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학생이 사라진다"…서울 초교 10개 중 1개 '작은학교'
[학교 사막지대①] 지방 뿐 아니라 서울도 폐교 위기
전교생 240명 아래 초교 73개…4년 뒤 85개교로 늘어
서울 개화초·등명초는 학생수 100명도 채 되지 않아
저출생으로 학령인구 감소 가속화…폐교 늘어날 듯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지난해 9월4일 서울시내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등교를 하고 있는 모습. 2023.09.04. [email protected]
2일 서울시교육청의 2023~2027학년도 초등학교 학생배치계획에 따르면, 올해 전교생 수 240명 이하 서울 초등학교 수는 전체 612개교 중 73개교로 전체의 12%에 달한다.
전교생 수가 240명 이하면 '소규모 학교'로 분류하는데, 올해 서울 초등학교 10개교 중 1개교는 이에 해당하는 것이다.
소규모 학교는 점차 늘어 2027년에는 85개교(14%)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과거 소규모 학교는 주로 농어촌 지역이나 도서, 산간벽지에 많았지만 서울에서도 폐교 위기에 처한 학교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중학교와 고등학교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중·고교의 소규모 학교 기준은 학생 수 300명 이하인데, 올해 이 범주에 들어오는 서울 중학교는 62개교, 고등학교는 26개교로 예상됐다. 4년 뒤 이 숫자는 각각 64개교, 29개교로 증가한다.
지난해에는 전교생 수가 100명이 채 되지 않는 학교들도 있었다. 서울 개화초등학교(89명)와 서울 금호여자중학교(87명)다. 등명초등학교는 재작년까지 96명이었다가 작년 105명으로 소폭 늘었다.
이 중 금호여중은 올해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개축공사에 따라 3월부터 휴교에 돌입, 2021년부터 신입생을 받지 않고 있는 상태다.
1956년에 설립된 개화초는 현재 한 학년당 편성된 학급 수가 1~2개, 학생 수는 11~16명에 불과하다. 반면 교원 수는 17명으로 선생님 수가 학생 수보다 많다. 2013년까지만 해도 개화초의 전교생 수는 252명이었지만, 불과 10년 만에 절반 넘게 줄어들었다.
등명초 역시 10년 전에는 전교생 수가 222명이었지만 약 53% 감소했다. 현재 학년당 편성 학급 수는 1~2개, 학생 수는 18~21명, 교원 수는 17명이며 이곳 4학년 학생 수는 6명에 그친다.
학생 수가 적다고 곧바로 폐교 수순을 밟는 것은 아니다. 교육부의 적정규모 학교육성 권고 기준에 따라 도시지역에 전교생 수 240명 미만 초등학교들은 통폐합 대상으로 분류되지만, 실질적인 결정 권한은 관할 교육청에 있기 때문이다.
서울의 경우 전교생 수를 비롯해 해당 지역의 개발 여건, 학교의 역사성, 학생들의 원거리 통학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통폐합 대상 학교를 결정한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서울 외곽 지역에 위치해있는 학교들은 가령 전교생 수가 90명 밖에 안 된다고 하더라도 인근에 학생들을 전학 보낼 학교가 없다"며 "이런 학교들은 (이전·재배치 학교에서) 통학버스를 운영하지 않는 한, 폐교를 쉽게 추진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소규모 학교 재학생들은 다른 학교와 비교해 교육 여건 격차가 클 수 밖에 없다. 우선 학생 수가 적은 만큼 조별 토론이나 모둠 학습활동과 같은 참여 형태 수업에 제약이 생긴다. 축구를 하는 경우 팀별 11명씩, 최소 22명의 학생이 필요하다. 학교폭력이 발생했을 때 피해학생과 가해학생을 분리할 수 없는 문제도 있다.
박남기 광주교육대학교 교육학과 교수는 "학생 수가 적으면 개별화 교육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지만 학생들 간 소통이 부족하고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 운영이 어려울 수 있다"며 "이런 문제점들은 교실에 있는 아이들이 인터넷 시스템을 통해 타 지역 학생들과 함께 수업하는 방식으로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2월 폐교된 서울 화양초등학교의 경우 2022학년도 신입생 수는 7명, 전체 학생 수는 84명에 불과해 정상적인 학급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4년 전 문을 닫은 강서구의 염강초등학교와 공진중학교도 전교생 수가 각각 157명, 47명에 머물렀다.
학령인구가 감소하면서 학생 수 부족에 시달리는 학교들은 지금보다 가파르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방교육재정알리미를 보면 1970년부터 지난해까지 폐교된 전국 초·중·고교 수는 총 3922개에 이른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1만2164개 초·중·고교 중 입학생이 '0명'인 학교는 164개교에 달했다. 비수도권뿐 아니라 서울(7개교)과 경기(5개교), 인천(1개교) 등 수도권에서도 신입생이 없는 학교는 나타났다.
초저출생으로 초등학교 학령인구(6~11세)는 이미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다.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학령인구는 지난해 261만명에서 2030년 161만명으로 7년 만에 100만명이 감소한다.
서울의 초·중·고 학령인구는 이미 100만명 아래로 떨어진 상황이다. 시교육청이 작성한 ‘학교급별 학령인구 변화 추이’에 따르면 올해 서울 학령인구는 76만6000명을 기록, 2035년에는 42만1000명으로 45.1%p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박 교수는 "학생 수 감소 문제는 결국 국가 차원의 출산율 제고와 연결되기 때문에 지방자치단체와 정부의 대책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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