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대로]추미애 아들 논란 속 진실…부모-지휘관 카톡은 일상
복무 특혜 논란, 군 부대 현실 모른 채 다뤄져
요즘 군대, 부모와 지휘관 통화·문자 일상화
일선 병사와 장군인 사단장 카톡 소통 화제도
[서울=뉴시스] 사단장-병사 카톡. 2020.11.12. (사진=군인권센터 제공)
※ '군사대로'는 우리 군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전하는 연재 코너입니다. 박대로 기자를 비롯한 뉴시스 국방부 출입기자들이 독자들이 궁금해할 만한 군의 이모저모를 매주 1회 이상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카투사 복무 특혜 논란이 최근까지 우리 사회를 뒤흔들었다. 추 장관 본인 혹은 측근이 아들 소속 부대 지휘관에게 특혜를 요청하고 압력을 넣었는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됐다. 추 장관과 앙숙인 윤석열 총장이 지휘하는 검찰이 무혐의라며 불기소 처분을 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이 사건은 용두사미에 그쳤다.
뒤이어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인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 역시 아들 복무 논란에 휘말렸다. 이른바 간부가 아들에게 죽을 배달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김 의원은 사실이 아니라며 억울함을 호소하면서도 추 장관 사례처럼 논란이 확산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아예 국회 국방위원직을 내려놨다.
이처럼 여권 유력 인사들이 아들의 군 복무와 관련해 구설수에 휘말리는 일이 반복되자 과연 부모들이 아들의 군 복무에 어느 선까지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지를 놓고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결론적으로 법무부 장관이든 국회의원이든 일반인이든 누구나 아들 부대 지휘관에게 직접 전화나 문자를 할 수 있다. 병사가 자기 부대로 전입하면 요즘 군 부대 지휘관들은 병사의 부모나 보호자에게 명함을 주거나 연락처를 전달한다. 병사에게 문제가 생기면 언제든 연락을 취하라는 의미다.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0.11.12. [email protected]
지휘관들은 부모 전화를 직접 받는 게 마음이 편하다고 한다. 병사 부모가 국방부 민원실이나 국방헬프콜, 국민신문고 등에 문제를 제기하면 그 순간 공적인 사안이 돼 여러 모로 골치가 아파지기 때문이다.
공식 경로를 통해 문제가 제기되면 과실 여부에 대한 군 내부 조사가 이뤄지게 된다. 혹시라도 지휘관이 소홀했던 부분이 드러나면 해당 지휘관들의 진급에 악영향이 있을 수 있다. 이 때문에 민원실 등을 통해 문제가 제기되면 지휘관들은 해당 병사 관련 사안을 다루는 데 있어서 더 경직되고 원칙적인 태도로 임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지휘관들이 부모들과의 직접 소통을 선호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6일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의 국방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아들에 대한 의혹과 관련해 의사진행발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email protected]
과거에는 경직된 의사소통 구조 탓에 병사들이 부대 안에 고립된 채 속을 끓이다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일도 발생했지만 이제는 부모 등을 통한 이의 제기와 항의라는 숨통이 트인 셈이다.
추 장관 아들 특혜 의혹 쟁점 중 하나였던 카카오톡 보고 역시 오늘날 군에서는 일상화된 것이다. 부산에 사는 병사가 병가나 휴가를 연장하기 위해 최전방 연천에 있는 부대까지 직접 가서 보고를 하고 다시 부산으로 돌아가는 일은 또다른 형태의 갑질이란 게 군 일선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연천=뉴시스】이영환 기자 = 13일 오후 경기 연천군 육군 제 25보병사단 상승대대 대원들이 생활관에서 휴대전화를 이용해 동영상을 보며 영어 공부를 하고 있다. 2019.03.13. [email protected]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추 장관이나 김 의원 아들 관련 의혹 제기와 비난, 그에 따른 수개월 간의 소모적인 논쟁은 결국 오늘날 군 부대 현실에 대한 무지 또는 의도적 무시에서 비롯됐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추 장관 공격에 집중하느라 일선 군 부대 현실을 외면했던 야당, 추 장관을 역성 든다는 비난을 들을까봐 일선 부대 현실을 솔직하게 알리는 것을 게을리 한 군 등이 모두 이 사태의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추 장관 공격의 선봉에 섰던 국민의힘 신원식 의원의 돌변은 이번 사안이 얼마나 정치적이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추 장관 아들 카투사 복무 의혹을 거듭 제기하며 여론을 주도했던 신 의원은 김병기 의원 아들 문제에서는 정반대 태도를 보여 많은 이들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했다.
【서울=뉴시스】 사진공동취재단 = '병(兵) 일과 후 휴대전화 사용' 시범운영 부대인 경기도 가평군 육군 수도기계화보병사단 혜산진부대 생활관에서 31일 오후 일과를 마친 병사들이 통화와 문자메시지 전송, 인터넷 강의 시청 등 자유롭게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있다. 국방부는 오는 4월부터 시범운영 부대를 육·해·공군, 해병대 모든 부대로 확대할 예정이며, 시범운영 기간(3개월)이 끝나면 전면 시행 여부를 확정한다. 2019.01.31. [email protected]
이는 결과적으로 무혐의가 된 추 장관 아들 특혜 의혹을 제기하면서 비난 여론을 주도했던 인물이 한 것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운 수준의 발언이었다. 아마도 육군 중장 출신으로 합동참모본부 차장까지 지낸 군인으로서 더이상은 군 부대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를 하기가 어려웠던 것으로 풀이된다.
그렇다고 해도 부모들이 아들 군 복무에 무제한적으로 관여해도 되는 것은 아니다. 지휘관에게 금품을 제공하는 등 불법행위가 이뤄지면 당연히 사법 처리 대상이 된다.
【서울=뉴시스】 사진공동취재단 = '병(兵) 일과 후 휴대전화 사용' 시범운영 부대인 경기도 가평군 육군 수도기계화보병사단 혜산진부대 생활관에서 31일 오후 일과를 마친 병사들이 통화와 문자메시지 전송, 인터넷 강의 시청 등 자유롭게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있다. 국방부는 오는 4월부터 시범운영 부대를 육·해·공군, 해병대 모든 부대로 확대할 예정이며, 시범운영 기간(3개월)이 끝나면 전면 시행 여부를 확정한다. 2019.01.31.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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