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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특이동향 없다는데…'후계 김여정' 국회 보고서 논란(종합)

등록 2020.04.29 18:0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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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조사처 '김정은, 김여정에 당중앙 지위 부여 할 수도'

정치국 후보위원 복귀, 본인 명의 담화 발표 근거로 전망

전문가들 "北, 8년간 김정은 체제 구축…벌써 후계 구도?"

"남성 중심성 강한 北에서 여동생 미리 옹립 거의 불가능"

"김정은 유고 상황 전제한 추측…파장 고려해 신중해야"

국회 "신변이상설과 무관" 해명에도 "납득 어렵다" 반응

【서울=AP/뉴시스】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 2019.03.02.

【서울=AP/뉴시스】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 2019.03.02.

[서울=뉴시스] 김지현 기자 = 청와대와 통일부, 외교부 등 정부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건강이상설과 관련해 북한 내 특이동향이 없다고 거듭 밝힌 가운데 김 위원장이 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에게 후계자 지위를 부여할 가능성을 시사한 국회 보고서가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29일자로 발행한 '북한 당 정치국 회의와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3차 회의 분석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김여정의 지위와 역할이 '당중앙'(후계자)의 역할까지 확대되는 상황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김 제1부부장이 ▲당 정치국 회의에서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재임명된 점 ▲본인 명의로 대남·대미 담화를 발표한 점을 근거로 향후 북한이 백두혈통 후계자로서 김 제1부부장의 지위와 역할을 확대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그러면서 "독립된 정치 주체로서 김여정의 활동은 수령 유일영도체계라는 북한 정치의 특성상 당의 유일지도체제를 책임진 당중앙의 역할이며, 백두혈통의 후계자로서 지위와 역할로 확대될 수 있는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다"고 기술했다.

이 보고서를 소개하는 국회 입법조사처 보도자료는 '김정은, 김여정에게 당중앙(후계자)의 지위와 역할 부여할 수도'라는 제목을 달고 언론에 배포됐다.

보도자료는 김 제1부부장의 후계 역할 가능성을 언급하는 것을 넘어 "정치국 후보위원에 머물러 있는 김여정의 지위와 역할을 고려할 때 김 위원장 복귀 후 곧바로 이뤄지기보다는 한 차례 공식적인 절차가 더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여러 언론이 보고서를 인용해 "김여정이 후계자 지위를 받을 듯하다"는 보도를 내놨다.

[서울=뉴시스] 북한 조선중앙TV는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 전원회의 3일회의가 30일에 계속 진행 되었다고 31일 보도했다. 조선로동당 김정은 위원장이 1일회의, 2일회의에 이어 보고를 계속했다고 방송했다. 2019.12.31. (사진=조선중앙TV 캡쳐)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북한 조선중앙TV는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 전원회의 3일회의가 30일에 계속 진행 되었다고 31일 보도했다. 조선로동당 김정은 위원장이 1일회의, 2일회의에 이어 보고를 계속했다고 방송했다. 2019.12.31. (사진=조선중앙TV 캡쳐) [email protected]

그러나 북한 전문가들은 보고서가 제시한 근거를 바탕으로 김여정 제1부부장의 위상이 이전보다 강화됐다고 볼 수는 있지만, 북한이 김정은에서 김여정으로 후계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고 해석할 만한 정황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 유고 상황을 전제한 확대 해석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김 제1부부장은 지난해 4월 정치국 후보위원에서 해임됐지만 실질적 위상은 계속됐다"며 "이번에 재임명되면서 새로운 임무나 지위가 부여됐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담화 발표는 후계자로서 입지 차원이라기보다 대미 메시지를 강하게 내기 위한 것"이라며 "김 위원장 측근으로서의 역할"이라고 분석했다.

홍 실장은 아울러 "김 위원장이 2012년 집권 이후 주요 간부의 70~80%를 자신의 사람들로 인적 쇄신을 하며 자신의 정치를 펼치기 위한 구조를 만들었다"면서 "집권 9년차를 맞은 이 30대 젊은 지도자가 벌써부터 후계구도를 그리는 것은, 더구나 남성 중심성이 강한 북한에서 여동생을 미리 옹립하려 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고 일축했다.

북한은 김일성 주석 시절인 1974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후계자로 지정했지만, 김 주석이 그로부터 20년이나 건재하면서 둘 사이에는 상당한 긴장관계가 있었다. 김 위원장의 정치 리더십이 긴급한 위기를 맞지 않는 이상 4살 터울로 알려진 남매 간의 권력 승계 시나리오는 개연성이 떨어진다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당중앙'이라는 표현 사용이 신중치 못하다는 지적도 있다. 홍 실장은 "당시 김일성은 '수령'이라고 불렸지만 김정일에 대한 호칭은 없던 상황에서 후계자로서의 위상을 부각시키기 위해 '당중앙'이라는 표현을 쓰기 시작한 것"이라며 "제1부부장에 불과한 김여정에게 당중앙이라는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북한에서는 감히 있을 수 없는 얘기"라고 강조했다.

다수 북한 전문가들은 만일 북한에 급변사태가 발생했을 경우 김 제1부부장이 최고지도자 대리 역할을 하게 될 가능성을 거론해왔다. 그럼에도 김 제1부부장이 정식으로 후계를 잇기에는 쉽지 않은 환경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항일혁명 전통이 남성 중심(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계승된 북한 체제에서 여성 지도자가 통치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삼촌 김평일이나 남성 간부 중심의 집단지도체제 등장 가능성이 언급됐다.

【판문점=뉴시스】전신 기자 =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김여정 제1부부장이 27일 오전 판문점 평화의 집 회담장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자리로 다가가고 있다. 2018.04.27.  photo1006@newsis.com

【판문점=뉴시스】전신 기자 =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김여정 제1부부장이 27일 오전 판문점 평화의 집 회담장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자리로 다가가고 있다. 2018.04.27.  [email protected]

더구나 이 보고서는 김 위원장 유고 등 북한 급변사태를 가정해서 작성된 것도 아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이번 보고서와 관련, "김 위원장 유고 시 로열패밀리로서 김 제1부부장의 권력 승계 가능성을 추측한 것일 뿐"이라며 "국회 입법조사처가 전문가 견해를 게재할 때는 파장을 고려해 신중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밝혔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이날 오후 추가 설명자료를 내고 해당 보고서는 김 위원장 신변이상설과는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다. 이번 보고서는 지난 11~12일 열린 당 정치국 회의와 최고인민회의 내용만 분석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김여정의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과 정치국 후보위원 임명은 백두혈통 통치체제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이며, 향후 김여정의 정치적 위상 강화는 백두혈통 통치체제 강화에 기여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하지만 해명도 부실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익명을 원한 통일부 당국자는 "살아있는 백두혈통 김정은을 두고 김여정에게 후계자 지위를 부여해 통치체제를 강화한다는 설명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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