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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삼구 컨소시엄' 결정 앞두고 외풍에 시달리는 채권단

등록 2017.03.21 10:4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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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산업은행이 23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신뢰받는 정책금융기업으로 환골탈퇴하기 위해 구조조정 역량 제고, 중장기 미래 정책금융 비전 추진, 출자회사 관리 강화 등 6대 혁신과제를 설정하고, 'KDB혁신위원회'를 신설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사진은 'KDB 혁신 추진방안‘ 기자간담회가 열린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2016.06.23.  bluesoda@newsis.com

당초 20일 '컨소시엄 안건' 부의하려고 했으나 일정 연기  
 채권단, 초반엔 "매각룰 변경 어렵다"며 완강한 입장 보여
 하지만 정치권 압박·반중 감정 등으로 상황 달라져 
 어떤 결정 내리든 소송에 휘말릴 가능성 있어 

【서울=뉴시스】이근홍 기자 = 금호타이어 매각을 진행 중인 채권단이 외풍에 몸살을 앓고 있다.

 중국 타이어업체 더블스타와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며 매각에 속도를 냈지만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의 컨소시엄 구성 요청과 이에 따른 정치권 개입 등 예상치 못한 변수로 곤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채권단 대표인 KDB산업은행은 지난 20일 우리은행 등 7개 다른 채권기관에 박 회장의 컨소시엄 구성 허용 여부를 묻는 안건을 부의하려 했으나 일정을 미뤘다.

 이르면 22일로 예상됐었던 최종 결정 시기도 연기된 셈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어제(20일) 각 채권은행에 박 회장 컨소시엄 구성 허용 입장을 묻는 공문을 보내려고 했지만 안건 부의를 잠시 미뤘다"며 "향후 발생할 수 있는 각 시나리오와 법률 검토 등에 거친 뒤 공문을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당초 예정보다는 일정이 늦춰지겠지만 매각과 관련한 잡음이 커지고 있는 만큼 이번주 내에는 결론을 낼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안건은 주주협의회 의결권 기준 75%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가결된다. 우리은행(33.7%), 산업은행(32.2%) 두 곳 중 어느 한 곳만 반대해도 컨소시엄 구성은 어려워진다.

 당초 채권단은 박 회장의 컨소시엄 구성 허용 요청에 대해 불가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지난 13일 채권단 관계자는 "우선매수청구권을 제3자에게 양도할 수 없다는 원칙은 이미 매각 추진 과정에서 지켜져 온 것"이라며 "박 회장 측에서 이 같은 문제제기를 하는 의도가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 회장 측에서 채권단이 컨소시엄 구성을 허용하지 않을 경우 우선매수권을 포기하겠다는 강수를 던진 데 이어 법정 소송까지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며 채권단의 입장도 난처해졌다.

 컨소시엄 허용 여부를 공식적으로 논의 조차 하지 않고 더블스타에 매각을 할 경우 향후 박 회장 측으로부터 공격을 받을 수 있는 만큼 채권단은 서둘러 주주협의회를 개최해 관련 안건을 논의했다.

 긴급회의를 통해 매각 관련 논란을 초기에 잠재우려 했으나 정치권이 개입하며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9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금호타이어 매각은 단순히 금액만 가지고 판단할 것이 아니다"라며 채권단은 국익과 지역경제,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신중하게 매각을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희정 충남지사 대변인을 맡고 있는 박수현 전 의원도 같은 날 논평에서 "방산업체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는 평가기준과 절차상 하자를 감안할 때 재입찰을 우선 고려해야 할 것"이라며 "기업 규모와 기술 수준이 금호타이어보다 훨씬 떨어진다는 점 등에서 (더블스타가) 주요 기술을 획득한 이후 이른바 '먹튀'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와 주승용 원내대표는 "중국 더블스타에 허용한 컨소시엄 구성을 박 회장에게도 허용해야 한다"며 채권단을 직접적으로 비판했다.

 여기에 최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 조치로 중국에 대한 여론이 우호적이지 않아 채권단의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호남을 기반으로 한 금호타이어 매각 작업에 정치권이 관심을 두고 있는 만큼 채권단도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과거 쌍용자동차 사태를 경험한 국민들이 중국 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다는 점도 채권단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채권단의 고민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향후 어떤 결정을 내리든 소송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다.

 만약 채권단이 박 회장의 컨소시엄 구성을 허용하면 1조원에 가까운 돈을 들여 우선협상자 지위를 얻은 더블스타가 국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반대로 컨소시엄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박 회장이 매각중단 가처분 등의 소송을 걸 수 있다.

  이에 대해 채권단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채권단이 어떤 결정을 내리든 법적 소송에 휘말릴 수 있는 상황"이라며 "최종 결론을 내렸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법률적 시나리오를 철저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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