드시 HIV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증상이 없더라도 불특정 다수의 사람을 만나거나 고위험군의 경우 정기적인 검사가 필요합니다. 노출 전 예방 요법을 통해 예방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국내 상황에 맞춰 에이즈 종식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 있다면요

"가장 개선해야 하는 것은 ‘검사율’입니다. HIV 검사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고위험군은 HIV 검사나 자가진단키트로 빠르게 감염 사실을 인지하는 게 중요합니다. 외국인 노동자는 HIV 치료 접근성이 떨어지는데요, 미등록 이주민의 경우 치료법이 제한돼 관리가 부족하므로 개선이 필요하죠. 내국인은 의료보험체계 안에서 HIV 관리가 충분히 잘 이뤄지고 있어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고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HIV 치료를 통해 예방할 수 있는 시대가 왔고 치료는 가장 경제적·효과적인 예방법입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다’, ‘HIV 감염을 조장한다’는 것은 오해고요. HIV 감염인이 치료받지 않으면 감염인이 계속 늘어나고 약값 이상의 비용이 듭니다. 또 땀을 닦거나 손을 잡는다고 전파되지도 않고 성관계도 더 이상 위험하지 않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증명됐습니다. HIV 감염인을 더 이상 위험한 존재로 인식하고 차별하지 말아야 합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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