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간담회] 90일 강행군에 수사팀 병원행 속출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박영수 특검을 비롯한 특검팀이 3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서 기자들과 오찬 간담회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2017.03.03. [email protected]
"이규철 특검보 인기 대단…식구들이 싸인 부탁도"
【서울=뉴시스】오제일 기자 = 박영수(65·사법연수원 10기) 특별검사팀이 지난 90일의 수사 기간 동안 쉴새 없이 강행군을 벌였고, 수사 기간이 연장됐을 경우 직원들의 '피로도'를 걱정했다고 술회했다.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하는 이들의 시위가 주거지 인근에서 진행되는 등 수사 외적으로 겪는 어려움도 상당했다고 밝혔다.
박 특검은 3일 오찬 기자간담회에서 "석 달 동안 출근하면서 하루도 편한 날이 없었다"고 돌아봤다. 걱정이 시작된 건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 자리를 잡은 날부터였다고 했다.
박 특검은 "점심을 먹으려고 특검보랑 내려가다가 엘리베이터가 멈췄다"며 "그땐 정말 막막했다. 엘리베이터 하나도 속 썩이는데, 하다못해 기록이 법원으로 잘 전달 될지, 직원들이 쓰레기를 처리하다가 중요 서류를 빠뜨리지는 않을지, 불 걱정, 물 걱정 등 별걱정을 다했다"고 말했다.
이어 "검사실을 칸막이로 하니까 굉장히 불편했다"며 "환기가 잘 안돼 몇몇 특검보들은 '사우나에 있는 거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박 특검은 "참 위태위태했다"는 말로 지난 90일을 표현했다.
양재식 특검보도 "특검 기간 사무실에 늦게 나오는 날은 있어도 안 나온 날은 없었다"며 "수사 기간이 연장된다고 해도 하루 이틀은 쉬었다고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연장됐을 걸 생각하면 한 달을 더 버틸 수 있었을까 싶다"고 말했다.
강행군이 이어지면서 병원 신세를 지는 검사들도 많았다고 했다. 이용복 특검보도 그들 중 하나다. 그는 "이에 염증이 생겨서 고생했다"며 "어제 처음 회식했는데 술도 먹지를 못했다. 수사 과정에서 신경을 너무 많이 써서 그런 거 같다"고 전했다.
특검팀 수사가 박근혜 대통령을 정면으로 겨냥하기 시작하면서 수사 외적인 어려움도 있었다. 박 대통령을 지지하는 이들이 박 특검을 비판하며 주거지 인근에서까지 집회를 이어간 것이다.
이와 관련 박 특검은 최근 장기정 자유연합 대표 등을 상대로 '집회 및 시위 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냈다. 과격 시위와 테러 위협이 도를 넘으면서 경찰에 신변 보호 요청도 한 상태다.
박 특검은 "내 문제가 아니라 동네 사람들한테 미안했다"며 "동네 사람들이 '당신 때문에 시끄러우니까 나가라'고 하면 어떡하냐"고 말했다.
같은 기간 수사팀을 응원하는 이들도 늘었다. 특검 앞으로 화한과 꽃바구니가 답지하기도 했다. 수사팀 가운데서 가장 큰 인기를 얻은 인물은 특검팀 입으로 매일 같이 언론에 등장한 이규철 특검보다.
이용복 특검보는 "이규철 특검보 인기가 대단하다. 우리집 식구들도 사인받아 오라고 한다"며 웃었다. 박 특검보 역시 "특검팀과 같이 찻집이나 식당을 가면 사람들이 인사를 많이 한다. 남자분들은 주로 윤석열 팀장과 악수하고 여성분들은 주로 이규철 특검보와 인사한다"고 전했다.
이규철 특검보는 "기자들 전화를 집에서 받을 때가 있는데 그때마다 '확인이 어렵다', '확인되지 않은 내용이다'라고 이야기하니까 아내가 '그러려고 특검보 하느냐. 때려치우라'고 했다. 아들놈은 '제 위치는 확인 불가입니다'라고 메시지를 보내기도 한다"며 웃었다.
특검팀은 지난 90일간 활동을 통해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 등 30명을 재판에 넘기는 성과를 냈다. 이는 역대 특검 가운데 가장 많은 수치다.
특검팀은 이날 우병우(50)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 수사기록을 검찰에 넘긴다. 6일에는 지난 90일간 활동을 압축한 수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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