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참사 특별법 통과로 진상규명 실마리 풀릴까
'윗선' 수사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이 유일
행안부장관·경찰청장·서울시장까지 조사하나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여야가 합의한 '이태원참사 진상규명 특별법' 수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2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한 시민이 추모하고 있다. 2024.05.02.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임철휘 기자 = 수사기관이 이태원 참사 직후부터 주요 책임자에 대한 수사를 이어오고 있지만, 지금까지 유죄 판단을 받은 것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현장 책임자뿐 아니라 이른바 '윗선'에 대한 책임 규명도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이 가운데 전날(2일) 이태원 참사 특별법의 국회 본회의 통과로 설립이 점쳐지는 이태원 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가 진상규명 과정에서 '윗선'에 책임을 물을 단초를 마련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태원 참사 책임과 관련해 '윗선'으로 분류되는 고위공직자가 기소된 사례는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이 유일하다.
김 전 청장은 지난 1월19일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기소됐다. 내부 보고나 언론 보도 등을 통해 핼러윈 축제 전 대규모 인파 운집에 따른 사고 위험성을 충분히 예측하고도 경비기동대 배치 등 적정한 관리 대책을 수립하지 않아 이태원 참사 사상자의 규모를 키웠다는 혐의다.
참사가 발생한 지 447일 만, 경찰청 특별수사본부가 김 전 청장을 검찰에 송치한 지 371일 만의 기소였다.
유일하게 '윗선'으로 분류되는 김 전 청장에 대한 검찰 기소가 늦어지면서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비판이 일었다.
서울서부지검이 지난해 1월 서울경찰청을 2번 압수수색했고 4월에는 김 전 청장을 두 차례 소환 조사하는 등 수사에 나섰으나 송치 1년이 넘도록 김 전 청장 기소 여부를 확정 짓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후 지난 1월 초 대검찰청이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를 열고 수심위 위원 15명 중 9명이 기소 의견을 낸 후에야 검찰은 김 전 청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이 지난달 22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 이태원 참사 재판 1심 1차 공판기일에 참사 유가족들의 항의를 받으며 출석하고 있다. 2024.04.22. [email protected]
힘겹게 기소된 만큼 재판에 속도가 붙어야겠지만 김 전 청장이 혐의를 부인하면서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청장은 지난달 22일 열린 첫 공판에서 "증거 기록과 검찰 공소장은 결과론에 기초한 과도한 책임주의에 따른 주장"이라며 무죄를 호소했다. 지난 29일 이임재 전 서울 용산경찰서장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서는 "이 사건은 그 누구도 예견할 수 없었다"고 또다시 강조했다.
윗선이 아닌 현장 책임자에 대한 재판도 제자리걸음이다.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과 박희영 서울 용산구청장은 지난 1월 기소된 후 서울서부지법에서 재판받고 있다. 당초 검찰이 구속기소했으나 재판이 길어지면서 모두 보석으로 풀려났다.
이 전 서장은 핼러윈 축제 기간 경력을 투입해야 한다는 안전 대책 보고에도 사전 조치를 하지 않고 참사 당일 현장에 늦게 도착하는 등 지휘를 소홀히 했다는 검찰 주장에 서울청에 기동대 배치를 요청하는 등 참사 이전에 대비했고, 참사 관련 무전을 듣지 못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참사 당일 인파 밀집 등 사고 발생을 예견할 수 있었는데도 안전관리계획을 세우지 않은 혐의를 받는 박 구청장도 "인과관계와 관련한 구체적인 주의 의무가 제시되지 않았고 (사고를) 예견할 가능성이나 회피할 가능성이 없었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지난달 22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재판 1심 1차 공판기일 시작 전 재판 에 출석하는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에게 항의하며 오열하고 있다. 2024.04.22. [email protected]
김 전 청장을 제외하고는 수사기관이 '윗선'에 대한 수사를 하지 않았기에 특조위가 '윗선'을 어디까지로 규정하고 새로운 증거 자료를 찾을지 주목된다.
앞서 경찰청 특별수사본부는 수사 끝에 지난해 1월 김 전 청장 등 23명을 송치했다.
하지만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윤희근 경찰청장, 오세훈 서울시장 등에 대해선 구체적 주의의무나 참사와의 인과관계를 입증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혐의로 수사를 종결해 뒷말이 나왔다.
특조위가 가동되면 이들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또 이 과정에서 기소되지 않은 윗선의 법적·도의적 책임이 드러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는 전망이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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