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동치는 대선, 안갯 속 '野 텃밭' 호남 민심
【광주=뉴시스】송창헌 기자 =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등장으로 대선 정국이 요동치는 가운데 야권 텃밭인 광주·전남은 조기 대선과 다자 구도의 혼돈 속에 관망세를 이어가며 안갯속 민심을 보이고 있다.
국민의당과 더불어민주당, 두 당의 간판인 안철수·문재인 전 대표에 대한 지지율이 1년도 채 안돼 180도 뒤바뀐 가운데 제3지대 연대, 빅텐트, 뉴DJP, 선(先) 자강 후(後) 연대 등 가상 시나리오가 난무하면서 표심이 정처없이 떠돌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권 잠룡들은 리딩 그룹이나 지지율 5% 미만 마이너 입지자 할 것 없이, 대선 때마다 전략적 선택을 해온 호남에 공을 들이며 설 연휴를 앞둔 호남 구애 작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
◇'녹색바람' 옛말…2野 지지율 뒤집혀
지난해 4월 총선에서 국민의당은 호남 28석 중 23석을 쓸어담으며 '호남 제1당'으로 등극했다. 지난해 4월 넷째주 호남 지역 국민의당 지지율(갤럽)도 48%로, 민주당(23%)의 더블스코어였고 차기 대통령 선호도에서도 안철수 전 대표 28%, 문재인 전 대표 18%로 '안철수 신당 바람'이 거셌다.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 조사에서도 총선 직전인 4월4∼8일 국민의당 호남 지지율은 44.4%로, 민주당 24.6%를 멀찌감치 따돌리며 호남 돌풍을 예고했다.
그로 부터 7개월 뒤 올 1월 둘째주. 상황은 정반대다. 호남 지역 정당 지지율(갤럽)은 민주당 45%, 국민의당 20%로, 호남 맹주를 자임해온 국민의당이 지역구 의석수 8분의 1에 불과한 민주당의 반토막 지지율에도 미치지 못했다. 전국적으로는 41%대 10%로 무려 4배 차다.
대선주자 지지율도 문재인 전 대표 39%, 이재명 성남시장 13%에 이어 안철수 전 대표는 12%로 반 전 총장과 동률이다. 1년 전에 비해 문재인은 16%포인트, 이재명은 11%포인트 오른 반면 안철수는 10%포인트나 빠졌다. '국민의당=호남당', '안철수 몰락'이 거론되는 까닭이다.
국민의당 지지율은 '호남 싹쓸이' 총선이 있은 지 불과 두 달 만에 리베이트 파동으로 급격히 무너지기 시작해 지난해 6월 34%로 민주당과 동률을 이룬 뒤 역전됐다가 7월 초 박지원 비대위 체제가 출범하면서 재역전했으나 12월 탄핵 정국에서 12·2 조기 탄핵에 어정쩡한 태도를 취하고 비박(근혜)과의 연대론에 휩싸이면서 역풍을 맞아 날개없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당내 일각에서 제3지대 견제론에 맞서 당내 후보를 키운 뒤 연대하는 선 자강 후 연대, 국민의당 중심 빅텐트론 등이 제기되고는 있지만, 등돌린 민심은 좀처럼 돌아오지 않고 있다.
◇ 文 지지율, 정당지지율 밑돌아…반문 정서 여전
12월 말∼1월 초 실시된 10여개 언론사의 여론조사에서도 문 전 대표의 호남 지지율은 정당 지지율보다 10%포인트 가량 낮다.
지난 총선 때 "호남이 민주당에 대한 지지를 거둔다면 정계 은퇴하고 대선에 불출마하겠다"고 공언했음에도, 이를 어긴 데 대한 호남의 배신감 등이 적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새누리당의 각종 실정에 대해서도 강력한 대응을 하지 못했다는 실망감도 깔려 있다.
반면 국민의당은 정당 지지율이 안 전 대표 지지율보다 8% 포인트 가량 높아 당에 대한 기대감이 산산조각난 상태는 아니다. 국민의당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경우 호남 대선 판도에서는 상당 부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다. 새누리당과 (가칭)바른정당 지지율은 각각 6%와 2%로 합쳐도 10%를 밑돈다.
◇ 지역민-지방의원 "혼란", 대선주자들 호남행
안풍 추락과 반문 정서로 정처 없는 표심에 4∼5가지 시나리오까지 더해지면서 호남 유권자들이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개헌을 중심에 둔 '제3지대 연합정부론'은 물론 비문(재인)과 비박(근혜)을 더한 '빅텐트론', 호남과 충청권이 합치는 '뉴DJP 연합', 야권 단일화를 통한 '(촛불)공동정부'까지 다양하다.
여기에 개헌은 어떤 방식으로 언제 할 것인지, 연대와 통합의 중심고리는 누구로 할 것인지, 경선룰은 어떻게 할 지 어느 하나 결정난 것이 없어 국정 혼란 속에 '유권자 스트레스'도 가중되고 있다.
지방의원들도 다자구도 속에 대놓고 특정후보 공개 지지를 못하고 있다. 광주시의회도 20여 의원들이 각기 다른 후보를 지지하면서도 SNS 등에 공개 지지한 의원은 1∼2명에 불과하다.
지역 정가 관계자는 "우선 광주·전남 출신 유력주자가 없는 데다 두 야당에 대한 이유있는 실망, '비박= 결국 새누리'라는 인식, 여기에 '반기문과 박근혜는 한 몸통 아니냐'는 의구심 등으로 호남 민심이 쉬이 마음둘 곳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회사원 김모(49)씨는 "탄핵 심판이 조기 결정날 경우 4월 말이나 5월 초에 대선이 치러질 수도 있다는 말에 유권자 마음만 바빠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네거티브가 되레 노이즈 마케팅이 되고, 정책 대결은 실종되고, 후보 부실 검증도 우려돼 표심이 흔들리는 것 아닌가 싶다"고도 했다.
이런 가운데 대선 주자들은 호남 민심이 대선의 풍향계라고 보고, DJ의 정치적 고향이자 '노풍·안풍의 진원지'인 광주와 전남을 앞다퉈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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