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and]유일한 교사 출신이 교육위 못 간다?…군소정당 상임위 '비애'
여야 '교섭단체' 간 원구성 협상…내달 8일 시한
교섭단체 상임위 先배정…이후 비교섭단체 순
거대정당 간 배분 이후 '자투리' 상임위로 배정
정의당 등 소수당, 지망 상임위 정했지만 안갯속
열린당 "민주당에 의사 전달…처리만 기다릴 뿐"
최강욱 '법사위', 강민정 '교육위' 배치 여부 촉각
20대 국회 '언론 전문' 추혜선 외통위行 농성도
기본소득당 용혜인 "힘의 논리만 반영은 안 돼"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자당 소속 언론전문가 추혜선 의원의 농성장에서 지원 농성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심상정 대표, 추혜선 의원, 윤소하 의원. 추 의원은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가 아닌 외교통일위원회에 배정된 것과 관련, 전문성에 맞는 상임위 배정을 요구하며 7일째 로텐더홀에서 농성중이다. 2016.06.20. [email protected]
※ '여의도 and'는 정치권에 얽힌 다양한 뒷이야기들을 소개하는 연재 코너입니다. 여의도 국회는 물론 청와대와 외교안보 부처 등의 조직과 사람들 사연, 제도와 법령의 잘 알려지지 않은 이면, 각종 사건사고 후일담 및 에피소드 등을 뉴시스 정치부 기자들이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서울=뉴시스]정진형 기자 = 21대 국회 원구성 협상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가운데 군소 정당과 무소속 당선인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원내교섭단체가 아니어서 협상 테이블에 앉지 못하기에 여야 거대정당간 배분이 끝난 이후 '자투리' 상임위원회로 배정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직능 대표나 전문성에 의해 입성한 비례대표 의원들은 그와 무관한 상임위로 배정될 경우 임기 절반인 2년을 허송세월하게될 가능성이 높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현재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은 21대 전반기 원구성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국회 소관 18개 상임위원회 정수 및 위원장 자리를 둘러싼 논의로, 상임위 배정 법정 시한은 내달 8일까지다.
국회법상 상임위는 '소관에 속하는 의안과 청원 등의 심사, 기타 법률에서 정하는 직무를 수행한다'(제36조)고 규정돼있다. 상임위 산하 정부 부처 및 기관들과 관련된 법안, 예산 등의 안건을 심사하고 감독하는 것이다. 예컨대 교육위원회는 교육부와 산하 기관 관련 법안과 예산을 심사한다. 입법부의 행정부 감시 기능으로 국회의 꽃인 '국정감사'도 상임위 단위로 진행된다.
국회법 48조 1항에서 '상임위원은 교섭단체 소속 의원 수의 비율에 따라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의 요청으로 의장이 선임하거나 개선한다'고 규정함에 따라 상임위 배정 우선권은 원내교섭단체에 있다. 비교섭단체 혹은 무소속 의원은 교섭단체 몫 배정이 끝난 후 국회의장이 배분한다.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상무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0.05.28. [email protected]
열린민주당 소속 의원 3명은 ▲최강욱(법제사법위) ▲김진애(국토위) ▲강민정(교육위) 등을 꼽은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비례대표 연합정당인 더불어시민당에 참여했다 소속당에 원대복귀한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과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은 모두 기재위를 1순위로 지망했다.
강은미 정의당 원내수석부대표는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통합당쪽은 만나지 못했지만 민주당 김영진 원내수석부대표는 만나서 얘기를 했다"며 "불평등과 차별 문제, 기후위기 등 정의당의 중점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상임위에 제대로 들어갈 수 있게 해달라고 의사 전달을 했다"고 전했다.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가 25일 서울 영등포구 열린민주당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0.05.25. [email protected]
열린당은 검찰 등 권력기관 개혁을 강조하는 최강욱 대표와 도시계획 전문가 김진애 원내대표, 평교사 출신으로 교육개혁에 중점을 두고 있는 강민정 의원의 상임위 배정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교사 출신 국회의원은 과거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위원장을 지낸 정진후 정의당 의원(18대)이 있었지만, 교원단체 대표가 아닌 평교사 출신으로 원내에 입성한 것은 강 의원이 처음이다.
강 의원은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제가 교육위를 가느냐 마느냐 여부가 21대 국회의 첫 번째 시험대가 될 것"이라며 "국회가 역할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라도 제게 맞는 상임위가 배정될 수 있도록 해주는 게 합리적인 국회 운영이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강민정 열린민주당 당선인이 13일 서울 영등포구 열린민주당 당사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0.05.13. [email protected]
소속 정당이 없는 무소속 의원들도 알음알음 희망 상임위를 여야에 타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무소속 지역구 의원은 "여야 의원들을 본회의장에서 잠시 만나 어느 상임위로 가려고 하니 기억해달라고 부탁했다"며 "원내교섭단체들이 어떻게 상임위 정수를 만들고 배분할까를 보고 있다"고 밝혔다.
통상 한번 상임위원회에 배정되면 다른 상임위로 옮기는 사·보임이 없는 한 2년 동안 한 상임위에 머무르게 된다. 자칫 전문성 혹은 의정활동 목표와 무관한 상임위에 배정받으면 2년간 이도 저도 못하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특히 전문성을 토대로 확실한 목표를 갖고 입성하는 군소당 비례대표 의원들이 이로 인해 왕왕 어려움을 겪어왔다.
일례로 지난 20대 국회 원구성 협상 중이던 2016년 6월 언론 분야 전문가인 추혜선 정의당 의원이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현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아닌 외교통일위원회로 배정돼 정의당이 강력 반발하는 일이 벌어졌다. 미방위는 당시 언론 등 미디어를 관장하는 상임위다.
당시 정의당 원내대표인 고(故) 노회찬 의원은 "아무런 이유 없이, 근거 없이, 명분 없이 국민에 의해 선출된 국회의원을 마치 저 외딴 섬에 유배시키듯이 상임위를 배치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정미 원내수석부대표도 "정의당이 비교섭단체이긴 하지만 정의당을 선택해준 171만명의 국민들을 이렇게 자투리 취급을 해도 되는 것이냐"고 반발했다.
추 의원은 상임위 재조정을 요구하며 국회 로텐더홀에서 16일간 농성을 진행했다.
결국 전당대회를 거쳐 새로 선출된 추미애 당시 민주당 대표를 시작으로 민주당 의원들이 상임위 사·보임을 한 덕분에 추혜선 의원은 그해 9월 국정감사 직전 미방위로 보임돼 '제자리'를 찾을 수 있었다.
당시 진보야권의 협의로 잘 마무리된 '미담'이기도 하지만 거대 정당의 배려가 없이는 군소 정당 의원은 원하는 상임위로 배치될 수 없음을 극명히 드러낸 일화인 셈이다.
[서울=뉴시스]김명원 기자 = 더불어시민당으로 국회에 입성한 용혜인 당선인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본소득당 복당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05.13. [email protected]
이와 관련,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뉴시스에 "청년, 초선, 여성, 비례대표, 소수정당 의원인 내가 어떻게 될지는 잘 모르겠다. 많은 분들이 그래서 쉽지 않을 것이라고 하더라"면서 "우리는 의석이 하나이기 때문에 원하는 상임위를 배정받지 못하면 유일한 의정활동이 계획과 어그러지게 된다"고 우려했다.
용 의원은 "국회는 모든 것이 교섭단체를 중심으로 운영된다. 정확하게 힘의 논리를 반영하는 법 조항이라 생각한다"며 "정당은 하나의 세계관이고 그 하고자 하는 일들을 설득해나가는 것이 정당간의 정치인데, 상임위 배정조차 힘의 논리로 밀려버리면 그런 정치가 불가능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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