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반공법 유죄' 납북 어부 100명 재심청구…"허물 고쳐야"
이원석 논어 언급하며 "허물이 있으면 고쳐야"
이미 재심 청구된 48명 제외하고 100명 대상
피해자 모임 "검찰, 간첩 조작 주도한 책임자"
"재심 환영하지만 진정 어린 사과 해야 할 것"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검찰 깃발. 2022.08.17. [email protected]
대검은 16일 1968년 동해상에서 어로작업 중 납북됐다가 귀환한 어부 100명에 대해 전국 5개 관할 검찰청에 직권 재심 청구 절차 착수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귀환 후 반공법 위반 등 혐의를 받았고 불법구금을 거쳐 유죄를 선고 받았다.
이와 관련해 이원석 검찰총장은 논어의 '과즉물탄개'(過則勿憚改) 구절을 언급하면서 "검찰의 일도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허물이 있을 수 있다. 허물이 있으면 고치는 것을 꺼리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제주4·3사건, 5·18민주화운동 관련자와 마찬가지로 납북 귀환어부에 대해서도 고령인 점 등을 감안해 신속한 명예회복과 신원을 위해 최선을 다해달라고 지시했다.
납북 후 귀환해 형사처벌을 받은 대규모 피고인에 대해 검찰이 직권으로 재심 청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직권재심 청구 대상자 100명은 1969년 5월28일 강원도 고성군 거진항으로 일괄 귀환한 기성호 등 선박 23척의 선장과 선원 150명 가운데 현재 재심이 청구되지 않은 이들로, 검찰이 이미 직권재심을 청구한 9명, 당사자 혹은 유족이 재심을 청구한 40명, 사망자 1명을 제외한 인원이다.
검찰이 이미 직권재심을 청구한 9명의 경우 검찰은 법정에서 무죄를 구형했고, 법원도 지난해 12월12일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정부는 납북 후 귀환 어부들을 관용하기로 했지만, 북한이 납북어부를 통해 확보한 정보를 대남공작에 활용한다는 판단 아래 강경 기조로 전환했다. 반공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구속수사한 것이다.
이에 귀환한 150명 중 147명이 구속된 상태로 검찰에 송치됐다. 법원은 17명에게 징역 1년을, 132명에게 대체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 등을 선고했다. 재판 중 사망한 1명은 공소기각됐다.
조업 활동 중에 납북된 어부들이 귀환 후에도 구금과 수사·재판을 겪으며 반공법 위반 사범이 된 것이다. 대체로 9~18개월간 구금을 경험했고, 석방 후에도 생활고에 시달렸다고 한다.
대검은 "검찰이 직권으로 재심절차를 수행함에 따라 피고인 또는 유가족이 스스로 관련 자료를 확보하고 소송비용을 부담하는 어려움을 덜고, 신속한 명예회복과 권리구제가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대검은 2021년 11월 제주 4·3사건 직권재심 권고 합동수행단(합동수행단)을 출범시켜 직권재심을 청구했다. 이어 제주 4·3사건 직권재심 청구 대상을 일반법원 수형인까지 확대했다.
지난해 5월에도 전국 검찰청에 5·18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유죄판결·기소유예 처분 대상자들에 대한 명예회복 절차를 적극 추진하도록 지시했고, 최근까지 기소유예 처분을 받는 61명을 '죄 안됨' 처분으로 변경했다. 약 1년 간 5명(누계 187명)의 직권재심도 청구했다.
한편, 동해안 납북 귀환어부 피해자모임(대표 김춘삼)은 "검찰의 직권재심을 환영한다"면서도 "그러나 그 당시 납북 귀환어부를 간첩으로 조작하는 일에 있어 검찰은 방조자가 아니라 모든 것을 주도한 책임자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검찰은 직권재심으로 자신들의 책임을 다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진실화해위의 권고대로 검찰은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진정 어린 사과를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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