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누구 편?…느긋한 朴·최순실 vs 다급한 특검
박근혜·최순실 측, 특검·헌재 일정 곳곳 시간끌기
본격 수사에 남은 시간 2주~3주…마음 급한 특검
【서울=뉴시스】표주연 기자 = 박영수(65·사법연수원 10기) 특별검사팀과 박근혜 대통령·최순실(60·구속기소)씨가 치열한 시간싸움을 벌이고 있다.
박 대통령과 최씨는 특검의 수사를 비롯해 헌법재판소에서 진행되는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법원 재판 과정 곳곳에서 '시간끌기'에 나서고 있다.
우선 최씨는 6번에 걸쳐 특검의 소환조사에 불응하면서 특검이 체포영장을 청구할 때까지 버텼다. 지난달 24일 조사에 응한 뒤 무려 한 달 가까이 소환조사에 불응한 것이다.
최씨의 버티기 탓에 특검은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영장이 기각된 뒤 일주일 이상의 시간을 지체한 상태다. 뇌물죄에 대한 보강수사를 서둘러야 하는 상황에서 뼈아픈 일주일이 아닐 수 없다. 특검은 오는 26일에서야 최씨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씨는 검찰이 제출한 진술조서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최씨는 헌재 변론에서도 검찰 진술내용에 대해 "강압적인 수사였다"며 증거채택을 거부했고, 헌재는 최씨의 검찰 진술조서를 증거로 채택하지 않았다.
또 박 대통령측 변호인단은 탄핵심판에서 검찰 수사기록에 대해 '전문법칙'을 적용해야한다고 계속 강조해왔다. 이는 검찰 수사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모두 불러 조사하자는 뜻이어서 노골적인 탄핵심판 지연 전략으로 꼽혀왔다. 그러나 헌재가 검찰 수사기록을 증거로 채택하면서 이 전략은 통하지 않게 됐다.
그러자 박 대통령 측은 23일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 39명을 무더기로 증인으로 신청했다. 역시 수사 대상에 올랐던 주요 증인 대부분을 탄핵심판 변론에 세우는 방법으로 시간을 끌려는 속내로 보인다.
이처럼 박 대통령과 최씨측이 지연 작전에 나서는 이유는 '시간은 나의 편'이라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최순실 게이트'의 가장 큰 수사 현안인 뇌물죄에 대해 수사기한 종료까지 제대로 된 결과가 나오지 않도록 방해하겠다는 의도라는 것이다.
이에 맞서는 특검팀은 오는 2월28일 1차 기한 종료를 앞두고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1차 수사종료 2주 전부터는 뇌물죄·블랙리스트 등 각 분야의 수사에 대해 사실상 마무리 수순을 밟아야 하기 때문에, 실제 수사를 벌일 수 있는 시간은 대략 2주밖에 남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계획한 시간표대로 수사를 진행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는 처지다. 특검에 소환되더라도 최씨가 수사에 협조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데다가, 박 대통령 역시 대면조사에 응하지 않고 시간을 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특검 관계자는 "박 대통령에 대한 대면조사 시기를 2월 초라고 말한 부분은 예정을 말한 것"이라며 상황에 따라 변동될 수 있다"며 여지를 뒀다.
이에 대해 서초동 한 변호사는 "역대 특검이 항상 용두사미라는 비판을 받았었는데, 수사의지나 외부환경의 문제도 있었지만 항상 시간에 쫓겼던 부분이 컸다"며 "이번 특검도 수사 막바지로 갈수록 이에 대한 부담이 클 것"이러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박 대통령이나 최순실씨 입장에서는 향후 재판에 대비해서라도 특검이 제대로 결론을 내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전략을 쓸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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