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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완전 기울어" vs "아직 몰라" 안갯속 광주·전남 민심

등록 2018.02.11 08:3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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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시스】류형근 기자 = 6·13지방선거가 4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국회의원들의 잇따른 낙마로 미니 총선까지 치러지게 되면서 정치권이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지난 9일 오전 광주 서구 광주시선거관리위원회 홍보관에 지방선거 디 데이를 알려주는 현황판이 세워져 있다. 2018.02.09. hgryu77@newsis.com

【광주=뉴시스】류형근 기자 = 6·13지방선거가 4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국회의원들의 잇따른 낙마로 미니 총선까지 치러지게 되면서 정치권이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지난 9일 오전 광주 서구 광주시선거관리위원회 홍보관에 지방선거 디 데이를 알려주는 현황판이 세워져 있다. 2018.02.09.  [email protected]

·"민주당 압승할 듯", "민평-미래 선전 관건"
정체성 vs 실리, 정당 vs 인물론 놓고 신중
與 전략공천, 野 분당사태 민심 향배 '촉각'      
'미니 총선', 개헌 맞물려 투표율에도 관심

 【광주=뉴시스】 광주전남취재본부 = "대통령 인기 많잖소? 아무래도 '문재인 효과'로 민주당이 시장이든 의원이든 유리하지 않겠어요?" "일당 독점보다 인물이나 다당 구조를 위해 또 '절묘한 선택'을 하지 않을까요"

 "민주당은 후보가 너무 넘쳐 누가 누군지 모르겠고, 국민의당은 둘로 쪼개져 난리고, 국회의원도 뽑아야 하고, 정신이 없네요. 차분히 살펴 봐야죠"

 6·13 지방선거를 넉 달 앞둔 11일 오전 광주의 한 체육센터 휴게실.설 연휴를 앞두고 들뜬 분위기에다 동계올림픽과 북한 응원단 등 화젯거리도 많아선지 지방선거에 대한 이야기는 생각보다 많진 않았다.

 그러나 얼마 후, TV를 통해 유력 입지자들의 출마선언과 국회의원 당선 무효에 따른 재보궐 관련 소식이 전해지자 기다렸다는 듯 여기저기서 '셀프 논평'과 '유권자의 속내'가 드러났다.

 "민주당이 휩쓸지 않겠어요? 대통령 인기도 높은 판에…." 40대 후반의 한 남성이 독백처럼 말을 꺼내자, 비슷한 또래의 여성이 "완전 기운 것 같은데"라고 맞장구를 쳤다.

 그러자 옆에 있던 70대 어르신이 "그래도 여기선 평민당인가, 민주평화당인가, 그 당을 찍어야 하지 않겠어"라고 DJ 향수를 자극했고, 60대 헬쓰회원도  "민주당이 평화당(민평당)과 합쳐지면 싹쓸이 하겠지만, 따로 나오면 후보가 누구냐가 중요하지 않겠는가"라고 신중론을 폈다.

 설 연휴 전 마지막 '불금'인 지난 9일 저녁 광주의 한 식당. 정치 관심도가 높은 50대 초반의 고교 동창생 모임에선 선거 얘기가 빠지지 않았다.

 "5·18, 또 영화로도 나온 '1987' 때 어떤 역할과 활동을 했는지, 발자취가 중요하지 않겠냐"고 정체성을 강조하자 "언제까지 광주는 5·18, 민주화에만 매몰돼 있어야겠냐, 자식들을 위해서도 먹고 사는 일, 직장, 기업유치 이런 게 중요하다고 보네"라고 반박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친구. "정체성과 실리, 둘 다 갖춘 후보가 답인데… 아직까진 '답'(찍을 후보)이 없네"라고 고개를 저었다.

 취업준비생 한모(31)씨는 "자체 균열된 국민의당은 호남에 구애할 명분이 없다. 민주당이 압승할 것으로 본다"며 "다만 지역 행정과 의정을 이끌 수장을 뽑는 만큼 후보들의 가치관과 공약을 꼼꼼히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은행원 정모(48)씨는 "대통령 지지율의 고공행진으로 민주당이 반사이익을 얻고 있지만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당에 몰표를 준 광주·전남의 민심을 되돌아 봐야 한다"며 "지역맞춤형 공약으로 정책 대결을 해야 민심의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뉴시스】류형근 기자 = 6·13지방선거가 4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국회의원들의 잇따른 낙마로 미니 총선까지 치러지게 되면서 정치권이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지난 9일 광주 북구 한 사무실에서 직원이 인터넷 정치 기사를 살펴보고 있다. 2018.02.09. hgryu77@newsis.com

【광주=뉴시스】류형근 기자 = 6·13지방선거가 4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국회의원들의 잇따른 낙마로 미니 총선까지 치러지게 되면서 정치권이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지난 9일 광주 북구 한 사무실에서 직원이 인터넷 정치 기사를 살펴보고 있다. 2018.02.09.  [email protected]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할 선거일이 하루하루 다가오지만, 민심은 여전히 안갯 속이다.

 지역민들은 민주당이 '대통령 후광'과 집권여당의 프리미엄, 탄탄한 당세(黨勢)를 등에 업고 주도권을 쥘 것으로 보면서도 정치적 변수에도 촉각을 세우는 분위기다.

 전남 목포에 사는 한 정당인(46)은 "특정 정당의 '바람'은 불지 않은 것이다. 그 동안 지방선거에서 무소속, 정의당 등의 약진이 눈의 띄었지만 올해는 민주당과 민평당 등 양자, 또는 삼자구도로 전개되면서 무소속 입지가 상대적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대통령 지지도가 높지만 사고 지구당이 많고 현역 의원이 적어 결집력의 한계를 보이고 있다. 더욱이 지역 민심과는 괴리되는 전략공천 등의 이야기가 나오면서 이탈도 예상된다"고 관측했다.

 민평당에 대해서는 "호남팔이가 심하고 이를 식상해하는 층이 확산되고 있고,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간 통합신당은 이미 동력을 상실했다. 후보를 낼 수 있을 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나주의 한 시의원은 "솔직히 민평당보다는 민주당에 입당해 출마하는 게 장기적으로 낫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요즘 지인들에게 '어느 당으로 나오는 게 낫겠냐'고 묻는 게 일상이 됐다.

 시민 이모(47)씨는 "반안(반안철수) 정서가 워낙 크다"고 전했다. 4년 전 '안철수 바람', 2년 전 총선 때 국민의당 '녹색돌풍'이 이젠 반안 광풍으로 변했다고도 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발탁해 정계에 입문한 나주 손금주 의원이 국민의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남아 있는 것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김동헌 광주경실련 사무처장은 "국민의당은 지역에서 1당 역할을 할 수 있었고, 시민들이 원하는 걸 보여줄 수도 있었는데도 민생을 챙기지 못하고 분당으로 갔다"며 "주변에 '민주당 완승'을 예상하는 이들이 많다. 개헌투표가 함께 진행되지 않는 이상 투표율이 낮을 것 같다는 전망도 나온다"고 전했다.반면 "특정당이 모두 차지하면 의회, 행정간 균형과 견제를 잃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조선대 공진성 교수는 정체성 논쟁의 함정을 경계했다. "정당이 쪼개지면서 민생과는 무관한 정체성 논쟁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며 "정당들이 '현 정권 국정 성공에 따른 호남 혜택' '진정한 개혁·평화세력' '어떤 노선이 호남을 위한 길이냐' 등 추상적 논쟁과 대립각만 세우면, 선한 편이냐 악한 편이냐는 식으로 판이 짜여질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삶을 살피는 실력경쟁보다는 나이브한 입장 표명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개헌에 대한 얘기도 나온다. 회사원 최모(52·순천)씨는 "지방분권 개헌에 대한 지역민 관심도를 높이기 위해 토론회 등을 노력하고 있지만, 중앙에서 여야 합의도 안되고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생애 첫 투표를 하게 될 정모(19)군은 "아직 어느 정당을, 어느 후보를 찍을 지 생각해 보진 않았지만, 설 연휴에 어르신들 예기부터 들어볼 생각"이라며 "서로 헐뜯는 후보는 찍지 않을 생각이고, 정책 중에서는 청년 종합대책에 가장 관심이 많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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