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0달러선 넘보는 비트코인···국제금융시장 이슈로 떠올라
【서울=뉴시스】 안호균 기자 = 비트코인 가격이 다시 치솟고 있다. 지난달 각국의 규제 강화 움직임에 하락세로 돌아서는 듯 하다가 10월 들어 다시 급등세로 전환했다.
가상통화는 적정 가격에 대한 근거가 부족하고 정부와 금융기관이 그 가치를 보전해주지 않는다는 점에서 많은 전문가들이 위험을 경고하고 있다.
하지만 북핵 위기, 카탈루냐 독립, 유가 불확실성 등 각종 글로벌 리스크가 부상하는 상황에서 비트코인은 오히려 안전자산으로 인식되는 경향마저 보이며 투자 수요를 흡수하고 있다.
16일(현지시간) 가상화폐 정보업체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전날 비트코인 가격은 장중 5808.72 달러(약 654만 8000원)까지 올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비트코인 가격은 15일 오후에 5500 달러대로 떨어지기도 했지만 16일 들어 다시 상승세로 전환, 5606.56 달러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올해 들어 비트코인 가격은 무섭게 치솟고 있다. 연초 900~1000 달러 사이에서 움직이던 시세는 4월 2000 달러를 돌파한 뒤 9월에는 5000달러 선도 뚫어냈다.
9월 중순 이후 각국의 가상화폐 규제 움직임을 보이고, 중국에서 운영 중이던 대형 비트코인 거래소가 폐쇄되면서 가격이 30% 이상 떨어지기도 했지만 10월 들어서는 중국·일본을 중심으로 투자 수요가 살아나면서 다시 급등세를 타고 있다.
비트코인의 시가총액은 약 950억 달러(약 107조 1000억원)를 넘어서 골드만삭스의 시가총액(약 920억 달러)을 앞질렀다.
일부 시장 관계자들은 비트코인 시가총액이 향후 8년 동안 1조 달러(약 1128조원) 수준까지 성장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추가적인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도 점점 커지고 있다.
CNBC는 홈페이지를 통해 향후 비트코인 가격 전망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까지 1903명이 참여한 이 조사에서 응답자의 51%는 비트코인 가격이 1만 달러를 넘길 것으로 예상했다. 또 18%는 적정 가격을 6000 달러에서 8000 달러 사이로 평가했다.
반면 응답자의 31% 정도는 비트코인이 투자 가치가 없다는 평가를 내렸다.
비트코인 시장이 단시간에 급성장하면서 가상화폐는 세계 경제 리더들 사이에서도 주요 관심사로 떠올랐다. 지난 13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에서는 주요 인사들이 가상화폐에 대한 다양한 언급을 내놨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가상화폐의 효용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발언을 내놓으면서 관심을 끌었다.
라가르드 총재는 지난 13일 CNBC에서 인터뷰에서 “이제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들과 금융당국들이 디지털 가상 화폐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볼 시점이다. 우리는 (기존 금융 서비스 산업의) 대규모의 붕괴를 보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나의 희망은 (IMF가) 핀테크 프로세스에 참여하는 것이다. 핀테크는 국경을 넘나드는 프로세스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핀테크가 이미 금융서비스 산업의 균열(disruption)을 초래하기 시작했고, 핀테크를 통한 새로운 금융서비스가 자금 이동 등의 비용을 낮추고 있다는 설명이다.
안톤 실라노프 러시아 재무장관도 "가상화폐는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이라며 그 존재 가치를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실라노프 장관은 "가상화폐의 부상은 존재하고 있는 현실이며 그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며 "세계는 가상화폐에 대한 현실적인 평가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그는 "우리는 가상화폐 시장 운영을 위한 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가상화폐 시장이 돈세탁 등에 활용돼 법률을 위반한다면 이를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가상화폐 시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지난 몇년간 축적된 과도한 유동성과 비이성적인 투자 심리로 시장이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비트코인의 적정 가격을 산출할 만한 근거는 없다는 설명이다.
비트코인은 정부나 금융기관이 그 가치를 보전해주는 일반 화폐와 속성이 달라 거품이 꺼질 경우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또 가상화폐가 돈세탁이나 마약거래, 무기거래, 해킹 등 불법적인 영역에 사용될 소지가 크다는 문제도 있다.
제러미 다이먼 JP모간체이스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비트코인 열풍을 400년 전 네덜란드의 튤립 투자 거품에 비유하기도 했다. 당시 네덜란드에서는 '명품 튤립'에 대한 투자 광풍이 불면서 튤립의 구근이 집값을 훌쩍 넘어서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이후 튤립 가격의 거품이 빠지면서 경제공황으로 이어졌다.
다이먼 CEO는 지난달 12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한 투자자 컨퍼런스에서 "가상화폐의 종말이 좋지 않을 것이다. 결국 폭발하고 말 것이다. 그건 사기다. 튤립 구근(알뿌리)보다 더 나쁜 것"이라고 혹평했다.그는 "JP모건 직원들이 비트코인을 거래할 경우 두 가지 이유로 즉각 그들을 해고할 것"이라며 "우선 그것은 규정 위반이다. 그리고 멍청한 짓이다. 두 가지 모두 위험한 짓"이라고 강조했다.
래리 핑크 블랙록 CEO는 비트코인 시장에 대한 일정 수준의 정부 개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핑크 CEO는 "내 걱정은 국가에 대한 것"이라며 "우리는 거래 중개인이 누군지, 채굴 회사가 등록은 돼 있는지, 누가 비트코인을 생산하는지 등을 알아야 하고 이것들은 국가의 통제 안에 있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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