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아동 다시 증가…살인·성폭행 등 갈수록 '흉폭'
【서울=뉴시스】권현구 기자 = 1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성미산로 실종아동찾기협회에서 관계자가 이동하고 있다. 정부는 경기도 부천 초등학생 시신 훼손 사건 등을 계기로 올 하반기부터 장기 결석 아동에 대한 담임교사의 실종 신고를 의무화하는 등 실종아동보호법 및 관련법 시행령을 서둘러 개정하기로 했다. 2016.01.18. [email protected]
미발견 장기 미아, 예년 한자릿수에서 작년 182명으로 '급증'
과거 단순 납치서 갈수록 성폭행·살인 등 흉악·강력범죄化
【서울=뉴시스】박준호 기자 = '182명.' 지난해 실종아동으로 신고된 1만9870명 가운데 지금까지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한 아동 숫자다.
매년 5월25일은 세계 실종아동의 날이다. 이 날은 1979년 5월25일 뉴욕에서 에단 파츠(당시 6세)가 등교 중 유괴·살해된 사건을 계기로 1983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에 의해 선포됐다. 캐나다와 유럽 등의 동참 속에 전 세계적으로 확산됐고 한국은 2007년부터 5월25일을 '한국 실종아동의 날'로 제정했다.
실종아동이란 실종신고 당시 만 18세 미만 아동으로 약취∙유인∙유기∙사고로 인해, 또는 가출을 하거나 길을 잃는 등의 이유로 보호자로부터 이탈된 아동을 의미한다.
◇출산율 감소로 줄던 실종아동…지난해 다시 증가세로 전환
한때 우리나라의 실종아동 수는 OECD 회원국 중 출산율 최저국가라는 오명을 쓰고도 증가해오다가 2012년 2월 실종 아동법 개정 시행으로 지문 등 사전등록제와 위치추적제가 도입되면서 감소세를 지속했다.
그러나 한동안 줄어드는 듯했던 18세 미만 정상아동의 실종 신고는 지난해 다시 증가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실종아동 신고 건수는 2012년 2만7295건, 2013년 2만3089건, 2014년 2만1591건, 2015년 1만9428건으로 매년 감소해오다가 2016년 1만9870건으로 늘어났다.
특히 실종 신고 후 발견되지 않은 채 장기 '미아'로 남은 아동이 지난해 급증했다. 2012년 4명, 2013년 0명, 2014년 5명, 2015년 9명에 불과했지만 2016년 들어 182명으로 크게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세계 실종아동의 날인 25일 오후 서울 중구 페럼타워 페럼홀에서 열린 제10회 실종아동의 날 행사에 참석한 시민들이 실종아동들의 얼굴이 나와있는 현수막을 바라보고 있다. 2016.05.25. [email protected]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실종아동에 대한 범위가 14세 미만에서 18세 미만으로 확대되다보니 고등학생까지 실종아동으로 분류됐다"며 "가출청소년들까지 집계에 포함되다보니 신고 건수가 증가한 측면이 있다. 8세 미만 아동의 실종 신고는 예년이나 요즘이나 큰 차이는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실종아동이 좀처럼 줄지 않고 되려 증가한 것을 놓고 사회적 인식이나 관심이 과거에 비해 후퇴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에는 사회적으로 실종아동에 대한 경각심이 높았던 반면, 최근 들어 지문 등록제 등 첨단시스템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떨어졌다는 지적이다. 최근에는 사회적으로 아동범죄 중 '학대'에 초점을 두면서 아동의 '실종'에 대한 관심은 더 떨어진 측면이 있다.
서기원 실종아동찾기협회 대표는 "실종아동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과 국가적인 홍보가 필요하다"며 "실종아동 관련 단체들은 대부분 가족들 회비를 걷거나 주변 지인들 도움을 얻어 가까스로 운영되고 있는 실정이다. 실종아동 범죄는 법에 공소시효 자체가 규정되지도 않은 데다 경찰관 인력도 많지 않아 신고가 접수되더라도 처리가 지지부진할 때가 많다"고 전했다.
나주봉 전국미아실종가족찾기시민의모임 회장은 "예전에는 실종아동의 가족이 길거리에서 직접 전단지를 돌렸지만 요즘에는 인터넷이나 SNS 등을 통해 알리는 경우가 많다"며 "평소 시민들의 제보가 많지 않기 때문에 모든 국민이 경찰관의 눈이 되어 항상 실종아동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양자 입적·몸값 노린 납치에서 살인·성폭행으로
최근 매스컴 등을 통해 아동학대 사건이 많이 부각되면서 상대적으로 유괴에 의한 실종아동에 대한 관심은 줄어든 게 현실이다.
일반적으로 실종 유형은 미아, 유괴, 유기, 가출, 사고로 나뉜다.
입양 절차 등과 같은 제도가 미비한 시절에는 자녀가 없는 집에서 아이를 키우려는 목적으로 납치하거나 대를 잇기 위해 양자로 입적시키려 납치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어린이를 인질로 삼아 몸값을 요구하는 유괴가 기승을 부린 시절도 있었다.
【서울=뉴시스】실종아동등 신고접수 현황.(자료출처: 경찰청) 2017.05.24
대표적으로 8세 여아를 성폭행한 '조두순 사건'을 들 수 있다. 조두순은 지난 2008년 12월 경기 안산에서 등교하던 8세 여자어린이를 납치, 성폭행하고 중상을 입혀 커다란 충격을 안겼다.
여중생을 성폭행 후 살해한 '김길태 사건'도 큰 파장을 일으켰다. 김길태는 2010년 2월 부산에서 예비 여중생을 납치해 성폭행하고 시체를 물탱크에 유기했다.
2010년 6월에는 초등학교에서 여아를 납치해 성폭행한 '김수철 사건'이 일어났다. 실종아동 범죄는 최근에도 이어지고 있다. 올해 3월 인천에서는 한 여고생이 공원에서 놀던 여자 초등생을 자신의 아파트로 데려가 살해하고 시신을 흉기로 훼손한 사건이 발생했다.
나주봉 회장은 "요즘에 발생하는 실종아동 범죄의 대부분은 과거처럼 금품을 요구하기보다는 성폭행을 목적으로 아동 성기호증 환자들에 의한 납치가 많다"며 "미성년도 지문을 등록하는 사전등록제 뿐만 아니라 미국과 같은 선진국처럼 우리나라도 DNA, 얼굴변환프로그램 등을 좀 더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장기실종아동은 미성년자 성범죄나 성매매, 살인 등 각종 범죄에 노출되거나 표적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실종 초기에 신속한 수색과 위치 확인이 중요하다.
그럼에도 실종전담 수사 인력은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연간 2만건 내외의 실종아동 신고가 접수되는데 일선 경찰서에서 오랜 기간 전담인력을 두고 제대로 처리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역부족이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전국에 학대예방경찰관(APO) 정원 200명이 편성돼 어린이 안전 문제를 담당하고, 실종에 대한 1차적인 수색·확인은 일선 경찰서의 여성청소년수사팀이 맡는 식으로 투트랙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하지만 일선 경찰서에서는 아동실종 뿐만 아니라 장애인이나 치매노인 실종, 미귀가 성인 등에 대한 신고도 접수·처리하기 때문에 현장 인력을 증원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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