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빙판길 교통사고 사진 찍다 2차 사고 당한 피해자도 책임"
빙판길 중앙분리대 충격 뒤 삼각대 설치 등 후속 사고 예방 안 해
굽은 내리막 직후 직선도로, 가해자 과속하다 속도 줄였지만 충돌
"양측 과실·도로 구조·날씨 복합적으로 경합, 손배 책임 50% 제한"
[광주=뉴시스] 신대희 기자 = 출장 중 자동차전용도로에서 빙판길 단독사고가 난 뒤 삼각대를 설치하지 않고 현장에 있다가 2차 사고를 당해 크게 다쳐 업무상 재해를 인정받은 운전자에게도 과실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1차 빙판길 단독사고 뒤 후속 사고를 예방할 조치를 하지 않은 점, 도로 구조·날씨, 불가항력적인 상황 등을 종합해 2차 사고를 낸 가해 운전자의 손해배상 책임을 50%로 제한했다.
광주지법 제11민사부(재판장 노재호 부장판사)는 근로복지공단이 보험사와 가해 운전자를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소송에서 "피고들은 근로복지공단에 1억 3064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고 1일 밝혔다.
30대 건설 노동자 A씨는 지난 2018년 2월 5일 회사 출장 업무를 보려고 차를 몰고 전남 영광군청으로 향했다.
A씨는 같은 날 오전 9시 50분 영광군 묘량면 22번 국도(편도 2차선)의 1차로를 운행하던 중 빙판길에 미끄러졌고, 중앙분리대를 충격한 뒤 갓길에 역방향으로 정차했다.
A씨는 차량 앞쪽에서 파손 부위를 사진 촬영하면서 보험사에 연락을 하려고 했다.
이 과정에 B씨가 몰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사고 현장을 덮쳤다. B씨도 파편을 보고 급제동했으나 빙판길에 미끄러지면서 갓길 옹벽과 A씨를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크게 다친 A씨는 치료받았으나 영구적인 장해가 남았다.
근로복지공단은 A씨가 사업주의 지시에 따른 출장 업무 중 사고를 당한 점 등을 고려해 업무상 재해를 인정했다.
근로복지공단은 A씨에게 요양급여·휴업급여·장해연금을 지급했다며 B씨와 보험사를 상대로 1억 8240만 원의 구상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이 교통사고가 A·B씨의 과실, 도로 구조, 당시 날씨 상황이 복합적으로 경합해 발생했다며 피고들의 책임을 50%로 제한했다.
재판부는 "이 사고가 발생한 자동차전용도로는 왼쪽으로 굽은 내리막이 끝나고 직선 부분이 시작되는 지점으로 눈으로 노면이 얼어붙어 있었다. 선행 사고 영향으로 후속 교통사고의 위험이 충분히 예상됐다. 도로교통법상 자동차전용도로에서 차를 운행할 수 없게 됐을 때 운전자는 안전삼각대 등 고장자동차의 표시를 설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A씨는 선행사고가 난 즉시 고장자동차 표시만 하고 현장에서 벗어났어야 하나, 오히려 차 앞쪽에서 파손된 부위의 사진을 촬영하면서 보험사에 연락하려던 중 후속 사고가 발생했다. A씨는 고장자동차 표시를 할 여유가 있었는데도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 피고 B씨가 빙판길에서 충분한 감속을 하지 않고 갑자기 제동 장치를 밟게 된 것이 잘못이라 하더라도, 위와 같은 도로의 구조와 당시의 날씨가 이 사건 사고의 발생에 상당히 기여했음은 분명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B씨가 빙판길에 제한속도(40㎞·도로교통법 시행규칙상 빙판길에선 최고속도의 2분의 1로 운행)를 초과해 60㎞~70㎞로 운행한 것으로 보이는 점, 안전거리 유지와 전방주시 의무를 지키며 더욱 면밀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는 상황이었던 점, 피고 측이 지급했던 보험금액, A·B씨의 과실 비율, 손해배상 채권 등을 종합하면 피고들의 책임을 전체의 50%로 제한함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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