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 美대사, 향군·정부출연기관 행사 안간 날 '버거' 매장 가
29일 오전 KIEP 포럼 참석·안보강연 돌연 취소
당일 오후 美 햄버거 프랜차이즈 개점식 참석
외교부 "美정부 자제해 달라" 당부에 불쾌감?
【서울=뉴시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29일 트위터를 통해 서울 종로구 공평동 쉐이크쉑 종각점에 방문했다고 공개했다. (사진=해리스 대사 트위터)
【서울=뉴시스】오종택 기자 =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재향군인회 강연과 정부출연기관 포럼 등 당초 예정됐던 일정을 취소한 날 미국 햄버거 프랜차이즈 개점식에 참석한 것으로 확인됐다.
30일 주한미국대사관 등에 따르면 지난 29일 오후 1시께 해리스 대사는 서울 종로구 공평동에 새로 문을 연 '쉐이크쉑'(일명 쉑쉑버거) 종각점을 찾아 직원들과 점심식사를 했다.
해리스 대사는 트위터에 매장에서 햄버거를 먹는 모습 등을 찍은 사진 2장과 함께 "한국 쉐이크쉑 10호점의 성대한 개점 행사에 다녀왔다. 100% 미국산 앵거스 소고기를 쓰는 맛좋은 미국 브랜드 쉐이크쉑에 축하를 전한다"고 적었다.
해리스 대사의 햄버거 프랜차이즈 개점식 참석이 주목을 끄는 이유는 당일 오전에 참석하기로 했던 안보 주제 행사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해리스 대사는 햄버거 매장 방문에 앞서 오전 11시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예비역 군인 단체인 대한민국재향군인회(향군) 주최로 안보강연을 할 예정이었다.
이 강연은 최근 한미 간 방위비 분담협상, 북한의 미사일 도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북미실무회담 추진,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에 대한 미 정부의 부정적 메시지 등 한미간 외교안보 현안이 산적한 시기에 열려 많은 관심을 모았다.
'한반도 안보정세와 한미동맹 강화'를 주제로 한 해리스 대사의 강연을 통해 한미 외교안보 현안에 대한 미 정부의 입장을 엿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강연 전날 오후 향군은 "최근 급변하는 안보상황과 관련해 초청강연 시기를 잠정 연기하기로 결정했다"며 해리스 대사의 강연을 연기한다고 밝혔다.
향군 관계자는 "외교적으로 민간한 시기에 해리스 대사의 견해가 미 정부의 공식 입장으로 비춰질 수 있어 강연 일정을 추후에 다시 계획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해리스 대사는 향군 강연 뿐 아니라 오전 9시30분부터 참석할 예정이었던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주최 'DMZ평화경제국제포럼' 개막식에도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이 또한 하루 전 돌연 취소했다.
【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보좌관이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청사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의 회동 전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와 대화를 하고 있다. 2019.07.24. [email protected]
미 대사관 측은 해리스 대사가 향군 강연을 하지 않고, KIEP 포럼에도 참석하지 않기로 한 이유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변경된 오전 일정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지만 쉐이크쉑 개점식 참석은 이전부터 계획했던 일정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해리스 대사가 향군과 KIEP 행사 일정을 취소한 배경을 두고 전날 조세영 외교부 1차관과 해리스 대사 간 면담이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조 차관은 지난 28일 해리스 대사를 만나 최근 한국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과 관련해 "미국 정부의 공개적이고 반복적인 실망 표시를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는 해리스 대사를 초치해 항의의 뜻을 전달한 것으로 비춰졌다.
외교부는 "주요 외교업무 상대로서 정기적인 만남의 일환"이라며 "초치라는 단어 사용은 적절치 않다"고 해명했지만 해리스 대사가 안보단체와 정부출연기관 일정을 취소하며 우회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낸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한편, 미 고위당국자가 격화된 한일 갈등을 두고 공개적으로 실망감과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가운데 미국은 다음달 4~6일 서울에서 열리는 국방부 주최 서울안보대화에 정부 인사를 파견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부는 해리스 대사의 참석을 공식 요청했지만 아직 미 대사관 측으로부터 참석여부에 대한 답변을 듣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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