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김태우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후보 공천 놓고 고심
패배시 지도부 책임론…귀책 사유 명분 '무공천' 가닥
무소속 당선 후 재입당…총선 출마 시나리오도
[서울=뉴시스] 백동현 기자 =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이 지난해 7월 서울 강서구청 구청장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2.07.0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지율 기자 = 국민의힘이 오는 10월 치러지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공천을 두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당 지도부는 무공천에 무게를 뒀지만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이 8·15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에 오르면서 셈법이 복잡해지게 됐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당초 귀책 사유를 이유로 강서구청장에 후보를 안 내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여당 출신인 김 전 구청장의 유죄 판결로 치러지는 선거인 만큼 원인 제공 책임을 지겠다는 차원에서다. 하지만 김 전 구청장이 이번 사면으로 피선거권을 회복하게 되면서 강서구청장 무공천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공개적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이준석 전 대표는 지난 10일 페이스북에 "수도권에서 그렇게 위기가 아니라면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 후보 내고 성적을 받아보면 될 것 아닌가"라며 "법원의 판결에 대해 승복하기 어려우니 김 전 구청장을 바로 사면시킨다면 애초에 잘못이 없는데 무공천할 이유가 없지 않나"라고 밝혔다.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도 같은날 저녁 라디오 방송에서 "강서구청장 후보 안 낼 이유가 없다"며 "여러 후보랑 비교해서 같은 조건에서 만약 경쟁력이 김 전 구청장이 제일 낫다고 그러면 다시 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 전 구청장이 문재인 정부에 대한 내부 고발로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았던 만큼 출마 명분이 충분하다는 논리다.
하지만 김 전 구청장이 직을 상실하면서 열리게 된 선거에 당사자가 또 다시 출마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여론도 존재한다. 사면이 대통령 고유 권한인 만큼 당이 김 전 구청장을 곧바로 공천할 경우 "대통령실과 여당이 사법부 판단에 역행한다"는 역풍이 불 수도 있다. 민주당은 김 전 구청장이 사면 대상에 포함되자 "법치주의 유린"이라고 비난하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당 지도부 사이에서도 이같은 이유로 김 전 구청장 재출마에 부정적인 의견이 오갔다고 한다. 윤 대통령이 출마길을 터줬다는 해석의 여지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지도부 내에선 "대통령실의 공천 시그널로 보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한 당 관계자는 "아무래도 사면과 시점이 맞물리면서 바로 공천할 경우 용산(대통령실)의 뜻으로 해석될 수 밖에 없지 않겠나"라고 했다.
지도부는 결국 무공천으로 기우는 분위기다. 이번 보궐선거가 총선을 앞두고 열리는 만큼 패배시 불거질 책임론에 큰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 선거가 민심의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총선 전초전' 등 따라붙을 수식어도 부담을 더하고 있다.
한 지도부 관계자는 "무공천할 것 같다"며 "지금은 누구든 출마하면 무조건 진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도 비상대책위원회나 혁신위원회 얘기가 나오는데 공천 했다가 지면 '지도부 책임론'에 '수도권 위기론'이 확산할 것"이라며 이겼을 때 얻을 득보다 졌을 때 실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수도권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한 국민의힘 의원은 "애초에 험지인 지역에 김 전 구청장 사면까지 맞물리면서 이래저래 골치 아픈 상황"이라며 "당 입장에서는 좋을 게 없는 계륵"이라고 했다.
당 일각에선 김 전 구청장이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된 뒤 입당하는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지도부는 무소속 출마에는 원칙적으로 관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대통령이나 여권을 거론할 경우 강경하게 대처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도부 관계자는 "김 전 구청장이 무소속으로 나가서 여권을 언급하는 건 해당행위"라며 "명예회복한다고 무리하게 나가지 말고 때를 기다리는 게 좋을 것"이라고 했다.
정치권 안팎에선 김 전 구청장의 사면을 두고 구청장이 아닌 내년 총선용 카드라는 분석도 나온다. 윤 대통령이 법치적 관점에서 김 전 구청장의 징역형에 동의할 수 없어 사면을 한 것 뿐 당장 강서구청장 보선을 고려한 게 아니라는 해석이다.
김 전 구청장은 뉴시스에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출마 관련해 "아직 사면이 확정된 바 없어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밝혔다.
지역 정가에선 내년 총선 대비 조직 유지 차원에서라도 구청장 선거에 후보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13명이 지원하는 등 후보 난립 양상을 보이는 민주당과 달리 국민의힘에선 김 전 구청장과 김진선 강서병 당협위원장이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당 핵심 관계자는 "늦어도 이달 말에는 결정이 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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