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치 초과 환경호르몬 아기욕조' 제조업체 측 "혐의 인정"
환경호르몬 과다 아기욕조 제조·유통 혐의
업체 측 "혐의 인정…사기 구성 요건 의문"
"편취금액 산정 등에 법률적 검토 필요"
[서울=뉴시스]김병문 기자 = 아기 욕조 구입자 등이 지난 2021년 2월9일 오전 서울 동작경찰서에 고소장을 접수하고 있다. 2021.02.09. [email protected]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8단독 박민 판사는 어린이제품 안전특별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욕조 제조사 대현화학공업과 중간 유통사 기현산업, A씨 등 각 기업 대표 2명에 대한 1차 공판을 진행했다. 대표들에게는 사기 혐의도 적용됐다.
이날 A씨 등의 변호인은 사건의 기록 복사가 늦어져 공소사실에 대한 혐의 인정 여부를 다음 기일에 밝히겠다는 의견을 냈다. 증거는 책 10권가량으로 6000여쪽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판사는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을 위해 한 기일을 미루는 게 형사공판 관례상 맞는 것 같다면서도 비난 사실이 큰 사건이라서 많은 시간을 기다릴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변호인은 "기본적으로 혐의는 인정하는 것이고, 사기죄 구성 요건에 대해 의문이 있다"며 편취금액 산정 및 피해자 특정을 문제 삼았다.
검찰은 잡화점에서 소비자에게 판매된 금액을 편취금액으로 산정했는데, 소매 금액이 아닌 납품 금액 기준으로 산정돼야 한다는 게 변호인 측 주장이다. 또, 피해자 특정에 대해선 처음에는 피해자가 잡화점이었다면서도 검찰은 개별 소비자를 피해자로 본 것 같다고도 했다.
재판부는 증거기록 검토 등을 위해 오는 8월17일 재판을 속행하기로 하고 다음 기일에 사기 혐의에 대한 검찰의 기소 의견 및 증거에 대한 변호인 측의 의견을 내달라고 요청했다.
A씨 등은 지난 2020년 12월께 환경호르몬 프탈레이트계 가소제가 기준치의 612배를 웃도는 아기 욕조를 제조·유통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해당 제품은 유명 잡화점에서 '국민 아기 욕조'로 불리며 큰 인기를 끌었고 저렴한 가격에 많은 제품이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업체가 아기 욕조 부품 중 배수구 마개 원료를 변경하면서 안전 기준에 따른 시험 검사를 거쳐야 했지만, 공급자 적합성 검사를 받지 않고 KC 인증 표시를 한 것으로 조사했다.
그러면서 실제로 인증을 받지 않고 KC 인증 표시를 달아 소비자를 속여 부당한 이익을 얻었다고 보고 대표들에게 사기 혐의도 적용했다.
국가기술표준원은 아기욕조의 배수구 마개에서 프탈레이트계 가소제 DINP가 기준치의 612배 이상 검출돼 리콜 명령을 시행했다.
이후 조사 과정에서도 제조자가 아기 욕조 배수구 마개의 제조 원료인 PVC 변경에도 불구하고 추가 시험검사를 거치지 않아 '어린이제품 공통안전기준'에 부적합한 제품을 제조해 납품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성분은 소재 유연성 관련 화학 첨가제로, 장기간 노출되면 간이나 신장 손상을 유발 가능성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국내 어린이용 제품 성분 함유량 기준은 0.1% 이하라고 한다.
아기 욕조에서 환경호르몬이 과다 검출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사회적 공분이 일었고, 피해자 단체는 지난 2021년 업체와 대표를 경찰에 고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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