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 국정원에게도 불똥 튀나
【서울=뉴시스】김태규 기자 = 국가정보원에도 '최순실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분위기다. 남재준 전 국정원장이 물러난 배경에는 2014년 불거진 '정윤회 문건' 파문 당시 비선실세 최순실을 조사하려다가 오히려 '찍어내기'를 당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남 전 원장은 2014년 5월 전격 교체됐는데 당시 박근혜 정부의 상징적 인물인 남 전 원장의 갑작스런 교체 자체가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한동안 잊혀진 줄 알았던 남 전 원장은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과정에서 다시금 주목 받고 있다. 정윤회 문건을 보도했던 한 일간지 기자가 출석해 증언한 것이 계기가 됐다.
이 기자는 지난 12일 탄핵심판 4차 변론기일에 출석해 박관천 전 청와대 행정관의 말을 인용, "조응천 청와대 비서관, 남재준 국정원장, 이재수 기무사령관 모두 잘렸는데 당신이 뭐라고 총대를 메느냐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진술했다.
이같은 증언은 남 전 원장이 정윤회 문건 파동을 계기로 자리에서 물러난 게 아니냐는 뜻으로 해석됐다. 정윤회 문건을 조사하던 중 최순실의 존재를 알았고 이에 대해 깊게 조사를 하려다가 그만두게 된 것이란 게 의혹의 요체다.
하지만 남 전 원장은 비슷한 시기 진행한 한 월간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최순실 존재에 대한 사전 인지에 대한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남 전 원장은 지난 18일 발매된 월간중앙 2월호 인터뷰에서 최순실-정윤회의 비선 행보 관련 질문에 "최순실을 알았으면 권총이라도 청와대에 들어갔지 이러고 앉아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국정원장 퇴임 배경에 정윤회의 행적을 알아본 것이 뒤탈이 난 것이 아니냐는 시각에 대해서도 "제 정신 아닌 사람들이 엉뚱한 소리를 하고 있는 것"이라며 "(갑자기) 그만두라고 하는데 그것을 어떻게 알겠느냐. 내가 최순실 때문에 나가? 최순실하고 나하고 무슨 상관이 있다고 소설을 쓰지마라"고 관련 의혹에 대해 일축했다.
퇴임 당시 징계위원회라도 소집됐으면 정확한 퇴임 이유라도 알았을텐데 그런 과정 없이 갑자기 교체돼, 무엇 때문에 교체됐는지도 알 수 없었다는 게 남 전 원장의 얘기다.
이와관련 국정원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남 전 원장 시절 국정원이 나서서 정윤회 문건 관련한 조사를 벌인 적이 있느냐가 핵심이지만 이에 대해 확인하지 않고 있다. 국정원 관계자는 24일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관련 질문에 "정윤회 문건 관련 조사가 이뤄졌는지 여부는 공식적으로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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